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보다 청사 건립이 먼저?

교육부는 먼저 특수교육예산 3% 확보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록 2003.02.14 02:05수정 2003.02.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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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해 <특수교육 5개년 종합계획안>을 마련하여 장기적인 장애인 교육계획을 세웠다. 나라의 특수교육을 총괄하는 이 계획은 몇 차례 공청회를 거쳐 세 차례나 수정되었다가 결국 지난 1월 국무조정실을 통해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안>으로 제출되었고 2월14일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보고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향후 5년간 특수교육예산을 전체 교육예산의 2%에서 3%로 연차적으로 확대하여 나라의 특수교육 여건을 증진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다급하기만한 장애아동 부모들과 현장 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의 계획은 너무나 미온적이고 우선 순위에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수 차례에 걸쳐 장기계획을 내놓았음에도 별로 실행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보아온 부모들은 과연 교육부가 22만 장애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특수교육체계를 제대로 세워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한마디로 절반이상의 장애 아동청소년들이 기초적인 교육기회에서 소외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언제나 해온 예산타령을 되풀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와 특수교육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특수아동의 출현율은 2.7%로서 취학연령 800만명중 22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취학중인 학생은 5만 5천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취학 전 보육과정이나 유치원에서 교육중인 장애아동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수아동 출현율 2.7%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산술적으로 같은 교육기회를 보장받으려면 특수교육예산이 전체 교육예산 중에서 최소한 2.7%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특수교육원은 2002년 특수교육예산이 교육예산의 2%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장애인들이 교육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특수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l인당 연간 특수교육비가 800만원으로서 일반교육비 보다 약 3배 정도가 되므로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차별지수'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즉, 특수아동 출현율 2.7%의 3배인 '8%의 특수교육 예산'이 최소한의 특수교육 기회평등을 보장하는 수준인데, 특수교육 예산은 2%에 불과하므로 교육예산상 '장애인 교육차별지수'는 4배가된다. 이는 장애인 취학연령 22만명 중 4분의 1인 5만5천여명만이 취학중이라는 교육부 통계자료가 반증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좌시하고 교육부는 특수교육예산 8%는 커녕 2007년까지 3%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특수교육 예산계획 중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특수학급 및 특수학교 확충, 특수교육 보조원 도입 등 특수교육 기반확보를 위한 국고 예산계획은 심의과정에서 전부 삭제되고 지방교육예산으로 떠넘겨지고 말았다.


여기에서 장애아동 부모로서 특수교육예산을 짠 교육관료들에게 비애감 마저 느끼게 하는 한가지 사실을 지적한다. 정작 교육현장에서 요구된 예산은 삭감된 반면, 특수교육원 신축이전·확대에 3년간 248억을 투여한다는 예산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예산은 특수교육예산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예산처에서도 불필요한 것으로 심의되었는데, 결국 올해에만 30억원이 이미 배정되어 시행될 계획에 있다.

특수학급과 교실 하나가 부족하고 화장실 편의시설이 안되어 장애아동들이 취학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특수학급 200개를 신설할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을 들여 특수교육원을 확대 이전하는게 과연 시급한 일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특수교육에 대한 연구교육 기능은 중요하지만 특수교육원이 생긴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구교육 기능과 시설이 부족해서 장애인 교육이 방치되어온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특수교육에 대한 방향을 몰라서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예산타령으로 9년의 세월을 보냈는가? 특수교사와 치료교사가 부족하고, 특수학급과 교육보조원이 없어 절반 이상의 장애학생이 입학조차 못하고 있는데, 교육연수시설부터 확대 이전한다는 발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육부와 특수교육원은 과연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된 관료적인 발상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교육부와 특수교육원이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현장에서 실천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특수교육계획을 추진했더라면, 아마도 특수교육예산 3%가 확보되기만을 기다려온 장애학생 부모들의 한숨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장애아동 부모들의 한숨과 고통, 심지어는 절망 끝에 내던진 죽음들이 특수교육의 진전을 강제해왔다.

부디 교육부는 국고로 특수교육원을 신축이전 한다는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로서 특수교육 지원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특수교육 예산 3% 우선 확보에 노력하기 바란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서라도 장애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특수교육 지원센터' 등에 국고를 배정하여 특수교육 보조원 등의 제도를 조기에 실행해야 할 것이다.

2007년까지 5년을 다시 기다려달라는 말은 '늑대가 나타났다' 는 양치기 소년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장애인 자녀들을 학교 문턱에도 보낼 수 없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하루하루의 기다림은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이 특수교육원 확대이전 계획을 보류하고 우선적인 예산확보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부모들은 당사자로서 '장애인 참교육'을 열망하는 모든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싸울 수 밖에 없다. 교육행정가들은 교육받기를 원하는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제발 실천의 관점에서 일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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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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