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국회의원 8명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한장이 18일자 <동아일보> 초판 4개 면을 장식했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 7명과 민주당 의원 1명은 16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 언론은 특별세무조사가 몇몇 독립 신문 및 언론인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해왔습니다"면서 일련의 사태가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언론자유가 억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서한에 서명한 의원은 공화당의 다나 로라배커(캘리포니아), 벤저민 길먼(뉴욕), 크리스토퍼 스미스(뉴저지), 로스코 바틀렛(메릴랜드), 애덤 푸트넘(플로리다), 잭 킹스턴(조지아), 일리나 로스래티넌(플로리다) 의원과 민주당의 마이클 카푸아노(매사추세츠) 의원이다.
17일 저녁에 나온 18일자 동아일보는 이 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실었다. 제목은 무려 4단. <"한국 언론자유 억압 우려">라고 뽑았다. 이뿐이 아니다. 2면 '종합'면에서는 "많은 지식인은 최근 한국 언론사태에 대한 미국 하원의원들의 우려 표명을 정부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교수, 복거일 소설가, 유석춘 연세대 교수, 이찬근 인천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임상원 고려대 교수 등의 입장을 실었다.
3면은 아예 '美 서한 특집면'이다. 전체 면을 통틀어 <한국정부-언론 갈등상황, 韓美 외교현안 비화조짐> <美의회 '서한' 사례> <서한 전문> 등으로 꾸몄다. 동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이제 미 의회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는 한미간 외교 현안의 하나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적고 있다.
1면부터 시작된 '서한 특집'은 4면에서도 계속된다. 제목은 <'워싱턴發 일침' 궁지몰린 정부>. 무려 4단에 걸쳐 여야와 청와대의 반응을 다루고 있다.
이런 동아의 보도태도는 다른 신문 초판과 비교할 때 극히 이례적이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초판에서 관련 사실을 보도 했지만 1면 아래기사와 4면에 보도했다. <중앙일보> 18일자 초판은 2면 우측 상단에 1단으로 보도했다.
미 하원 의원은 총 435명이다. 그중 8명이 보낸 서한이 동아일보의 4개 면을 잡아먹었다. 동아의 이런 '오버'라고 보일 정도의 흥분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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