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홍 세대' 걱정된다?

조선일보 칼럼 '윤덕홍 세대 걱정된다'를 읽고

등록 2003.03.08 11:29수정 2003.03.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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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란 끝에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참여정부의 이틀 전인 6일 참여정부의 첫 교육부총리로 내정되었다. 이를 두고 여러 평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한국교총과 전교조에서 동시에 환영의 입장표시가 나온 것을 보면 그럭저럭 무난한 인사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고교 교사로 8년간 재직, 지방대학 총장, 민교협 활동 등 중고등 교육현장을 망라한 경험과 개혁적 색채를 고루 갖추고 있는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시민단체의 반발로 교육인적자원부 입성을 반 보 앞두고 낙마한 두 사립대 총장이 못내 아쉬워서였을까. 개혁적이고 공교육에 애착을 가진 교육부총리가 등장한 것에 불안감을 느껴서였을까.

윤 부총리가 내정된지 이틀만에 조선일보에서 공식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오성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의 칼럼 '윤덕홍 세대 걱정된다'가 그것이다. 그는 '예수도 공자도 조건상 부합할 수 없는 자리가 대한민국의 교육부 수장'이라 지적하며 요즘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총리 추천이나 받아라!'라는 말이 가장 모욕적인 언사로 등장했다고 개탄한다.

예수와 공자의 비유는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만큼 교육부 수장을 둘러싼 사회의 기준과 요구사항이 복잡하고 엄격하기에 그것을 에둘러 비유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겠다.

'해보지도 못하고 한평생 응어리만 남게될 대중의 난도질'이라는 표현을 들어 낙마한 두 사립대 총장을 연상시키는 것도 과장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당사자들이 얼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과외를 받고도 대학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5년전 김대중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인 이해찬씨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이해찬 1세대와 마찬가지로 윤덕홍 1세대가 곧 등장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 것은 묵과하기 힘든 주장이다.


그렇다면 오성삼씨는 교육부총리가 "대학진학을 좀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사교육비 지출규모를 증대하겠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인가? 보도자료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으로 가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9%이고, 전체 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5%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교육부 수장으로서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고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의 경우도 일방적으로 매도될만한 일은 아니다.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궁극적인 방향에서 이해찬 전 장관의 시도는 옳았다. 다만 우리 사회에 '학벌사회'가 너무도 뿌리를 깊게 내렸기 때문에 그의 개혁이 근본적으로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력'이 아닌 '개성'의 계발 권장은 과외의 수요를 '학력'의 성격으로부터 '개성'에 관련된 것으로 옮겼을 뿐, 사교육비 시장을 축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삶살이와 지독하게 격리되어 있는 '학력'이라는 사항만을 진학의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에서 벗어나 갈수록 분화하고 다양해지는 사회 현실에 맞추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 방향을 제시했던 그의 철학만큼은 다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가 1년 3개월만에 낙마하지 않고 꾸준히 교육개혁을 추진해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뤄냈더라면, 지금 보수 언론들이 즐기는 용어인 '이해찬 1세대'의 의미는 '단군 이래 최저학력세대'가 아닌 '최초로 <학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적성과 개성에 따라 발달한 세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과 '이해찬 1세대'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1세대'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해 망가진 대표적인 집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원용하여 '윤덕홍 1세대'라는 개념까지 끌어낸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그러한 주장의 근거도 '과외를 받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 한 마디뿐이라니!

또한 그는 '윤덕홍 1세대'와 '이해찬 1세대'의 비교가 추후 교육학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교육학도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연구과제는 정체 불분명의 '윤덕홍 1세대'에 대한 섣부른 탐색보다는 '이해찬의 개혁과 실험'을 다시 교육학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뿐이 아니다. 중앙일보도 '고교 평준화 유지'라는 윤덕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평등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윤 부총리가 취임한지 불과 이틀째, 보수 언론들의 공격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윤 부총리가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고, '사립학교법 개정/지방대학 개혁/평준화 유지 및 보완을 통한 교육의 공공성 강화/지식 습득'위주의 교육과정 개선/대입 전형 다변화' 등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교육 개혁의 틀을 놓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시론] 윤덕홍 세대 걱정된다 ....... 吳聖三

대한민국이 교육부총리 인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자’와 ‘예수’가 자진 후보로 나섰다. 두 인물 모두 교육부총리감으로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공자’만한 인물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에 서양사회의 영향력을 지닌 ‘예수’가 더 적격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뜻밖에 훌륭한 두 인물을 추천받게 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자신있게 보고를 했다. 이번에야말로 하자가 없는 인물이 추천되었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가장 많은 항의 내용은 왜‘부처’가 후보에 빠졌느냐는 것이었고, ‘예수’나 ‘공자’모두 병역 미필자란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예수’의 경우 자식도 키워보지 못한 인물이 어떻게 한 나라 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리고 ‘공자’가 교육부총리에 취임하면 ‘서당’이 유행하여 사(私)교육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요즈음 대학가에 가장 모욕적인 언사가 “네놈, 교육부총리 추천이나 받아라!”는 표현이 돼버렸다. 해보지도 못하고 한평생 응어리로 남게 될 ‘대중의 난도질’을 개탄하는 말이다. 어쩌다, 어쩌다 ‘예수’도 ‘공자’도 감당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교육부총리 문제가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가. 

