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한 돼지 사체들이 발견된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의 한 돼지 농장. 땅 속은 썩어 있었다.
무주신문
폐사한 돼지를 불법 매립한 현장은, 온몸을 파고드는 역겨운 냄새로 접근하기 힘들 정도였다. 2002년 돈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당시 죽은 돼지 수백 마리가 땅 속에 고스란히 묻혔다. 족히 20년은 지났다. 땅속은 이미 시커먼 흙으로 변해 있었다.
땅을 파는 족족 심한 악취가 진동하며, 허연 물체가 드러났다. 가죽만 남은 돼지 사체의 일부분. 30분 정도 파니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의 돼지 뼈가 나오기도 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강씨 문중의 땅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온전한 모습의 돼지 사체는 없었으나, 일부 구덩이에선 돼지 다리와 몸통 일부분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썩은 토양 사이사이에서 나온 돼지 잔해는 끔찍 그 자체였다. 이들 땅에서 돼지농장까지는 불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부동산종합증명서를 보면, 'ㅎ농장'은 주 용도가 동·식물 관련 시설로 돼 있다. 대지면적 7394㎡에 건축면적은 2772㎡(838평형)이다. 이중 돈사는 총 8동이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4000마리가량의 돼지가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돼지 폐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나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선 매립하거나 소각할 수 없다.
지난 4월 농장을 매입한 현 농장주 엄아무개씨는 돼지 사체가 묻힌 걸 몰랐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체 처리기를 갖춰놨고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인데, 마을 주민들 역시 강씨 문중 땅에 매립한 돼지 사체는 최근 것으로 보이나 현 농장주가 매립했는지 전 농장주가 매립한 것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주군은 전 농장주 H씨가 적법한 절차 없이, 불법으로 땅에 묻은 것으로 봤다. 무주군 환경과 자원순환팀은 "현재 경찰과 함께 조사 중이며 추후 고발 예정"이라고 전했다.
농장주 H씨는 <무주신문>과의 통화에서 "22년 전 돈사 화재로 폐사한 돼지 수백 마리를 현 이장과의 상의 하에 그 땅에 묻었고, 당시 매립 현장에 있던 공무원과 경찰들도 매립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면서 "당시 공무원들이 관련 매뉴얼을 숙지해서 처리 방법을 잘 지도하고 유도했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을 탓할 순 없으나, 아쉬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 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 돼지와 관련해선 "국과수에 한번 의뢰해 봐라. 나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10여 년간은 외부 활동으로 인해 농장 관리인을 두고 거의 농장 출입을 하지 않았다. 돼지가 죽었는지 팔았는지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네 사람이라 수십 년간 돼지 악취 참고 견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