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아동 교육정책을 중심으로

등록 2002.12.17 18:25수정 2002.12.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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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주요정당 대통령 후보자 사회분야 TV토론에서 각 후보가 장애인복지에 대해 한 말을 묶어보았다.

"장애아 보육을 국공립 시설에 맡기겠다"(이회창)
"장애인 연금 50억원이 편성돼 지급되고 있다. 앞으로 전체 장애인에 대해서 편성해 적어도 20만원 이상 지급하도록 하겠다"(노무현)
"장애인 문제를 짚고 가야 한다. 올해 초 장애인 최옥란씨가 자살했다. 최씨는 기초생활수혜자였는데 한달 약값이 63만원이었다. 약값을 구하기 위해 노점상을 하는 것을 경찰이 막아서 결국 자살했다. 김대중 정부의 장애인 정책은 무엇인가?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해 인권위에서 농성할 때도 정부는 탄압했는데 이것이 장애인 복지정책인가?"(권영길)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로서 이번 사회분야 토론회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사회복지, 교육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기대하면서 특히 장애인복지, 장애인 교육정책에 대해 귀 기울였는데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당선이 유력시된다는 기성정당의 후보들이 장애인정책을 포함하여 사회복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본다. 따라서 각 정당의 정책공약집에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정책의지가 있는지 가늠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 12월3일 '2002 장애인단체 대선연대'는 UN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후보자별 장애인복지분야 공약평가 자료를 내고 장애인계의 요구를 밝히기도 했다.

장애인단체 대선연대는 △장애인연금제 도입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인권보장 △저상버스 도입 등 이동권 보장 △의무고용 사업체 범위확대 등 기본적인 요구사항들이 대부분 공약으로 수용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 실현에 목표치를 설정하거나 예산의 뒷받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각 후보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450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진의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사회복지정책은 말은 쉬우나 실천과 예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 복지는 과거 어떤 정부도 확고한 복지이념을 세우고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을 통해 실천해온 적이 없어 최소한 기만적인 정책은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이회창, 사회복지 전반에 철학이 없이 선언적 나열

먼저 한나라당 이 후보가 TV 토론에서 한마디 한 내용에 대해 짚고 넘어 가려고 한다. 이 후보가 정책인 양 꺼낸 장애아 보육은 이미 국공립시설에서 맡고 있다. 단지 국공립시설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시설에 맡겨진 장애아동 마저도 보육기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이 후보는 장애인단체 대선연대에서 거론한 기본 공약 외에 몇가지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과 입장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다가 실천방안에도 목표치나 수치자료, 예산확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실현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시혜적 관점에서 말 뿐이던 과거 역대 정부를 답습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무엇보다도 복지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장애인 교육분야에서 <특수교육기관 진학률 확대>, <통합교육 프로그램 시행> 등을 단편적으로 제시했는데, 최근의 장애인 교육이념에 뒤떨어진 내용이 혼재해 있었다. 특수학교를 일반학교로 통합하고 통합 프로그램을 넘어 완전한 통합교육을 추구하는게 최근의 방향추세다.

노무현, 기존 장애인정책 보완하나 획기적 정책과 예산대책 없음

민주당 노후보는 장애인분야를 별도의 정책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정책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이 실현되는 사회> 라는 비전 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연금제도, 장애아동 무상보육, 이동권 및 노동권 보장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몇가지 수치자료와 목표치를 제시하며 장애인복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들을 짜임새 있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장애인복지 방향이나 획기적인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애인 연금 등 몇가지 정책 보완을 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마저도 예산 재원에 대한 언급이 없기는 한나라당 이 후보와 마찬가지여서 정책의지가 어느정도인지 다소 의심스럽다.

장애아동 교육분야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취학 전 장애아동의 무상 보육을 2003년부터 시행한다>는 공약은 이미 복지부에서 2003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단지 대상연령에 5세 이상도 포함시켜야한다는 부모들의 요구가 쟁점이 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이미 법제화된 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안일한 내용들도 눈에 띄였다. <통합교육의 기조를 유지·확대하며 특수교육을 '점진적'으로 무상화한다>는 공약은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초,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유치원 및 고등학교 과정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 특수교육진흥법 5조 규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안일한 내용이었다.

권영길, 장애인정책에 진일보한 관점이나 당장의 대안이 부족

민주노동당 권 후보는 토론에서 기존 장애인 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한 후,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액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노동당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이 일하고 참여하는 사회> 라는 비전을 통해 진일보한 대안적 관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나, 진보정당에 걸맞는 '장애인 복지모델'로 나아가지는 못했고 정책 내용도 기성 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부 정책을 보면 전체 사회복지정책, 교육정책의 골간 속에서 장애인 정책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각 정책별 소요예산과 실현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부유세 등 재원 마련 대안을 수치로 제시하고 있어 정책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교육분야에서는 <특수교육의 통합 무상화, 공공화>라는 확고한 관점을 제시하고 무상 공보육, 무상교육 정책 기조 속에 통합시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일보한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시급한 장애아동 보육과 교육문제, 민간시설의 공공화 방안 등 과도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장애 어린이인 내 딸은 누굴 선택할까

장애인 가족의 입장에서 TV 토론과 각 후보 정책자료를 종합해 나름대로 평가해본 결과, 집권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후보를 포함해 어떤 복지이념과 모델을 가지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여 실현할 것인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정책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을 포함해 어떤 후보의 장애인 정책에서도 완전한 평등주의, 분명한 장애인 복지모델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는 장애인 가족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복지사회로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게 해준다.

단적으로 '분리는 곧 차별'이라는 관점 아래 구미 여러나라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완전한 평등주의(예를 들면 '분리를 전제로 한 특수학교는 위헌이다' 라는 판결)를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또한 장애인 인권, 장애인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여겨지는 '장애유아 조기진단체계'를 0세부터 공공화하기 위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한 후보도 없었다.

장애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아이에게 안심하고 물려줄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낮은 눈높이의 장애인인 내 딸의 눈에 비쳐진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다. 내 딸이 그것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후보들의 약속에 담긴 진실과 거짓말은 이미 가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2002 장애인단체 대선연대' 자료는 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에 있음( http://kodaf.ium.net/mail/2002-12/12-1/pyung-ga.htm)

덧붙이는 글 *'2002 장애인단체 대선연대' 자료는 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에 있음( http://kodaf.ium.net/mail/2002-12/12-1/pyung-g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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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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