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노 28.5%-이 25.5%

등록 2002.06.03 21:15수정 2002.06.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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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온 나라가 기대와 긴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바로 결전의 ‘그날’, 폴란드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는 날이다. 신문 1면도 이날을 무척이나 기다렸나 보다. 경기를 앞두고 모든 신문이 ‘승리를 예감한다’. 앞다투어 1면 머리를 “가자 16강, 오늘을 기다렸다”식의 제목으로 장식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옆에 ‘노무현-이회창’에 관한 특색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인의 이념성향”이라는 주제로 ‘노무현 지지자와 이회창 지지자’를 가르는 이념적 요인을 분석했다.

<한겨레>가 한국사회과학 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자들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 지원과 국가보안법 개폐 등 민족문제와 관련된 내용. 예상하다시피 노무현 지지자는 찬성률이, 이회창 지지자는 반대율이 높게 나왔다.

이와 함께 실시한 두 후보간 가상대결에서는 노 후보가 28.5%로 이 후보(25.5%)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경향> 오피니언면과 미디어면에 읽을 만한 기사들이 많이 숨어있다.
먼저 오피니언면. 읽을만한 칼럼 두 개가 실렸다. 하나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의 “착취구조를 얘기하자”로 대학 사회의 강사-교수 간의 착취구조의 원인과 이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지적하는 <시론>이다.

교수의 입장에서 “권력관계적 착취”를 자성한 점이 눈에 띤다. 다른 하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의 “월드컵에 파묻힌 지방선거”라는 <옴부즈만> 칼럼이다. 1면을 비롯한 대부분을 ‘월드컵’에 할애하고 있는 일간지들과 이에 가려진 중요한 사안인 지방선거에 관해 썼다.

특히 지방선거와 관련해 신문들이 제3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있어 읽어볼만 하다. 그밖에 사회면 주요기사의 아이템들까지 꼼꼼히 비평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미디어면엔 “‘대학언론의 위기’ 우려 확산” 기사와 “퇴진을 권고받은 언론인”이란 제목의 미디어 비평이 실렸다.

“대학언론…”은 지난달 31일 대학언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학언론, 역사는 끝났는가’란 토론회에서 나온 대학신문사·영자신문사 기자 등 대학언론인 및 전국대학영자지기자연합 등 대학언론연합체가 말하는 대학언론의 어려운 현실과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을 담았다.


“퇴진을…”은 성균관대 언론학과 이효성 교수의 기고로 최근 현직 언론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 김대중 편집인에 대한 퇴출운동을 다뤘다. 이 교수는 “김대중 편집인같은 사람이 영향력 1위의 언론인이 될 수 있었으니 이는 우리 언론문화가 얼마나 후진적인 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탄식하면서 “<조선>과 그 종사자들이 언론으로서의 제몫을 다하기”를 촉구했다.

<동아>는 광복회 장철 신임회장 인터뷰를 23면에 실으면서 그가 <동아> 창간인인 인촌 김성수의 친일행적 공개에 관해 언급한 것을 1면 구석으로 끌어다놨다.

장 회장이 ‘민족 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지난 2월 28일 ‘친일 반민족 행위자’ 708명에 이어 인촌 김성수를 포함한 16명을 추가로 발표한 것에 대해 “광복회와 무관한 결정”이었으며 “인촌 김성수 선생과 우월 김활란 선생은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등 공이 훨씬 많은 분들인데 친일파로 몰아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말한 것을 주요내용으로 뽑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기사다.

주말 내내 TV를 보면서 생각한 것.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월드컵 기간동안 ‘채널 선택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신문도 마찬가지다. 1면부터 4면, 많게는 7면까지를 거뜬히 ‘월드컵 특별면’으로 할애하고 있으니 신문 볼 때마다 몇 장씩은 넘겨놓고 봐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방송사마다 같은 뉴스를 봐야하는 것, 신문마다 같은 기사를 읽어야 하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다.

한편으론 월드컵 기사들의 홍수 속에 숨어있는 주옥같은 기사를 찾아내 읽는 ‘보물찾기’를 하는 것은 신선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다음은 6월 4일 화요일자 주요일간지들의 초판 1면 머리기사와 사회면 주요기사.(신문은 가나다순)

<국민> 16강 결전의 날
<경향> ‘첫승의 날’ 밝았다
<대한매일> 월드컵 첫승 “48년을 기다렸다”
<동아> 한국 “오늘을 기다렸다”
<조선> 한국축구 오늘을 기다렸다
<한겨레> “첫승, 오늘을 기다렸다”
<한국> “가자 16강… 폴란드를 넘어라”

사회면 주요기사

<국민> “한국팀 힘 보태자” 거리로/개최도시마다 중심지에 대형스크린 설치
<경향> 오늘 결전의 날 ‘1승, 48년을 기다렸다’
<대한매일> 4천만 붉은악마 “필승 코리아”
<동아> “우린 당신을 믿어요” /오늘 폴란드전-태극전사 가족들 표정
<조선> 월드컵 첫승 염원…전국이 후끈/온국민이 함께 뛰는 날
<한겨레> 오늘밤 온나라가 붉게 물든다/한-폴란드전 앞둔 표정
<한국> 4,700만이 12번째 선수 붉은 파도가 신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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