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치기사가 월드컵을 누르고 신문 1면 톱으로 다시 등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씨의 검찰출두를 기다렸다는 듯 6개 주요 신문은 일제히 홍업씨의 검찰 출두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올렸다. 제목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르면 오늘(20일) 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반면 <한겨레>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영장'은 내일(21일)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정확히 언제 영장이 청구될 것인지 지켜보며 신문의 정보력을 가늠해 보는 것도 독자로서는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제목에서 김홍업씨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이른바 '한경대'는 '홍업씨'라고 적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월드컵 16강전 한국-이탈리아전 이후 잔뜩 고무된 국민들의 뒷얘기를 전하는 신문들의 태도도 둘로 갈렸다. <한겨레> <국민일보> <세계일보>는 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인지 '감동'과 '살맛'으로 기사를 살려내고 있는 반면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8강 진출 뒷풀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교와 직장의 '백태만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일보> <국민일보> 1면 구석에 자리잡은 신문시장 질서 회복 특별결의 상자기사가 눈에 띈다.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신문판매시장의 질서 회복을 위해 고가 경품 살포 등의 규약 위반 행위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최근 자전거 경품 제공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동아일보>에서는 이 결의문을 찾을 수 없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제 3당으로 급부상한 민주노동당의 재보선 후보공천 브리핑이 <한겨레>의 1면 1단 기사로 실려 관심을 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오는 8월 8월 재보선에서 YS의 아들 김현철씨가 출마하는 마산 합천 등 3∼4 곳에 후보를 낼 방침이라고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연세대 송복 교수 퇴임 당시 학생들의 시위건에 다시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상우 서강대(정치학) 교수가 작성한 7면 '아침논단'에서 이 교수는 "공자는 썩은 나무는 깎아서 무엇을 만들 수 없다"며 '썩은' 연세대 시위학생은 '아예 대학에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를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이같은 '양식없는' 학생들이 양산되는 '죄'를 교육자들이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바로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사회면 톱기사를 통해 "광화문 차없는 도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파리시가 샹젤리제 거리를 전면 개방한 것과 같은 '대승적' 결단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며 '권위의 상징' 세종로부터 시청광장에 이르는 거리에서 차를 몰아내자고 제안했다.
<국민일보>는 세계를 놀라게 한 열정과 투혼을 스포츠에만 담아두지 말고 국민화합과 민족통합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주문했다. '홍업'씨 기사를 누르고 1면 톱에 배치된 이 기사는 박원순 변호사와 서영훈 한국적십자사 총재의 말을 빌어 전국민적 에너지를 지역갈등의 해소 등에 쏟아부어 한국인의 저력을 과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사회면의 제목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히딩크제약 안정환을 이천수로 마시게해야 이성잃은 팬 진정"된다며 한껏 부풀어 오른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는 인터넷 '유머 동정'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1면 머릿기사
<한겨레> 홍업씨 돈 대가성 추궁
<경향신문> 홍업씨 소환 밤샘 조사
<한국일보> 홍업씨 내일 영장 방침
<조선일보> 김홍업씨 소환 밤샘 조사
<동아일보> 김홍업씨 이르면 오늘 영장
<국민일보> 나라를 업그레이드 하자
<세계일보> 몽골에 '탈북 난민촌' 세운다
사회면 머릿기사
<한겨레> 보고 또 보고…식지 않는 감동
<경향신문> 8강 뒤풀이 후유증 끙끙
<한국일보> 8강 기븜에 후유증 속출
<조선일보> 광화문 차없는 도로 만들자
<동아일보> 이번 주말도 월드컵 감동을
<국민일보> 요즈음 살맛나요
<세계일보> 끝없는 감동…이튿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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