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한광옥 비서실장의 당대표 내정에 대한 민주당 내의 반발을 의식한 듯 비정치권 인사를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당내의 반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탈당의사를 철회했지만 김근태, 정대철, 장을병 최고위원이 한광옥 당대표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대선 후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전면에 등장하는 듯 합니다. 한광옥 대표 내정, 이상주 비서실장 임명이 모두 동교동 구파의 뜻대로 된 것이고 이들 동교동계가 이인제 최고위원을 밀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사실상 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지명하는 정치 풍토, 그리고 민주당 내의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그런 만큼 갈등이 쉽게 풀리지도 않을 전망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상주 씨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상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임명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주중대사에 내정된 김하중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2-3명에 대한 인사도 10일께 단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번 개편은 '한광옥 대표, 박지원 비서실장'설이 당내 역풍을 맞자 다소 변형된 것일 뿐, 실질적인 비서실장 역할은 박지원 정책기획 수석이 수행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이상주 비서실장 임명은 민주당 내 국정쇄신파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현 정권은 기본적으로 '동교동 구파' 정권이며 내년 대선도 이 구도 아래 치를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는 겁니다.
민주당 당정개편 갈등 계속
김근태, 정대철 위원은 9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인물로 당정쇄신을 해야 할 마당에 (청와대 참모들로) 순환보직하듯이 (대표를) 기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한동 총리와 한 대표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10일 당무위원회에서 새 대표 인준 절차를 밟으려는 데 대해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공론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무위원회 연기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당 위에 군림하며 당을 좌지우지 하는 특정 계보의 해체를 요구한다"고 동교동계에 화살을 쏘았습니다.
이재정 정범구 의원 등 '새벽21' 소속 초선의원 8명도 탈당 의사는 철회하면서 대표 지명자 자진사퇴와 당무위원회 연기를 요구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7일 이들 두 위원과 장을병 최고위원, 그리고 5선의 조순형 의원이 사태가 심각하다면서 요구한 8일의 긴급 최고위원회를 눈여겨 봐야합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한광옥 내정자 교체 건의를 결의하려고 했지만 이인제, 한화갑, 박상천 최고위원이 반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한편 김중권 대표와 김원기, 김기재, 정동영 최고위원은 인선에는 반대하지만 퇴진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선에 머물렀습니다. 김근태 위원은 사실상 7명이 반대한 것이라며 당무위원회에서도 무기명 비밀투표를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움직임을 동교동 구파가 이인제 후보를 미는 것이 아니냐고 관측했습니다. 이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7일 이 최고위원의 '측근 의원 모임'에 이훈평, 조재환 의원 등 동교동 구파 의원들이 참석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민주당의 내분은 한화갑 비서실장 배후에 있다고 짐작되는 권노갑 씨를 겨냥한 것이며 곧 대선 후보를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해석입니다.
오늘 열릴 예정인 당무위원회에서 일단 이 사태는 일단락을 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여야 총재회담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갈등 확산을 막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그러나 지난 5월의 정풍운동은 당정쇄신 약속으로 잠재웠지만 이번에는 그런 카드도 없다는 데 당지도부의 고민이 있습니다.
여야 총재회담 10월초 열릴 듯
여야총재회담이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이나 귀국 뒤인 10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조건없이 회담에 임하되 전직 대통령과 사회원로 등을 만나 조언을 얻은 뒤 총재회담을 연다는 게 이회창 총재의 뜻"이라며 "사전 의견 조율까지 거치려면 이달 중에는 성사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야당 입장을 존중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반응했습니다.
'경의선 합의' 등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암초가 나타났습니다.
남북관계에 훈풍?
북한이 15일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잇따른 대화제의를 하고 있어 남북관계의 빠른 진전이 예상된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8일 경기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갈 날이 내일 모레"라며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연결공사 문제가) 합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8일 평양 4.15 문화회관에서 열린 북한정부 수립 53돌(9.9) 중앙보고대회에서 "6.15 북남공동선언의 기치 밑에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북남대화를 발전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할 것"이라며 남북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금강산 특구 문제도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이제 대화국면으로 다시 들어선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조웅규 의원의 말을 인용, 금강산관광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아산이 지난 99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에 이미 주었거나 주기로 한 관광대가 총액이 1조 1215억에 이른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이 관광사업의 영업수익은 1620억 4천만원에 불과해 북한에 지급한 돈의 39% 수준에 불과합니다.
남한행 원하는 북간호사를 북으로 보냈나?
지난해 8월 리비아에서 근무지를 이탈해 남쪽 현지 교포집에 머물고 있던 북한 간호사가 현지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의 주선으로 북한에 송환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예상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북한 간호사가 공식적으로 망명이나 귀순요청을 해온 적은 없었다"며 "현지 대사관은 단순한 영사사건으로 파악했고 당시 북한 간호사와 연관해서 교민에 대한 북한쪽의 신변 위협이 있었기 대문에 교민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북한 간호사의 리비아 출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북쪽에 인계를 주선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사관은 북한 간호사를 면담조차 하지 않았으며 북쪽의 처벌이 예상됨에도 되돌려 보낸 것은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난을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간호사는 리비아 근무기간이 1년 8개월 남았는데도 북한 공관측에 인계된지 3개월 후에 북한에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실업률이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그런데 제2위기설을 흘리던 진념 부총리는 느닷없이 한국 경제가 4분기에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 부총리의 말대로 되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미국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 그런데 한국은 회복?
미국의 실업률이 4년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미노동부는 8월 실업률이 4.9%로 전달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지출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어 경기침체를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또 기업도 현재의 해고 추세를 더 강화하고 투자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다음달 2일 정례회의나 그 이전에 금리를 또 내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런데 진념 부총리는 8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재무장관회의에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4.4분기부터 한국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의 주요뉴스입니다.
- 안건회계법인이 75개 택시업체의 운송원가 분석과 표본업체 2곳을 실사해 시에 제출한 보고서는 서울시 택시요금을 13-26% 올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권고했으나 서울시는 25.8%를 올려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90년대 초반 37%에 달했던 우리나라 저축률이 지난 1분기에는 29%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지난 90년 37.5%에서 95년 35.5%, 99년 32.9%, 2000년에는 32.3%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급격하게 저축률이 저하하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 체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 여성부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최근 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수사과정에서 대질신문보다는 출장조사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피의 보복' 공격이 잇따라 발생해 양족의 유혈 충돌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9일 이스라엘 스쿨버스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살해했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헬기로 로켓공격을 했습니다.
- <오늘의 기획기사> 대한매일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해안 대청소'의 날을 앞두고 우리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바다살리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전국 어항, 항만 썩어간다" (대한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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