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 낙원 '미코노스섬'에 가다(1)

<유라시아 여행기> 그리스 미코노스섬

등록 2002.12.11 12:54수정 2002.12.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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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하얀 집, 그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며시 돌고있는 언덕위의 풍차. 마치 영화 속 혹은 그림엽서에서 본것만 같은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엔 꿈과 낭만이 있다.

마음 속 깊은곳에 우리가 꿈꿔왔던 파라다이스다. 눈부신 태양이 작렬하는 하늘은 무척이나 파랗다. 언덕위의 5개 남은 풍차는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돌아간다. 풍차의 여유로운 움직임에 마음마져 한가로워지는 낙원, 미코노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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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해의 푸른 낙원 미코노스섬 전경 ⓒ 홍경선

영화 '지중해'의 무대가 되었던 에게해의 파라다이스 '미코노스섬'까지 가는길은 긴 항해와도 같았다. 미코노스행 대형 페리에 몸을 싣고서 눈부신 지중해의 태양을 벗삼아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오랜시간 태양빛에 노출되다 보니 얼굴이 익을데로 익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고개를 돌릴수가 없었다. 진한 블루빛 지중해의 물결이 넘실거리며 태양빛을 요동치게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상 위엔 많은 관광객들이 작렬하는 태양빛과 맞서 흥겨운 음악에 몸을 흔들며 낙원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자신을 구속하는 집착과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격정적인 사랑과 낭만이 있는 꿈의 낙원을 찾아 떠나려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나 역시 그들 틈에 끼어 노을지는 황금빛 태양아래 흥겨운 음악에 도취되어 술잔을 기울인체 춤을 추었다.

어느덧 바다는 태양을 삼켜버렸고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려는 듯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지중해 위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은 마치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보였다.

차가워진 밤공기는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했다. 여전히 선상위는 축제를 벌이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흥겨운 음악과 여기저기 술잔을 기울이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좀처럼 사그러들줄 몰랐다. 오직 고요한 밤하늘과 검은 바다만이 말없이 천국으로의 길을 밝혀주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긴 항해를 깨고 커다란 뱃고동 소리와 함께 첫 도착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환호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짐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멀리 어둠속에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고있는 섬의 불빛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뚫고 전해지는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하지만 미코노스는 아니었다.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까지 가는 길은 모두 세 개의 섬을 지나쳐야 했다.

멀리 찬란한 보석같은 불빛들이 넘실거린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보다도 더 화려하게 빛나는 미코노스섬의 불빛들. 활활 타오르는 그 불빛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천국행 야간선박은 약 7시간동안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가로지른 끝에 마침내 미코노스에 도착했다.

새벽 두시. 미코노스에 첫발을 내딛은 내게 그곳은 꿈꾸었던 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미 주위는 깜깜한 어둠으로 덮여있었고 좁은 골목길에는 술취한 관광객들의 정신없는 발길만이 머물고 있었다.

항구를 중심으로 타운을 이루고 있는 섬의 특성 때문인지 섬의 한쪽면은 바다와 접해있었다. 몇시간만 기다리면 날이 밝을것같아 그냥 모래사장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자장가처럼 다정했다. 오랜 항해로 피곤했는지 파도가 부르는 자장가소리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멀리 아득하게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떠보니 파란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이 내지쬐는 곳에 함박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버렸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눈이 내린 듯한 하얀 회벽건물들을 마주하고 투명한 바닷물에 태양빛이 이글거린다.

어느덧 날이 밝아버린 것이다. 고요한 새벽녘, 어두운 모래사장에서의 단잠에서 깨어나보니 천국에 누웠있던 것이었다.

눈앞이 밝아오면서 미코노스섬의 경치가 펼쳐졌다. 하얀색 건물과 파란색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코노스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속 풍경에 들어가 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정도였다.

미코노스의 아침은 제법 고요했다. 지난밤의 화려한 열기에 지쳤버렸는지 좁은 골목과 레스토랑들은 한산했다.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려는 움직임만 보일뿐이었다. 이에 맞춰 나 역시 본격적으로 미코노스를 감상하기 위한 하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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