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고주몽 19

등록 2003.02.22 18:13수정 2003.02.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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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풍운아

유유히 흐르는 개사수를 뒤로 하고 주몽 일행은 동부여의 힘이 미치지 않는 남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예기치 않은 일로 동부여를 떠났다는 것 외에는 그들은 참으로 이질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주몽은 어머니와 예주낭자를 남겨놓고 왔다는 안타까움과 자신이 구상하는 새로운 나라를 세울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오이, 마리, 협부는 기득권 다툼에서 쫓겨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들을 따라나선 몇몇 하호들과 하인들이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사냥을 해 먹을 거리를 마련하고 야영을 합시다."

오이 정한 곳은 사방이 트여 있는 지점이었지만 잠자리에는 편한 곳이었다. 주몽이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지금 이곳이 어떤 세력의 영향권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 산 아래까지 이르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리가 이를 듣자 말자 툴툴거렸다.

"공자가 우리를 지휘라도 하겠다는 거요? 저기까지 가다간 해가 완전히 지고 말 거요. 이런 일에는 좀더 경험이 많은 이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이오!"


마리의 말에 협부도 맞장구를 치며 아예 말에서 내려 자리를 펴기 시작했다. 주몽은 무안을 당했음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역시 말에서 내려 순순히 야영준비를 도와 오히려 오이가 무안해할 지경이었다.

"저기 뭔가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저녁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막 사냥준비를 끝낸 주몽일행은 멀리서 다가오는 두 필의 말 탄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부여인들과는 구별되는 이질적인 복색에 안장도 없는 말을 타고 활을 든 부족이었다.

"허! 말갈족이군!"

오이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탄식했다. 수십, 또는 수 백개의 부족, 부락으로 이루어진 말갈족은 때때로 부여의 변방을 노략질하는 달갑지 않은 이들이었다. 두 명의 말갈족은 주몽 일행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탐색하더니 말머리를 돌려서 가버렸다.

"저 놈들 겁먹었나 보우."

도끼를 꼬나잡고 있던 협부가 침을 탁 뱉으며 긴장을 풀었다.

"아니다. 아마 자기들 패거리들에게 알리러 간 것일 게다. 사냥이고 뭐고 빨리 여기서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주몽일행은 급한 대로 방어에 용이한 산 아래로 이동해 자리를 마련하고 저녁은 미리 마련해둔 식량으로 대충 때운 뒤 돌아가며 보초를 세우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이 흘러 아침이 가까워 올 즈음에 망을 볼 차례가 되어 협부가 오이를 깨웠고 일어나자마자 오이는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을 보고서는 크게 놀라 발로 비벼 끄기 시작했다.

"아니, 왜 그러시오 형님?"

"누가 모닥불을 피웠느냐?"

"제가 피웠지요. 추운데 웅크리고 자는 모습들이 안되어 보여서......"

오이는 협부를 크게 꾸짖었다.

"어리석구나! 여긴 말갈족들이 설치고 다니는 곳인데 불을 피우면 우리가 있는 곳을 훤히 보여주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이런 것까지 일일이 얘기해야 한다는 거냐?"

협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만 끔뻑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드넓은 대지 저쪽으로 한 떼의 인마가 몰려드는 광경이 오이와 협부의 눈에 들어왔다.

"어서 사람들을 깨워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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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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