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31

등록 2003.03.07 18:43수정 2003.03.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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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촌닭들아 나 통이안과 싸워 볼 테냐?"

말갈족 쪽에서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이름을 대고 나섰다. 주몽 쪽에서 부분노가 창을 들고 뛰쳐나왔다.


부분노는 통이안과 서너 합을 겨룬 후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듯이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통이안이 창을 높이 들고 외치자 말갈족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 들어갔고 주몽일행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그래 너희들이 덤벼봐야 어쩔 테냐! 모조리 도륙 해주마!"

얼마 되지 않은 주몽의 병력쯤이야 뒷덜미를 낚아채면 단순에 전멸시켜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통이안은 서둘러 뒤쫓기 시작했다. 주몽 일행이 길을 틀어 숲 속으로 들어간 후 말갈족들은 그들이 어디 있는지를 몰라 잠깐 동안 서성거렸다.

"저기 있습니다!"

주몽일행은 마치 말갈족들을 놀리듯 평탄한 길 위에 있었다. 통이안은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잠시 관망해 보려고 했으나 이미 부하들은 서로 공을 앞다투며 말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는 호쾌하게 싸워 자신의 무용담을 동료들과 가족 친지들에게 얘기하는 것만큼 좋은 전리품은 없었다.


"잠깐 기다려라! 뭔가 이상하다!"

통이안이 뒤늦게 부하들을 제지했지만 이미 막을 수 없었다. 일단의 말갈족 무리들이 주몽 앞에서 창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푹 하고 땅이 꺼져 버렸다. 뒤따르던 말갈족들 역시 서로 뒤엉켜 구덩이에 떨어졌고 대오는 완전히 헝클어졌다.


"때는 왔다!"

사방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말갈족들은 화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잠시 사격이 끝나는가 싶더니 정면에서 주몽과 부분노가 달려오고 양옆에서는 기병을 상대하기에 좋은 갈고리 창을 든 보병을 이끈 협부와 무골이, 뒤에서는 연타발이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말갈족들은 궁지에 몰려 말 위에서 내려 목숨을 비는 무리, 끝까지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는 무리 등 완전히 와해되어 가고 있었다. 특히 뒤에서 공격하는 연타발의 기세는 엄청난 것이라 항복을 하고 비는 말갈족에게도 사정없이 칼날이 떨어졌다. 연타발이 말갈족에게 죽은 딸을 생각하며 거의 이성을 잃은 채 피의 보복을 하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화살 한 대가 날아와 연타발의 등에 박혔고 이 때문에 후위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자! 여기다! 어서 빠져나가야 된다!"

뒤에서 혼전을 벌이던 통이안이 부하들을 구출하기 위해 연타발에게 활을 쏘아 길을 연 것이었다. 말갈족들은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몽이 외쳤다.

"뒤쫓진 말아라!"

상당히 피해를 입은 말갈족이었지만 연타발이 부상을 입은 데다가 주몽이 거느린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때문에 후위에서 완전 포위를 하겠다는 연타발을 말렸었지만 그는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겠다는 말을 스스로 어기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주몽이 왔을 때는 월군녀와 묵거가 이미 연타발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다. 급히 막사로 옮겨진 연타발의 등에서 불로 달군 칼로 상처부위를 조심스럽게 절개하여 화살을 뽑아낸 후 묵거가 한 말에 월군녀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말갈족이 사용하는 독화살입니다. 상처가 깊어 위중합니다."

주몽일행은 이번 싸움에서 말갈족 40여명을 죽이거나 사로잡았지만 승리를 기뻐할 수 없었다. 연타발을 데리고 소노부로 향하자 많은 이들이 주몽의 승리에 감격해 하며 졸본천에서 계로부의 위상을 크게 인정해 주는 한편 연타발의 안위를 염려했다. 때문에 그 날 밤 주몽일행은 승리의 자축연을 뒤로 한 채 조용한 밤을 보내야 했다.

"아버님께서 좀 뵙자고 하십니다."

밤늦도록 연타발을 돌보던 월군녀가 아침부터 급히 주몽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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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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