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은 출판계에도 충분히 적용되는 듯 합니다. "일본은 없다"식의 서적은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본작가가 쓴 베스트 셀러는 다른 외국에 비해서 많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작가가 쓴 책이 대중적인 인기를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세 사람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와 소설가 "무라카미 류" 그리고 오늘 이야기 주인공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이라면 가리지 않는 편이라 일본인 작가라고 특별히 경원하거나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라면 신문의 광고를 보자 마자 그날 책을 사봐야 직성이 풀리는 대단한 시오노 나나미의 팬입니다. 그래서 제 책장에는 서른 권에 육박하는 그의 책
이 꼽혀있습니다.
무라카미 류는 사실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시오노 나나미 정도는 아니지만 늘 관심은 두고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와 무라카미는 서로 분야가 달라서 그들의 저서에 대해 비교를 한다는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릅니다.
다만 독자로서 개인적인 그 둘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면 시오노 나나미에게서는 일종의 카리스마를 느껴서 로마나 이탈리아주변 국가들의 역사나 역사해석에 만큼은 거의 성서와 같은 권위를 가진 압제자와 같은 존재라면 무라카미는 이웃집 아저씨와도 같고 어쩌면 저 못지 않게 정신을 팔고 다녀서 옆에 있는 사람의 속을 깨나 썩이는 장난꾸러기 같아 친근감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시오노 나나미는 존경하지만 무라카미는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책중에서 "상실의 시대"를 가장 많이 기억하고 읽어보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상실의 시대"나 "태엽 감는 새"가 무라카미를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시킨 일등공신이고 그의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면 제가 좋아하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그의 인간미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우리가 자칫 쳇바퀴 도는 듯한 따분한 일상으로 취급하는 것들의 작은 한 조각에서 무라카미는 "반짝이는"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하곤 합니다. 저와는 닮아 그래서 무라카미를 좋아하게 된 무라카미의 "건망증"을 소개합니다.
지하철의 차표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
지하철 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무라카미의 요령
첫 번째, 바지의 앞쪽 주머니나 지갑의 작은 칸 같은 데에 지하철표 전용 장소를 만든다.
이 방법의 문제점-> 사람들이 입고 다는 옷은 여러 가지 종류다. 가령 조깅바지의 앞주머니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두 번째, 지갑의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다.
이 방법은 안전할까? -> 지갑을 꺼내고, 지하철 표를 집어넣고, 주머니에 지갑을 집어넣는 세 가지 공정이 필요해서 번거롭고 위험하다.
그렇다면 무라카미의 최종적인 방법은? -> 어떤 복장을 하고 있어도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꺼내고 집어넣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고 그곳에 차표를 집어 넣었다는 걸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장소인 "귓속"에 넣어둔다.
한가지 주의사항-> 잉크가 묻지 않도록 뒤집어서 접을 것.
그뿐인가요?
무라카미는 무척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가서 오랫동안 좋아해 온 팀의 경기를 지켜보는데 남들처럼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지 못하고 다만 "마음속으로 이기기만을 바란다"고 고백합니다.
사실 이 책은 책안의 소제목들만 소개하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발렌타인 데이에도 초콜릿을 못 받았다" "생두부 네 모를 한숨에 먹어치운 맛" "나의 두부 먹는 방식" "아내의 유명 인사를 식별하는 이유" "정든 고양이와 이별한 사연"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예전에 모두가 서로 똑똑함을 자랑하고 싶어할 때 스스로 바보임을 자처해서 큰 인기를 누린 코미디언이 있었습니다. 요 근래에 "모범생"을 선거에서 물리치고 대통령인 된 "날라리"가 있었습니다
무라카미는 바로 그들을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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