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핑> "황제경영이란 이런 것이다"

등록 2001.11.20 07:25수정 2001.11.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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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홍콩으로?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로 있으면서 먼저 '자유도시'가 된 다음에 중국에 흡수됐지만 우리는 인위적으로 지금부터 홍콩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러자니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홍콩처럼 영어가 통해야 하니까 외국대학이 자유롭게 설립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인 설립이나 외국인의 교원 임용,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자격 등 모두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일단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을 유치하는 정책이 사용됩니다. 제주공항 부근에 만들어지는 자유무역지역에 우리 기업도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골프장도 반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사람당 연간 최고 1200달러(150만 원)어치의 물품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4인 가족이면 600만 원어치고 비행기값 빼고도 한참 남을테니 관광도 하고 쇼핑도 하자는 사람들로 북적거릴테지요.

정부가 2010년까지 4조 7714억 원을 투자하고 나면 현재 411만 명인 관광객이 94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그 중 우리나라 사람을 840만 명으로 잡은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법인세·소득세·지방세를 7년간은 100%, 그 후 3년간은 50% 감면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첨단산업과 물류. 금융의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계획만 발표된 상황에서 섣불리 논평하기에는 이릅니다만 첫째로 첨단산업기지로 만들겠다면서 어떻게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건지, 왜 입지조건으로 제주도가 좋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계획도 없습니다. 예컨대 첨단산업단지의 필수 조건인 최고수준의 대학(예컨대 실리콘밸리의 버클리나 스탠포드 같은 대학이나 싱가포르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싱가포르대학)을 지금부터 만들겠다는 건가요?


둘째로 관광휴양도시와 물류금융도시가 양립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정책만 봐서는 내국인이 주가 되는 관광도시로 갈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셋째로 무엇보다도 이 자유도시가 제주도민의 삶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위기에 빠져 있는 제주도의 1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게 될까요? 첨단산업에 종사할 수도 없고, 골프장에 취직하기도 어려울테고... 국제도시를 표방하면서 3차산업도 맥도날드류로 채울테니까요.


넷째로 교육개방의 모델로 삼겠다는 복선도 보여서 제주도를 실험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황제경영은 이런 것이다"

케이블 티비 YTN은 삼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이재용 씨의 인터넷 관련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한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 부당내부거래 지원 은폐" (YTN)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앞두고 삼성은 내부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건의 목적은 이재용 씨가 인터넷 관련 계열사를 만들면서 삼성이 인력과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주도하고 이재용 씨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삼성그룹의 부당내부거래가 밝혀지더라도 이재용 씨는 선의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이죠.

이 문건에 따르면 간부들과 업무추진 인력의 발령일자가 모두 바뀌고 재무자료와 이사회 회의록도 거짓으로 작성됩니다. 나중에 주주총회에서 문제될 일까지 모두 처리해 버리는 것이죠. 심지어 각 계열사의 홈페이지도 "시나리오에 맞지 않는 부분은 삭제 또는 보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e삼성의 직원들은 실제의 명함, 전화번호, 조직도까지 폐기하고 각 회사별로 조사 준비팀까지 구성해서 사전에 도상훈련을 합니다.

이 보도에 대해서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e삼성 관련사업들은 직원들이 퇴직을 해서 추진하는 것이어서 구조조정본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문서의 존재여부 조차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에서 부당지원혐의를 포착하기는 했지만 삼성의 조직적인 조사거부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황제경영의 문제점은 다시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똑같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도 누구는 이런 지원을 받고(70m쯤에서 출발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추격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렇게까지 하고도 수익성이 낮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자질, 그리고 재벌형 경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정부가 3년간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주력한 '재벌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부연구위원의 보고서를 소개합니다.

재벌은 달라졌는가?

진념 부총리는 19일 국회에서 정부의 재벌정책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핵심역량에 투자를 집중하고 문어발식 투자는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30대 재벌은 1997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32조 6천억 원을 새로 출자하면서 그 중 31.5%인 10조 3천억 원을 매출액순이익률이 마이너스인 계열사에 투입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30대 대규모기업집단 내부 출자액 중 동종산업 안에서 이뤄진 비중은 23%에 그친 반면 이종산업 출자는 77%에 이르렀습니다. 그 중에서도 4대그룹의 경우 동종산업 출자는 17%입니다.

