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뉴스브리핑> "테러지원국, 끝장내겠다"

등록 2001.09.15 07:29수정 2001.09.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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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 나라를 '끝장내겠다'고 나섰고 아프가니스탄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하겠다'고 맞섰습니다.

힘없는 나라 사람들의 슬픈 눈망울들이 어른거립니다.


"테러지원국, 끝장내겠다"

미국이 곧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시대통령은 이번 군사작전을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단순히 사람을 체포하고 책임을 묻는 정도가 아니라 은신처와 지원 시스템을 제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를 끝장낼 것(ending states who sponser terrorism)"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관계자들은 지상, 공중, 해상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모하마드 오마르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대변인 압둘 하이 무트마엔은 과의 회견에서 "자위를 위해 어떠한 대가도 치를 태세가 되어 있으며 보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체니 부통령의 집무실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옮기는 등 미국이 사실상 준전시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3일, 걸프전 이래 최대 규모인 5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의회는 반테러 대응 명분으로 400억 달러의 예산을 허용했습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고위관계자로는 처음으로 빈 라덴씨를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파키스탄 정부에 영공이용, 국경폐쇄 등 군사적인 협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에릭 슐츠 미국 대사관 대리대사는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보복 공격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슐츠 대리대사는 "니야조프 대통령은 대 테러작전 지원을 약속하고 테러에 대항한 전쟁에서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하나의 인접국인 타지키스탄의 아킬 이킬로프 총리는 14일 텔리비전 회견에서 현재로선 미국에 영공을 개방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타지키스탄은 인접 러시아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미국이 요청할 영공개방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방부는 빈 라덴 외의 여러 테러조직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해 아프가니스탄 외에 제2.제3의 목표가 설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4대의 여객기에 탑승한 테러범은 19명이며 뉴욕 무욕 세계 무역센터의 충돌한 2대의 여객기와 펜타곤에 떨어진 비행기에 각 5명, 다른 1대의 여객기에 4명이 탑승했다고 밝혔습니다.

FBI는 이날 뉴욕 소재 공항에서 칼과 가짜 신분증 및 가짜 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두개 조직 소속원 10명을 테러 기도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전폭적인 협력 의사"

미국은 한국 정부에 테러 보복전쟁과 관련한 협력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우리 측에 협력을 요청해 왔으며 우리는 군사동맹국으로서 전폭적인 협력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일단 걸프전 수준에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 한국은 154명 규모의 의료지원단과 C-130 수송기 5대를 사우리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에 약 3개월간 파견, 총 5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국민의 슬픈 운명

죄 없기로 말하자면 아프간 주민들도 결코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사람들 못지 않을 겁니다.

수십년에 걸친 내전으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13일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해 석기시대로 돌려버리기를 바라는 미국인들이 있다면 이들은 이 나라가 그렇게 할 만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전 국토의 90% 이상을 장악했지만 북부지역에서는 반탈레반 세력이 무장투쟁을 계속해 22년 동안 내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996년부터 4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1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예상수명은 남성이 42살, 여성이 40살로 내려갔습니다.

유엔은 "현재 아프간 농촌 지역에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이 철수할 경우 150만명의 주민들이 기아 위기에 놓일 것"이라면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아프간 국경지역을 넘어 인근 국가로 탈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처럼 무모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는가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13일 "미국이 치밀했던 테러공격에 대한 강력 대응을 논하기에 앞서 얼마나 반미감정이 뿌리깊어 이토록 잔혹한 행위가 가능했는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반미감정을 가진 세력들과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공격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참상을 전했습니다.

또한 14일 미국이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에게 미국 편을 들든지, 아니면 죽음과 파멸을 택하라고 강요한다고 이 신문은 비판했습니다.

"No Middle Ground" (NTTimes)

<로스엔젤리스 타임즈>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테러참극을 '응보'로 보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테러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오만함과 이중잣대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이 보복공격을 추구하기보다는 재판을 통해 범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사면위는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보복공격이 아니라 테러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ustice, not revenge must prevail" (Amnesty International)

미 조지워싱턴대의 조너선 털리 교수는 "군사적 대응으로 제3자를 희생시키려는 현재의 해결방식에선 우월한 도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테러리즘의 가장 큰 위험은 테러 그 자체가 아니라 테러에 대한 대응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의외로 크게 발전한다면 그것은 세계경제공황을 통하는 경로일 겁니다. 달러화와 정보기술산업에 기초해서 10년 호황을 누리던 미국경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비상경제체제 돌입 "달러 방어"

미국은 일단 달러화 방어에 나섰습니다. 일단 미연방준비위는 13일 유럽중앙은행과 5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준비위는 이번 테러 사태에 따른 증시 요동을 사전에 진정시키기 위해 뉴욕 증시 재개장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주가 급락에 대비해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 또는 철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세계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은 테러사태 발생 하루만인 지난 12일에는 진정 국면을 보였으나 미국의 무력보복이 임박해지면서 재차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동지역 불안 확대 때는 세계공황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속전속결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테러의 주체가 조기에 드러나지 않고 중동지역의 불안이 확대되는 등 장기전의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금융시장은 극심한 불안장세에 빠져들 수 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 관련기사 보기

문제는 무엇보다도 부시대통령입니다. 미국의 자존심을 살리는 선에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지 않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표방하고 있는대로 '끝장'내려고 한다면 중동지역의 정세는 극히 불안정해질 겁니다.

가뜩이나 세계 동시 침체 조짐이 있는 가운데 정세불안과 유가급등이 이어진다면 세계 동시 공황은 더욱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전쟁이 가져오는 특수효과는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극히 국한된 부문에 해당되는 얘기일 뿐입니다.


장관급 회담 15일부터 열려 경의선 등 협의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회담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정체됐던 남북대화가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쪽은 회담에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육로관광 *이산가족문제 해결 제도화 등과 미국 테러참사에 따른 '반테러 선언' 채택 문제 등을 제기할 방침입니다.

이번 회담에 국내 31개 언론사 336명, 외국 51개 언론사 186명이 공식 취재진으로 등록해 나라 안팎의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뉴스입니다.

- 주5일 근무제 연내 입법을 위한 노사정 합의 시한이 다가왔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조직 내부의 반발을 의식, 한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아 합의 도출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연내 입법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 김준영 교수는 14일 통계청 주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평균 1359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관련기사 보기

- 서울지법은 14일 3공화국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치열씨가 "80년 부정축재자 조사 당시 신군부에 강제 헌납한 땅 1만여 평을 돌려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준재심(화해조서 등 판결 외에 확정된 재판결과에 불복할 경우 제기하는 소송)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돌려 받을 땅의 현재 값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서울지검이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G&G그룹 회장 이용호씨를 긴급체포까지 했다가 무혐의한 처리한 경위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주영의원은 이씨가 여권실세의 정치자금을 관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관련기사 보기

- 세계일보는 한국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집중취재하고 있습니다. 전문의 개원열풍, 무너지는 중소병원의 실태와 개방형 병원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의료체계가 무너진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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