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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만 보고 시작한 연돈볼카츠... 내가 안일했다"

[진단] 허위·과장 광고 가맹점 모집 논란 속 점주들의 한탄... 더본코리아의 아쉬운 태도

등록 2024.06.21 08:59수정 2024.06.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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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발발한 '허위·과장 광고 가맹점 모집' 논란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백종원씨가 만든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다.

지난 17일, <한겨레> 기사(백종원 믿고 계약했더니…"본사 매출 45% 늘 때 점주 40% 줄어")로 촉발된 이 논란은 '연돈볼카츠' 본사 '더본코리아'의 공식 반박과 18일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연돈 볼카츠' 가맹점주 집회로 더 커졌다.

"더본코리아, 월 3000만원 매출 예상된다고 했다"... "결국 경기탓, 가맹점탓해"

18일 가맹점주들의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더본코리아 측이 2022년 초 가맹점 모집 홍보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최고 매출이 300만~400만 원에 이른다고 광고했으며 자신들에게 제공한 '예상 매출 산정서'를 통해선 월 30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윤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공동회장은 실제 자신의 매출은 "1500만원 정도였고 수익률은 본사가 홍보한  20∼25%가 아닌 7∼8% 정도여서 월 100여만 원정도였다"라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 경영자의 대중 인지도가 스타급 연예인을 능가하는 백종원이라는 점과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유명새를 탄 '연돈'이란 이름이 붙은 브랜드의 가맹점을 계약했다는 것만으로도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개점한 지 한 달 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해 "대다수 매장이 적자를 면치 못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이 실망한 것은, 본사의 허술하고 무책임한 대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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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돈볼카츠 가맹점.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점주들이 공통으로 주장한 게, 주메뉴인 '볼카츠'의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본사도 간담회 때 이 점을 인정했고요. 그러면 본사가 당연히 적극적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점주들이 아우성칠 때가 돼서야 마지못해 이거 하나, 저거 하나 던져주는 모양새였어요. 그래서 간판은 '볼카츠'인데, 메뉴에 떡볶이, 샌드위치, 닭꼬치, 치킨덮밥, 이런 게 생긴 거죠.

결국엔 (본사가) 경기탓, 가맹점주탓을 하는 거예요. 장사를 못 한다, 관리를 못 한다면서요. 가맹점주 중에 매출이 좋은 사장님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도 남는 게 없다고 같이 항의하고 있어요. 그럼 이건 (본사의 주장대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얘기가 처음부터 잘못된 거죠."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 기업 중에서도 알아주는 중견기업이다. 가맹점 관리는 어땠을까. 집회에 참여한 가맹점주 A씨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사 직원이 매장에 자주 오지 않았어요. 신메뉴가 나오면, 웬만한 프랜차이즈면 가맹점 방문 교육이 기본이잖아요. 샌드위치 할 때는 그나마 방문 교육하더니 그 뒤 메뉴는 온라인 교육으로 하더라고요. 제가 초보 사장이다 보니 원래 이런 건가 하고 다른 브랜드 사장들에 물어봤어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불만이 자꾸 나오니까 그제야 매장 방문 교육을 하더라고요.


저도 잘못이 있다면 있겠죠. 저는 '백종원'만 보고 시작한 건데 사실은 더본코리아가 있었던 거죠. 제가 안일했어요. 노후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했던 건데 이렇게 됐어요."


점주의 증언과 더본코리아의 반박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핵심 문제점 하나는 본사가 이 상황을 인정하기보다는 가맹점주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까지 호출된 한 떡볶이 브랜드와 유사하다. 당시 다수의 기사로 보도됐던 해당 떡볶이 브랜드의 분쟁은 몇 가지 상황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았다.


당시 그 떡볶이 브랜드엔 '연돈'과 같은 스타 경영자와 상표 인지도가 없었다. 그래서 그 브랜드는 '6무(無)', 즉 '무료 가맹'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앞세워 가맹점을 모집해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가맹점을 키우기보단 확장에만 몰두했고 가맹점 수익을 고려하지 않는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문제가 터졌다.

전국 400여 개에 달하던 가맹은 출점 1년 만에 200여 개로 줄어들었다. 가맹점의 절반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경영자와 본사는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책임을 결국 가맹점주 관리 소홀과 무능력으로 돌렸다. 결국 해당 떡볶이 브랜드에는 본사-가맹점주간 상처만 남았다.

'백종원'이란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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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돈볼카츠에서 판매하는 주력 메뉴.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현재 연돈볼카츠는 80여 개에 달하던 가맹점 중 50여 개가 무너졌다. 경영자·본사는 대책을 강구해 위기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사태는 그렇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씨라는 유명한 경영자가 이끌고 있다. 모든 국민을 소비자로 둔 브랜드의 경영자가 미디어를 통해 명성을 얻은 스타라면, 다른 경쟁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명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 더 큰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연돈볼카츠 본사 더본코리아는 17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가맹점 모집 과정에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2022년 월 매출 1700만 원 수준의 예상 매출 산정서를 가맹점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돈볼카츠 가맹점 수 감소는 코로나19 이후 시대 변화와 물가 인상 등에 따라 외식 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라며 "일부 가맹점은 당사 협의를 통해 다른 브랜드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가맹사업은 말 그대로 가맹점에 의존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수의 가맹점이 폐점한 상황에서 남은 가맹점의 고통 호소를 외면한다면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기자가 만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은 "지금이라도 본사가 기업 인지도에 걸맞은 포용적 태도로 개선책을 제시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 와중에 허위·과장 광고 논란과는 별개로 '일부 가맹점주들이 돈 때문에 나섰다'는 프레임도 등장했다. 19일 <한국경제>는 2023년 7월 더본코리아 실무진과 가맹점주 7명의 녹취록 일부를 보도하면서 한 점주가 "예를 들어 5000만원이든, 6000만원이든 이런 합의점이 있다면 끝낼 것이고, 저거 쳐주면 돈을 받았다고 소문낼 거고, 1억 원을 주면 조용히 있을 거고"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측을 취재한 결과, '기사에선 흡사 협박처럼 묘사됐지만, 당시 가맹점주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본사 측이 점주들에게 간담회를 하자면서 보상을 언급했고, 간담회장에 있던 한 점주가 한 말'이란 입장이다. 정리하면, 해당 점주 발언의 등장 배경에는 본사의 보상 언급이 있다는 이야기다.
#연돈 #볼카츠 #백종원 #더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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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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