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띠요소 자카르타 시장은 수하르토 정권기부터 시장으로 당선돼, 현재 5년 임기를 2번 연임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 3번째 임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자카르타 시장으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자카르타 지방 의회 내 정파들의 투표에 의해 시장이 선출되는 현 체재 내에서 그는 이미 상당수 정파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몇 단계의 시장선출 과정이 남아있음에도 그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수띠요소 자카르타 시장에 대한 논란은 쉴새없이 인니 언론을 들썩이게 한다. 수하르토 시대의 사람이자, 군 출신인 그가 개혁과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지금에도 철옹성 같은 지지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그는 각종 빈민정책에서 비난을 사고 있으며, 온갖 이권 개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메가와티의 투쟁민주당 자카르타 지부는 독자 후보를 천거하기로 결의했음에도, 메가와티 대통령의 압력으로 해당 후보가 부시장에 출마하게 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수띠요소가 메가와티 대통령의 남편인 따우픽 끼에마스에게 상당한 액수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메가와티 대통령과 함자 하즈 부통령이 수띠요소 시장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문은 사실로 거의 밝혀진 상태다. 결국 'money politic'이 승리한 셈이다.
라스둘라씨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수띠요소 시장과의 인터뷰는 인니 정치판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수띠요소 시장은 늦게 도착한 우리에게 따로 시간을 내주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또한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음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환대해준 것으로 보인다.
의례적으로 던진 첫번째 질문은 재당선이 확실시되는데, 향후 임기에서는 어떤 정책에 역량을 치중하실 것인가란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무엇보다 만성 정체 현상이 심한 교통문제부터 시작해, 열악한 도시 빈민 지역을 철거해 새로운 곳으로 이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장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정책들의 핵심은 한마디로 'clean city'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그 깨끗한 도시 만들기는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없앰으로써 정리된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베짝을 철수시키거나 빈민촌을 철거하면 많은 서민들이 직업을 잃거나 살 곳을 잃게 되는데 그 대책을 물었다. 시청에 오면 새로운 직업을 구해준다고 하고, 새로운 거주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나, 그 내용으로 볼 때 수많은 실업자와 철거민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의 생각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기계적인 사고관이었다. 상당수의 자카르타 거주 서민들이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채 살고 있는데, 수띠요소 시장이 대책을 준비해줄 수 있다고 한 사람들은 자카르타 시민에 한해서였다.
자신은 자카르타 시장이니 자카르타 시민만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자카르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자카르타 시민이 아니니 자기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에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를 들어 다시 물었다. 인니에서 해외로 송출되는 해외노동자의 수는 엄청나다. 그들은 잡역부나 가정부 등 육체 노동직에서 일한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넘어간 불법 체류 노동자 문제는 최근 발리에서 메가와티 대통령과 마하티르 수상이 논의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수띠요소 시장의 시각에서 본다면, 불법 체류자인 인니 재외 노동자들의 인권보장을 요구하거나 유연한 정책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에 나와 있는 불법 해외체류 노동자들에 대해 최근 일고 있는 인권 찾기와 권리 보장의 경향을 예로 들어 민감한 사안을 피해 질문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들을 인권 차원에서 도와주려 하는데, 비 자카르타 주소지 주민들도 결국은 인도네시아 국민이고, 자카르타에 사는 것이 분명한데 그들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주어야 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했으나, 원칙적인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라스둘라씨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그는 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교과서적 대답을 했다. 그러나, 좀더 파고 들었을 때 그는 입후보자의 학력 제한을 예로 들며 어차피 자격에서부터 결격인데 그런 어거지를 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후보자의 학력에 제한을 두는 이유를 질문했을 때 갑자기 그가 물었다.
"당신이라면 국졸 시장을 따를 수 있겠는가?" "예, 당연히 존중해야죠. 시장님이라면."
(필자주:인터뷰에서 사용된 단어는 tunduk으로서 고개를 숙이다, 복종하다, 따르다 등의 뜻이 있다.)
그는 내 대답에 몹시 당황했고, 어이없어 했다. 너무 황당해 하길래, 한국에서 학력이 낮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당선된 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학력은 자격요건이 되지 않으며, 그 사람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그는 흥분한 어조로, 본심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국졸이 뭘 안다고 시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국졸이 저기 시장자리에 앉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시장업무도 해낼 수 없지 않겠냐?"라고 그는 내게 물었다. 그래서, 사람이 모든 것에 능통할 수는 없으며, 그런 개별 분야에는 전문가를 잘 골라 뽑는 것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을 했다. 시장의 자리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이끌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을 했다.
"한국은 그런지 몰라도, 인도네시아는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수띠요소 시장의 인터뷰를 끝낸 후 인니 언론 종사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 내용을 전해주었더니,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수띠요소 시장은 차라리 솔직한 것인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다.
경찰서를 방문한 취재에서 허가 문제와 부딪혔을 때, 해당서의 경찰관들은 "이곳은 말하자면 남의 집이다. 남의 집에 오면 주인의 허락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비유로 설명을 했었다. 이런 인식은 인니 내 어딜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인식이다. 그들에게 주민들은 봉사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민주적인 인식이 바탕이 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국졸한테 고개를 어떻게 숙이냐는 말이 당연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국민들을 위한 정치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넘지 못할 보이지 않는 선을 당연시하며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상식이라고 주장한 수띠요소 시장의 말이, 결코 그렇지 않다라는 언론 종사자들의 말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수띠요소 시장의 몰상식을 탓하면서, 과연 한국은 내가 수띠요소 시장에게 말한 것과 같이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나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계에서, 그리고 경제계에서 부정부패를 일삼은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전문가들이라 더 잘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이 아닐까?
수띠요소 시장의 말대로 학력이 기본 요건이라면, 왜 그 지식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다운 해결책들을 내놓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썩어가고 있는가? 지금 인도네시아에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입후보 자격요건은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사람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한겨레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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