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밥 질텡게 한 술 뜨고 감 어떨까나?"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3>

등록 2002.01.29 12:08수정 2002.03.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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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진


한겨울의 창 밖 시린 바람은
쉼 없이 방안을 기웃거렸습니다.

깨진 유리창 사이
얼기설기 덧대어 막은 찢어진 비닐 몇 겹.
그 틈을 비집고 겨울은
이미 낯익은 할미를 찾아 소리내어 방안을 파고들었습니다.

온기 없이 써늘한 방 한구석에는
작은 전기난로 하나가 힘없이 할미를 지켜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외로움이 겨울보다 더하다고 할미는 말합니다.
홀로 밥을 짓고
홀로 긴 밤을 지새며
홀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겨울보다 더 추운 것임을 할미의 주름진 눈빛이 말해 주었습니다.

獨居老人.

사들고 간 내복 한 장을 내밀고는
괜스런 속맘이 비쳐질까
쉽사리 일어서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질없는 연민은 할미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른 밥 질텡게 한 술 뜨고 가믄 어떨까나?"
할미는 그렇게 소매를 붙잡았습니다.

아마도 밥 한끼 같이 나눌 체온이 몹시도 그리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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