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권 관광개발 계획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록 2002.06.27 09:35수정 2002.06.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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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9일 오후 3시

한국통신 광주·전남본부 세미나실에서는 어려운 자리가 있었다. 제3차 광주권 관광개발 계획 용역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광주지역의 시민단체와 관광관련학과 교수가 그 용역을 수행하는 핵심 책임자인 H 대학의 관광학과 모교수와 배석한 시민을 사이에 두고 날선 대립을 벌인 것이다.


광역시의 행정집행에 대해 한 과정을 들고 일어서는 일이 쉽지 않을 터이다.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명색이 똑같은 관광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향후 5년을 책임질 제3차 광주권 관광개발 계획안 용역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벌이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광주의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위해서라는 대의성과 현실을 바탕으로 광주의 관광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지향성에 있어서 이번 용역이 지닌 한계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어찌하여 광주권 관광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수의 계약 방식에 의한 용역이 결정되었가? 연구용역의 수행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의견 수렴 장치가 왜 없었는지?
기존의 광주관광과 관련된 계획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독립된 연구인 이유는 무엇인지? 아울러 용역 수행자가 제안하는 광주관광의 가장 중요한 컨셉이 '어린이가 좋아하는 꽃과 나비의 도시'에 방향을 맞춘 개발은 타당한지? 그 개발 구역으로 설정된 무등산권의 증심사 지구와 광주호 일원, 황룡강변의 어등산 일원 등이 적정한지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였다.

이날 토론회의 말미에 이들의 지적은 연구용역을 수행중인 교수에 의해 수용할 부분이 있음을 확인하고 자리를 갈무리했다.

날이 지나 같은 해 6월 20일 오전 11시30분


광주 코리아나 하우스라는 음식점에서는 제목 없는 모임이지만 합의안이라는 문서가 존재하는 모임이 있었다.

참석자는 광주·전남 문화연대 사무국장과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K 대학 관광학과 교수 등과 필자와 광주광역시의 관광기획계 직원과 책임연구자가 함께 모여 그간의 경과 보고를 받는 것을 필두로 여러 얘기들이 진행되었다.


그 오고간 얘기는 다음과 같다.

광주시 관계자는 제3차 광주권관광개발 5개년계획은 법정 계획이므로 용역 수행자의 연구 결과를 지난 1월 15일 문화관광부에 제출을 했다. 그때는 시점적으로 시민단체의 의견은 유용하지만 날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때 다른 새로운 계획은 넣을 수 없었다.

연구책임자는 시민단체와 토론회가 있었던 후에도 내용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열의를 너무 왜곡하고 폄하했기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 시정할 생각은 있기 때문에 여기 나왔다고 한다.

시민단체의 관계자들은 그럼 1월 29일 가졌던 토론회의 내용은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 며 우리를 들러리로 내세우지 말라고 말을 던졌다.

서먹한 가운데 그것은 오해이고 이제 다시 내용을 수정하려고 하는데 좋은 의견을 주면 되지 않느냐고 연구책임자는 말을 걸어왔다.

시민단체에서는 그때 1월의 토론회에서 모든 얘기는 다 이뤄졌으니 그 내용을 참조하라는 말로 대신하며, 문화관광부에 올렸던 내용과 그 결과는 어찌 되었는지 물었다.

1월 15일자로 올라간 관광계획의 내용은 변함이 없고 문광부에서는 5월 25일부로 몇가지 내용을 첨부하고 삭제하고 보완하라는 수정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한다.

그 기한을 묻는 시민단체의 물음에 6월 말까지라고 얘기를 한다.

어느 곳에서도 문화관광부와 광주시와 제3차 광주권 관광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연구자간의 절차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듣지 못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또 한번 경악을 한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꽃과 나비의 도시로서 관광광주를 만들자는 계획이 건강한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적절한 절차조차 없이 광주권 관광개발의 주요컨셉으로 지정되어 향후 5년을 이끌어 가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광주가 지닌 역사성과 고유성, 상징성, 현실성, 그리고 이미 시행중인 빛과 생명의 도시를 향한 이미지 개발 및 일련의 작업들은 깡그리 무시되고 이제 새판잡이로 몰고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따르고 있었다.

