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7

등록 2003.02.20 18:09수정 2003.02.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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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와왕은 유화부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금와왕은 유화부인을 아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유화부인이 이를 이용해 주몽에 대해 어떠한 요구조차 잘 하지 않았던 터라 매정하게 눈앞에서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대소와 저여는 유화부인의 한마디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금와왕의 모습을 보며 화를 참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소...... 이 일은 대소 왕자가 알아서 하도록 하라."


간밤만 해도 당장 역적들을 깡그리 소통할 것 같이 기세등등하던 금와왕이 유화부인의 한마디에 물러서자 대소와 저여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저여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듯 대소에게 말했다.

"그래도 미리 병사들로 하여금 추격을 하도록 지시하길 잘했구려!"

"그들만으로는 불안하니 추격대를 더 보내도록 하겠소."

대소는 오이는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주몽만은 죽여서라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려놓고 있었다. 만약 놓치기라도 한다면 주몽이 왠지 자신의 앞날을 가로막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가자 대소는 추가로 보내는 추격대를 직접 지휘하여 달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말을 몰아 달리던 주몽과 오이들은 해가 뜨자 바로 뒤에서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볼 수 있었다. 대소가 급하게 보낸 추격대중 선발대였다.


"이대로라면 따라 잡히겠습니다."

마리가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치자 주몽이 침착하게 얘기했다.


"흙먼지를 보니 일단 저들의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들에게 겁을 주어 돌려 보낼테니 공들께선 미리 앞서 가 주시오."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전 여기 같이 있겠습니다."

오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머리를 돌렸다. 마리와 협부도 자기들만 빼놓느냐는 듯 동시에 말머리를 돌렸다. 이 바람에 다른 일행도 멈칫거리자 협부가 도끼를 휘두르며 큰 소리로 그들을 미리 떠나보냈다. 주몽은 활을 꺼내들고 추격병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오래치 않아 말을 탄 10여명의 병사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 역적들! 순순히 우리를 따르라!"

추격병들의 선두에 선 장수가 외쳤지만 주몽은 대꾸도 않은 채 화살 세대를 번개같이 날렸다. 화살은 선두에 있는 병사들의 어깨에 나란히 꽂혔다.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을 다그치며 지휘장수가 혼자 용감하게 병기를 꼬나 잡고 달려들었지만 주몽의 신속한 활놀림에 역시 어깨에 활을 맞고 말았다.

"들어라! 우리는 너희들을 해칠 마음은 없다! 대소왕자에게 우리는 갈 길이 바쁘니 더 이상 병사들을 보내지 말라고 전해라!"

주몽의 호령에 병사들이 얼빠진 듯이 어쩔 줄을 모르고 서있자 오이, 마리, 협부가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제 서야 병사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자! 어서 떠납시다!"

주몽과 오이 일행들은 서둘러 말을 달려 앞서간 일행과 함께 남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화살이 꽂힌 채 도망가던 병사들은 얼마 뒤 대소가 이끄는 병사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대소는 속절없이 도망가는 병사들을 꾸짖으며 주몽일행이 간 방향을 물었다.

"남쪽으로 갔습니다."

대소는 매우 기뻐하며 병사들을 재촉했다.

'어리석은 것들! 그쪽으로 가면 개사수(蓋斯水)가 가로막고 있다! 이젠 얼음도 풀렸거늘 네놈들이 무슨 수로 그 강을 건너겠느냐!'

과연 주몽일행은 거칠게 흐르고 있는 개사수 앞에서 강 건너 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아! 쪽배 하나만 있었어도 이런 낭패는 당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한 단 말이냐!"

마리의 한탄에도 불구하고 주몽은 주위를 조용히 살피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협부는 툴툴거리며 모두들 헤엄이라도 쳐서 건너면 되지 않겠느냐며 열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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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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