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3집 음반나의승
386의 앞세대를 286이라 한다면, 두 세대가 지니고 있는 공통의 정서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김민기'라는 이름은,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음악과 음반들은 세상에 나온지 오래 되었지만, 각 시대의 사람들과 더불어, 사연도 무척 많았다.
그중 3집을 보면 <기지촌> <가뭄> <서울로 가는 길> <늙은 군인의 노래> <강변에서> 등 그 세대들에게 비교적 낯익은 편의 음악들로 되어있다.
그의 노래가 대개 그렇듯이, 요즘의 세대들에게는, 다소 철 지난 듯하지만, 구수한 목소리는, 장년의 중저음으로, 중얼거리는 듯도 하고, 구성지며, 다소 쓸쓸하고, 가창력은 별로 없어 보여도 여유 있게 부르고 있다.
'기지촌'은 한영애의 목소리가 감칠맛과 통속적 느낌을 별 부담 없이 더해주어서 좋고, '가뭄'은 근대의 한국 전통음악 중의 하나인 '장타령'의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최신의 24비트 196KHz도 아니고, 옛날의 16비트 44점 몇 KHz지만, 볼륨을 조금 올린 듯해서 들으면, 대단히 듣기 좋다. 대개 286·386 세대들이 들으면 나름대로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들로 되어 있다.
특히 '서울로 가는 길'을 듣게 되었을 때에, 그들은 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 사람들이 시골 혹은 촌이라고 부르는, 지방의 농촌 아니면 지방의 도시를 떠나, 달방, 사글세, 전세방 등을 전전하며, 도시빈민으로 사는, 수 없는 지방출신들의 서울생활의 설움이 거기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서 말해보고 싶은 것은, 명문대학 나온 사람들, 돈 많은 사람, 모두 상대해서, 땀과 눈물로 지내온 '한 촌놈의 서울 가는 길에 대해서'이다. 그 촌놈 출신의 사람이 이제는 정당한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95%가 왠말이냐'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전라도 함평이 본적지이고 광주가 고향이지만, 그가 특정당이어서가 아니라, 진보적 인물이라고 생각되어서, 고작 한 표 던졌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고, 문화인력을 키워야 합니다"라고 말들 많이 하면서, 음악, 미술의 교육시간은 제일 적은, 이 땅에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고맙다고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문화인물, 촌놈 출신 김민기의 음악을 빌어서, 한번쯤 그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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