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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파티? 말이 파티지, 다같이 돈 모아서 술 사고, 먹을 것 사고, 함께 모여서 술 마시고 놀고 춤추는, 한마디로 술판이다.
보통 샤바트가 시작하는 금요일, 일이 끝나는 점심시간에 파티를 구성하는 발룬티어 한 명이 5NIS(1500원이상)씩 걷는다. 돈을 걷은 사람은 '콜보'라고 불리는 키부츠 슈퍼마켓에서 싸구려 보드카와 쥬스, 과자 몇 가지를 산다. 다이닝룸에서 물과 함께 제공되는 소다수와 설탕과 향료가 들어간 소다수, 쥬스, 보드카에, 키부츠 레몬나무에서 레몬을 몇 개 따서 모두 섞는다. 이 완성품이 바로 '펀치'라고 불리는 발룬티어들의 소중한 '술'이 되는 것이다. 샤바트 저녁식사를 끝낸 밤 9시쯤이면 잔디밭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매일 구질구질했던 발룬티어들은 화장을 하고, 그나마 예쁜 옷을 입고,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펍(Pub)은 매일 8시쯤이면 문을 열지만, 샤바트에는 항상 자정인 12시에 문을 연다.
발룬티어들은 9시부터 12시까지는 술을 마시며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12시, 펍이 문을 열면 모두 춤을 추러 간다. 샤바트에는 펍도 새벽까지 문을 여는데, 따뜻한 여름철에는 새벽 6시까지, 겨울에는 새벽 4시 정도까지 문을 연다. 발룬티어들이 사는 곳에 바로 펍이 있기 때문에 잠을 일찍 자려는 사람은 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비트를 새벽까지 참아가며 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발룬티어들의 파티가 그저 단순한 파티였지만, 여름이 뜨거워질수록 모두들 새로운 것을 원했고, 그래서 돈 별로 안 드는 재미있는 파티가 몇 번 진행되었다.
"드레스 업"파티는 남자, 여자 모두 화장을 진하게 하고, 가지고 온 옷 중에 가장 드레스와 비슷한 옷(?)을 입는 파티인데, 남자들은 모두 여장을 해야한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남자들은 어디서든 드레스를 빌리고, 가슴에는 양말을 넣고 해서, 그 중에 몇 명은 진짜로 여자처럼 보였다. 남자들의 짓궂은 장난과 화장이 재미있는 파티였다.
그 바로 다음주에는 일명 "토가파티"가 열렸는데, 침대시트를 토가처럼 둘둘 말고 파티를 하는 것이다. 모두들 그리스의 신처럼, 어디서 잎을 따왔는지 월계관도 만들고, 머리에 꽃도 꽂고 했다. 발룬티어들의 파티가 재미있는지, 키부츠의 키부츠닉(키부츠에 사는 주민들)도 몇 명 참가를 했는데, 보통 때는 키부츠닉의 파티에 발룬티어들이 초대를 받는 편이다.
발룬티어들은 돈이 별로 없어서, 싸구려 보드카에 이것, 저것 섞은 술을 먹지만, 키부츠닉들은 파티를 맥주와 와인으로 하기 때문이다. 젊은 키부츠닉들이 파티를 열면, 그들과 친한 발룬티어들 몇 명을 초대하고. 초대받은 발룬티어들은 친한 친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즐기는데, 그러다 보면 모든 발룬티어들이 키부츠닉의 맥주를 탐내고 슬슬 몰려온다.
펍에서는 맥주와 와인, 쥬스를 판매한다. 우리나라의 나이트클럽과는 달리 부르스 음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댄스곡인데, Village People 의 YMCA부터 트랜스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틀어준다. 새벽 2시가 넘으면, 여기저기서 술이 팔팔 오른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 때가 가장 재미있다. 전혀 사귀지 않던 발룬티어들이 키스를 한다던가, 껴안고 있다던가, 술김에 외로운 이들이 친해지는 시간이다. 이런 일들이 있으면, 바로 그 다음날 소문이 떠다니고, 가쉽 대상이 된 몇몇 사람은 "취해서 그런 거야.."라는 똑같은 변명을 한다. 그런 일로 인해 어색해하고, 창피해하는 사람은 없다. 확실히 문화가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키스를 한다는 것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으로 통하고 있으니까.. 물론 강남의 호텔나이트클럽에서는 원나잇스탠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샤바트를 포함, 평범한 어느 저녁 날, 바비큐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키부츠에서 발룬티어들에게 바비큐 고기를 제공한다던가, 우연한 기회에 고기를 얻게 되면, 그 날은 잔디밭에 앉아서 모두들 자기가 찜한 고기가 언제나 구워질까, 기다리면서 빵으로 허기를 달래는 발룬티어들이 모인다. 이곳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너무 흔해서, 바비큐용 고기와 그릴, 석탄 등, 모든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중동식의 특별한 소스를 발라먹는다.
가끔씩, 키부츠닉이 자신의 집으로 발룬티어들을 초대하는 파티도 있다. 예를 들자면, 애플필드에서 일하는 발룬티어들을 애플필드의 감독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던가, 키친에서 일하는 주방장이 키친 식구들을 초대한다던가 하는 경우인데, 이 파티에는 좋은 음식 등을 제공받기 때문에 굉장히 특별한 초대로 생각하고, 대부분 받아들인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한 발룬티어가 떠날 때는 송별파티도 열어준다. 같이 일하는 식구들끼리 간단하게 와인과 음료수, 과자, 케익 등을 꺼내어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다지만, 마음은 꽤 찹찹하다. 발룬티어들끼리도 송별파티를 여는데, 서로 주소록을 가지고 와서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등을 주고받고, 그 동안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적는다. 이렇게 서로 나눈 주소와 전화번호로 우정을 지속해서 간직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를 여행할 때는 그 친구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며칠 신세도 진다.
파티...
왠지 무언가 거창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마시고 취하고, 춤추고 지치는.. 한마디로 젊음의 편두통이랄까? 발룬티어들에게는... 그런 편두통을 배출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 파티다.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젊은 여행자들이 성스러운 이스라엘에 와서, 휴가를 보내는 듯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그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서 초조해하고, 방황하는 무거운 돌이 한쪽 머리에 박혀 그들의 머리를 죄어간다. 그리고 다른 한쪽의 머리에는 그들이 지나온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 차있다.
편두통.. 파티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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