이 부연구위원은 "재벌들의 출자행태가 선단식 경영, 비연관 다각화를 위한 출자에 맞춰져 있어 96년 조사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며 "무분별한 출자를 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노위의 직권중재는 위헌" 대법원 심판 제청

직권중재라는 것이 있습니다. 파업신청을 한 사업장이 필수 공익사업장인 경우 노사교섭이 결렬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직권중재)이 있으면 15일간 쟁의를 할 수 없게 한 제도입니다. 병원, 철도 등의 쟁의행위가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1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중재회부결정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직권중재 관련 법조항들이 위헌으로 판단된다"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조정도 이뤄지지 않아 마지막 수단인 노동쟁의의 실효성과 적절성이 가장 강력한 때 직권중재를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단체행동권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재판부는 "불법쟁의 행위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며 직권중재가 없다고 해서 무분별한 쟁의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우려"라고 덧붙였는데요.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쪽은 "국내 노동현실을 감안할 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국제

- 미국은 19일 북한을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카에다, 이라크에 이어 세번째로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생물무기개발국으로 공개 지목하고 생물무기 개발계획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 생물무기 국제안보 위협'... 미, 개발계획 포기 공개촉구" (동아일보)

정치

- 신승남 검찰총장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신고토록 되어 있는 보유재산 중 수천만 원에 달하는 헬스클럽 회원권을 2년 계속 누락시킨 것으로 밝혀졌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 회원권의 가격은 개인 3400만 원, 가족 4800만 원이라는데요. 신총장은 그저 착오가 있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몇천만 원 짜리를 깜빡 잊을 정도면 지독한 건망증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통이 크다는 얘기겠죠.

경제

- 국회 재경위는 20일 출고분부터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승용차의 경우 배기량에 따라 현재 7-14%의 특소세가 5-10%로 떨어지고 에어콘과 레저용품 등은 현행 30%에서 20%로 낮아집니다.

- 진념 부총리는 국회 정책질의에서 경제예측이 틀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재벌정책에 관해서는 후퇴가 아니라 "핵심역량 투자는 풀어주고 관련없는 문어발식 투자는 규제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변했습니다.

- 정부와 한나라당은 21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30대 그룹지정제 폐지 등 재벌규제 완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정책협의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달라진 정부와 야당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민주당은 정부와의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내년 추곡수매가 4-5% 인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동태 농림부장관은 "수매가를 인하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소득을 보전하겠다"고 말해 수매가 인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사회

- '세계 최연소 장기수' 강용주 씨가 19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광주지검 공안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3년 이상 복역하고 출소할 경우 주거지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데 강 씨는 그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고 강 씨는 "보안관찰이라는 행정처분만으로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표절논문으로 국제적 말썽을 빚은 부산 ㄷ대 백아무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또 공동저자인 대구ㄱ대 박아무개 교수와 경북ㅍ대 홍아무개 교수에 대해서도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건강보험 처리가 됐던 일반의약품 1307개 품목이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돼 1623억의 환자부담이 늘어납니다. 종합감기약 119개, 피부질환제 86개, 비타민제 80개 등 328개 품목은 1월부터 소화제 465개, 영양제와 치료보조제 180개 등 979개 품목은 4월부터 제외됩니다.

- 중국산 냉장수산물에서도 납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중국산 불량식품에 관한 중앙일보의 기사를 살펴 보십시오.

"중국산 먹거리 식탁불안 확산" (중앙일보)

- 국가정보원이 지난 12일 입법예고한 '테러방지법안'을 놓고 인권단체는 물론 검찰.경찰도 "인권침해와 수사권 혼선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법안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정원에 테러대응업무를 총괄하는 대테러센터 설치 *국정원에 테러 수사권부여 *테러용의자 구속기간 연장 등입니다.

특히 테러행위 및 테러단체에 대한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어떠한 시위에도 적용 가능하고 테러 범죄자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며 테러 발생 때 군부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계엄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화제와 미담

- 사람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기사 하나 보시죠. 서울 응암동 재래시장 '좌판 아줌마'들의 사연입니다.

"재래시장 '좌판아줌마'들의 겨울" (한겨레신문)

- 어제 새벽에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셨나요? 못 본 분들을 위해 동아일보에서 모아놓은 세계의 유성우 그림을 올려 놓습니다(그림만 따로 떼어내는 법을 몰라서 화보모음 페이지를 한꺼번에 올려 놓습니다. 맨 처음에 있는 세계의 유성우를 클릭하세요).

"세계의 유성우" (동아일보)

동영상으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쏟아진 유성우, 한국에서 가장 잘 보였다" (중앙일보)

- 겨울바다의 낙조는 어떨까요? 세계일보가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낙조의 명소' 서해안 (세계일보)

정부가 재벌개혁을 완전히 포기한 상황에서 오늘도 재벌들의 행태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또 비정규직으로 바뀌면서도 우리 경제를 되살리려고 노력했는데...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경제가 바로 재벌체제 때문에 위기에 빠졌었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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