이제 10일 남짓한 시간을 남겨두고 문광부로부터 시정 보완하라는 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체 할 얘기를 하라는 그 연구자의 몇 마디 말이 힘을 갖춰 버린 것이다. 그리고, 참관인인척 하면서 너희들이 의견을 조율하면 우리는 따르겠다는 광주시의 배석자의 얼굴 또한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 그날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입안된 광주의 관광 미래 5년은 과연 어떻게 140만 광주시민의 삶의 표면에 장력을 부여 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체 한 연구자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이 구체화 되고 현실속에 일종의 정책결정까지 감행해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치떨려 오는 권력의 습성을 느껴본다.

누가 그에게 용역을 맡기었으며, 그에게 광주가 지향해야 할 관광개발에 관한 5개년 계획을 스스로의 판단에 의거하여 입안하고 이를 140만 광주시민 모두의 의사결정인 것처럼 보고하게 만든 자는 누구인지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는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문서가 문화관광부의 위촉을 받은 전문가들에 의해 탁상에서 검토되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누군가 세상은 세가지 부류의 인간으로 나뉜다고 농담을 던지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무원과 비공무원과 전문가.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를 두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보았다. 공무원과 가까운 전문가와 비공무원과 가까운 전문가. 이렇게 전문가는 두갈래로 나뉘어 지지만 실제적 힘을 갖추고 일을 집행하는 것은 공무원과 가까운 전문가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안중에는 법 절차상 하자만 없다면 개인적인 생각도 시민의 의사와 반하며,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실행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게된 것이다.

이제 남은 10일에 광주의 5년간 관광개발에 대한 한 용역 수행자의 새로운 제안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그 앞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훼방꾼 혹은 들러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장을 목도하면서 떠 밀려오는 수치심을 느낀다.

월드컵의 열기 속에 변방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문화관광부의 어느 곳에서도 이런 지역사회내부의 고민은 전달되지 않고, 시민들은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체 또 다시 대책 없는 5년이 지나갈 것같아 덧없어 보인다.

광주비엔날레에 54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결과 보고가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광주의 중외공원과 자유공원, 남광주역사를 거쳐 광주에 머무르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그나마 관광객을 유입하는 계기성 메가 이벤트자원이 마련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추수하지 못하고 있는 광주 관광에 언제나 파란불이 켜질지 안타깝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는 금년 1월부로 문화관광부 관광정책과에 제3차 지역 관광개발 계획 안을 제출하였습니다. 

광주시 또한 계획안을 제출하였지만 시민들의 의견 수렴 장치는 무시되었으며, 한 연구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5년간 광주관광의 가장 주요한 컨셉으로 수렴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함평군에서 추진하는 "꽃과 나비"를 부 이미지로 채택하고 거기에 주요한 이미지는 바로 "어린이가 좋아하는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참 좋은 제안이지요.

밀려드는 차량의 홍수, 도심의 매연, 140만의 인파를 뚫고 광주는 이제 꽃과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애써 연구하신 분의 결과물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게 광주에서 꽃과 나비와 더불어 여행을 즐기실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시민들은 빛고을 광주라는 이미지와 의롭고 예술의 향기가 넘치고 맛이 빼어난 고장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으며, 타 도시에서 광주를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이미지를 쉽게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시대도 바뀌고 그랬으니 새판으로 가시자면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이 글은 문화개혁시민연대의 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수정 게재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는 금년 1월부로 문화관광부 관광정책과에 제3차 지역 관광개발 계획 안을 제출하였습니다. 

광주시 또한 계획안을 제출하였지만 시민들의 의견 수렴 장치는 무시되었으며, 한 연구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5년간 광주관광의 가장 주요한 컨셉으로 수렴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함평군에서 추진하는 "꽃과 나비"를 부 이미지로 채택하고 거기에 주요한 이미지는 바로 "어린이가 좋아하는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참 좋은 제안이지요.

밀려드는 차량의 홍수, 도심의 매연, 140만의 인파를 뚫고 광주는 이제 꽃과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애써 연구하신 분의 결과물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게 광주에서 꽃과 나비와 더불어 여행을 즐기실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시민들은 빛고을 광주라는 이미지와 의롭고 예술의 향기가 넘치고 맛이 빼어난 고장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으며, 타 도시에서 광주를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이미지를 쉽게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시대도 바뀌고 그랬으니 새판으로 가시자면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이 글은 문화개혁시민연대의 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수정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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