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회의는 과연 무사히 치러질 것인가. 아셈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예고, 그리고 행사 방해에 대비하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아셈회의가 20일 개최된다.
물론 정상회의 자체도 관심이지만, 국제 NGO들이 집결한 서울에서 프라하나 시애틀에서와 같은 돌발적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도 그에 못지않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라는 화려한 대회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아셈회의를 보는 시각은 양분되어 있다.
회의를 준비하는 정부측에서는 우리 외교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급 국제회의임을 강조하며 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정부 뿐 아니라 각계에서는 아셈이 지역국가들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협력과정이 되고 있음에 주목하며, 이번 회의의 성과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회단체들과 민중단체들은 이번 아셈회의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셈 2000 민간포럼'의 경우는 신자유주의 강화로 귀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NGO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고 워크숍, 문화제, 시민행동 등의 방식으로 '비판적 참여'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포럼'에서 탈퇴한 '민중대회' 혹은 '국민행동' 측에서는 아셈회의 자체에 대한 반대를 내걸고 독자적인 가두집회와 가두시위 등의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아셈회의를 보는 이같은 갈래들은 21세기에 진입한 우리 사회 내의 주된 흐름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시각과 주장들은 그에 따른 비판을 저마다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은, 민중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추구 속에서 빈부격차의 세계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비판 앞에서 둔감하기만 하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IMF 위기 이후 민중들에게 대부분의 고통과 희생이 전가되어 왔다는 지적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며 아셈반대를 내걸고 있는 시각은 대안부재의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상대측으로부터 받고 있다. 오늘과 같은 세계경제질서하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자국의 몰락을 자초하는 관념적 행동이라는 것이 아셈반대론을 향한 비판이다.
여기서 문제가 세계화냐 아니냐 하는 식의 양자택일적인 방향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낡은 논쟁이 아니라, 어떠한 내용의 세계화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비판자들의 지적처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세계화가 아닌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계화의 길이 무엇인가를 함께 찾아야 할 책임을 우리는 안고 있다.
아셈회의는 초국적자본이 주도하는 WTO나 IMF회의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회의운영도 경제회의 일변도가 아니라 사회·복지 등 각 분야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가능한 구조로 운영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아셈회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거두어야 할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성과가 정상들간의 회의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상회의는 국제 NGO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통해 아셈회의가 궁극적으로 이 지역 민중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협력체임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아셈회의가 정상들이 모여 공허한 내용의 공동성명이나 내는 의전행사가 아님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민간이 주도하는 포럼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정책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책임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회의기간중 거리에서 터져나오게 될 외침 또한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사는 민중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아셈회의는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셈회의를 보는 우리의 눈 또한 보다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각국 정상들에게 제공되는 요리의 종류보다는, 정상들의 연회와 시위대의 외침이 오버랩되는 현실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 아셈회의를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성과와 의미만큼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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