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푸징 거리의 조각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중국청년김남희
왕푸징을 둘러보고 천안문광장으로 걸어간다. 대로변에는 휴지 한 조각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거리에는 청소를 하고 있는 미화원이 자주 보인다. 중국에 온 후 가장 많이 마주친 직업이 환경미화원인 것 같다. 보타산이나 황산을 올랐을 때도 그렇고, 대도시의 역이나 시내 같은 번잡한 장소는 물론, 심지어 고속도로를 쓸고 있는 미화원도 봤으니.
4년 전 티벳에 가기 위해 중국에 왔을 때보다는 정말 도시가 깨끗해졌다. 2008년 북경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북경에서는 휴지 안 버리기, 가래침 안 뱉기, 화장실 깨끗하게 사용하기 등 대대적인 운동을 벌인다더니 정말 북경에 오니 가래침 뱉는 사람을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깨끗한 거리와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탄을 거듭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천안문 광장. 혁명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20원을 주고 입장표를 산다. 중국에는 모두 28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있는데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수라고 한다. 각각 28개의 관을 만들어 그 모형까지 만들어놓은 전시회를 둘러보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자금성과 이화원, 만리장성, 진시황 병마용을 비롯해 태산과 황산, 사천성의 구체구와 황룡, 라사의 포탈라궁과 공자의 생가, 운남성의 여강고성, 아미산, 소주의 중국정원과 우이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이 스물 여덟 개의 문화유산만은 꼭 다 보리라' 엄숙한 다짐이 절로 든다.
이곳 외에도 중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출한 션양을 비롯한 4군데 유적지가 최종후보지로 받아들여져 올 7월의 유네스코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자도 잘 못 읽는 처지라 중국인들에게 물어가며 28개 문화유산의 이름과 위치를 일일이 노트에 적고 나오니 입구에 안내책자를 팔고 있다. 5원을 주고 안내책자를 구입. 전시회를 보고 나오니 벌써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천안문 광장에는 국기 하강식을 보기 위해 중국사람들이 그야말로 벌떼처럼 새까맣게 몰려 있다. 사람의 물결에 벌써 질려버린 나는 하강식은 포기하고 돌아선다. 체력이 달려서 더는 못 다니겠다. 집으로 가야지.
감기가 점점 심해져서 호흡곤란의 지경까지 이르러 결국 약방에 갔다. 원래 집에서는 웬만큼 아파도 절대 병원에 가거나 약을 지어먹지 않는 나다. 병원에 가기를 권유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난 내 몸의 자연 치유력을 믿어"라고 그럴 듯하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몸에 밴 게으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