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7월7일] 추의원 취중욕설, 흥분한 조중동

등록 2001.07.06 22:53수정 2001.07.0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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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온통 욕설뿐이다.
5일밤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나온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취중욕설 발언'과 관련, 조선일보가 6일자 1면 기사로 보도한 데 이어 7일자 조간들은 상당수의 지면을 할애, 상세히 보도하고 나섰다. 보도양상의 두드러진 점은 이른바 빅3, 조중동의 논조와 그외 신문들의 논조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조중동 - '너 잘 걸렸다'

조중동은 7일자 신문에서 공통적으로 사설, 기자수첩, 해설 기사 등 여러 지면을 할애해 이 사건을 보도했다.

가장 흥분한 것은 <동아일보>다.

1면 '추미애 의원 폭언 파문' -곡학아세 논쟁관련 본보 기자 등에 욕설/야, "언론에 적개심 표출...의원직 사퇴하라"
3면 "사주의 지시로 글을 쓰느냐"-추미애 의원 본보기자에 폭언 전말
5면 <사설> '민주당의 궤변'
7면 <기자의 눈> '추의원에게-'


동아일보는 1면에서 "추의원은 자신의 '곡학아세론'에 대한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동아일보 취재기자에게 "네가 사주냐"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같은 조선일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라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면에서는 '추미애 의원 본보기자에 폭언 전말'이라는 박스기사를 통해 "언론의 관행상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취중 얘기까지 기사화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인으로서의 그의 언행이 공사석을 막론하고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구체적인 대화내용까지 공개했다.


이어 사설에서는 민주당쪽으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추의원의 발언에 대해 "욕설차원을 넘어 저주처럼 들린다" "섬뜩하다"라고 평한 뒤 "더욱 한심하고 놀라운 것은 그런 취중 추태를 오히려 감싸고도는 민주당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당무회의나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언론과 전면전을 벌일 듯 전의를 불태워 왔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거나 야당의 비판을 담아내면 그게 못마땅하다며 막말을 했다. 이젠 그도 모자라 술에 취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고 사과하기는커녕 언론자유가 있다는 식의 비꼬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집권여당이 이처럼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인 언행을 보이는 것은 비단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의원은 물로 민주당 지도부가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

<동아일보>는 특히 당시 현장에서 추의원과 말싸움을 했던 해당기자의 '기자의 눈'을 7면에 소개, "추의원은 5일 발언은 기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음을 조심스럽게 전하고자 합니다"라는 식의 기사도 보도했다.

이 사건을 첫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어떨까.

7일자 <조선일보>는 '*같은 조선일보' '사주같은 놈' '이회창, 이놈' '이문열 같이 가당치 않은 놈이' 라는 추의원의 욕설발언을 기사마다 언급하면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은 우선 사설 '어느 여당의원의 '취기'와 저질을 통해 "한마디로 이번 욕설사태는 '비판언론'에 대한 집권측의 살기 가득한 증오심, 그리고 자신들의 노선과 어긋나는 어떤 대상도 적으로 간주해 말살시키겠다는 듯한 극렬한 정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또 2면 '취중욕설 추미애 의원 사과'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추의원의 사과발언을 싣고, 기사 말미에 한나라당의 "언론과 야당총재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 것은 추의원 개인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여당 총재인 대통령의 공식사과와 추의원의 징계 및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어 3면 '기자수첩'을 통해 "설혹 그 자리가 브리핑 자리가 아니었다고 치자. 그러면 술자리에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막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인가"라고 쏟아낸 뒤 5면 '추미애 취중욕설'하던 날밤 무슨 일 있었나'에서 그날 정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조선> 4면에 실린 '침묵 강요당하는 지식인들'-조선, 동아에 글쓰면 벌떼같이 욕설전화라는 기사다. 추의원 취중욕설의 촉발점이었던 이문열 씨의 글에 대해 쏟아진 비난여론을 <조선>이 어떻게 뚫고나가려고 하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선>은 4면의 절반을 할애해 "조선, 동아에 최근 언론 세무조사와 관련한 글을 실은 지식인들을 향해 여권에서 연일 '곡학아세 한다' '수구적 세력의 발호에 기생한다'는 원색적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홍위병을 동원한 선동과 대중 조작, 정치권력의 치밀한 조종, 권위의 실종과 비판적 지식인들의 거세...30년전 중국사회를 황폐화 시켰던 문화혁명의 악령이 혹시라도 재현되는 것일까"라고 썼다.

사건현장에 있지 않았던 <중앙일보>도 2면, 4면, 6면, 7면에 총 4꼭지의 기사를 실었다. 대부분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실린 중앙일보의 논조도 앞의 두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은 2면 사설 '추미애 의원의 경우'를 통해 "참으로 민망스럽고 참담한 기분"이라면서 "민주당은 아예 한술 더 떴다, 당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자기당 의원 감싸기에 바빴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설은 "국민정신 건강과 교육을 위해" 추의원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6면 <분수대>에 실린 배명복 논설위원의 '취중욕설'.
배 논설위원은 글에서 "술도 마실 줄 아는 사람이 마셔야지 아무나 마실 게 아니다"라며 "사람쓰기 전에 술부터 먹여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조중동 외 "이성잃은 정치권의 언론공방"

자사지면을 할애해 추의원과 민주당을 집중공략한 조중동과는 달리 그외의 신문들은 정치권에게 '입다물라'고 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성잃은 정치권의 언론공방'을 통해 "최근 들어 격화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막가파식 공방은 추의원이 소설과 이문열 씨의 조선일보 기고를 '곡학아세'라고 비난한 데서 촉발된 것이다. 아무리 이씨의 성향과 생깔이 불만스럽다고 하더라도 소설가의 기고문을 문제삼아 지식인이 권력에 아양떤다며 정치권의 공방으로 끌어들인 것은 경솔한 처사였다"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한국판 문화대혁명의 광풍이니 홍위병이니 하며 이념, 색깔론 공방으로 편가르기에 나선 야당의 자세도 무책임하다. 얼마전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주인(사주)없는 신문은 권력의 주구"라고 극언하는가 하면 김무성 의원은 "사주가 구속돼도 1년만 참으면 대통령 후보가 풀어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언론계의 편가르기와 정언유착을 부채질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라며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막가파식 공방을 지적했다.

"정치권이 우리 언론의 개혁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는커녕 언론문제를 정치싸움의 도구로 삼아 언론계와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존재이유를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어 5면에서는 '정치권은 입다물라'라는 학계,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한겨레> 또한 5면 '술자리 발언 1면에 보도, 민주당-조선일보 긴장고조'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표적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추의원 술자리 상황'이란 글에서 그날 상황을 보도, 추의원과 동아일보 기자간에 서로 반말이 오가고, 큰소리가 오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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