하기는 유독 교육부총리 문제가 불거지고 교육부 폐지론이 비등한 이유를 보면, 작금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교육부총리의 역할은 그리 엄청난 데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교육 수요자들의 견해를 물어 공동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과거 교육의 수장(首長)들은 목표와 방향설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일에 소홀했다. 더 중요한 실책은 본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 땅의 교육문제를 권력처럼 거머쥐고 일선 학교에 군림해 왔다는 사실이다. 요즘 성난 목소리로 행동에 나서는 학부모단체와 교육 관련 단체들의 요구와 기대는 대개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해 주면 해결될 내용들로 여겨진다. 그리고 남겨진 대부분의 문제는 각자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내용들이기도 하다. 

공자와 예수가 낙마(落馬)한 이후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6일 교육부총리에 임명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입시를 뜯어고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과외를 받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5년 전 김대중 정부의 첫 교육부장관인 이해찬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것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던 그의 구세주 같은 발언에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위안을 느꼈던가. 이제 머지않아 ‘이해찬 1세대’와 ‘윤덕홍 1세대’의 학생 비교는 교육학 연구에 흥미로운 관심사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5060세대(50대와 60대)를 염려케 하는 그의 발언은 “교사가 교장을 평가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교육계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같다. 이제 학교 교육을 통해 보고 배운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다면평가’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부모는 시설 좋은 ‘실버타운’으로, 보통은 ‘시립양로원’으로, 그리고 미흡은 ‘파고다공원’으로 내몰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 임명된 교육부총리에 대해 ‘예수’가 따끔한 충고를 했다. “이보게 미스터 윤!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게나. 자네는 한나라 교육의 본질을 다루어야 할 부총리라네.” ‘공자’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맞고요….” 

(吳聖三/건국대 교육대학원장)

덧붙이는 글 [시론] 윤덕홍 세대 걱정된다 ....... 吳聖三

대한민국이 교육부총리 인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자’와 ‘예수’가 자진 후보로 나섰다. 두 인물 모두 교육부총리감으로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공자’만한 인물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에 서양사회의 영향력을 지닌 ‘예수’가 더 적격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뜻밖에 훌륭한 두 인물을 추천받게 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자신있게 보고를 했다. 이번에야말로 하자가 없는 인물이 추천되었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가장 많은 항의 내용은 왜‘부처’가 후보에 빠졌느냐는 것이었고, ‘예수’나 ‘공자’모두 병역 미필자란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예수’의 경우 자식도 키워보지 못한 인물이 어떻게 한 나라 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리고 ‘공자’가 교육부총리에 취임하면 ‘서당’이 유행하여 사(私)교육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요즈음 대학가에 가장 모욕적인 언사가 “네놈, 교육부총리 추천이나 받아라!”는 표현이 돼버렸다. 해보지도 못하고 한평생 응어리로 남게 될 ‘대중의 난도질’을 개탄하는 말이다. 어쩌다, 어쩌다 ‘예수’도 ‘공자’도 감당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교육부총리 문제가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가. 

하기는 유독 교육부총리 문제가 불거지고 교육부 폐지론이 비등한 이유를 보면, 작금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교육부총리의 역할은 그리 엄청난 데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교육 수요자들의 견해를 물어 공동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과거 교육의 수장(首長)들은 목표와 방향설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일에 소홀했다. 더 중요한 실책은 본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 땅의 교육문제를 권력처럼 거머쥐고 일선 학교에 군림해 왔다는 사실이다. 요즘 성난 목소리로 행동에 나서는 학부모단체와 교육 관련 단체들의 요구와 기대는 대개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 대폭적인 권한을 위임해 주면 해결될 내용들로 여겨진다. 그리고 남겨진 대부분의 문제는 각자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내용들이기도 하다. 

공자와 예수가 낙마(落馬)한 이후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6일 교육부총리에 임명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입시를 뜯어고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과외를 받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5년 전 김대중 정부의 첫 교육부장관인 이해찬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것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던 그의 구세주 같은 발언에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위안을 느꼈던가. 이제 머지않아 ‘이해찬 1세대’와 ‘윤덕홍 1세대’의 학생 비교는 교육학 연구에 흥미로운 관심사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5060세대(50대와 60대)를 염려케 하는 그의 발언은 “교사가 교장을 평가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교육계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같다. 이제 학교 교육을 통해 보고 배운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다면평가’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부모는 시설 좋은 ‘실버타운’으로, 보통은 ‘시립양로원’으로, 그리고 미흡은 ‘파고다공원’으로 내몰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 임명된 교육부총리에 대해 ‘예수’가 따끔한 충고를 했다. “이보게 미스터 윤!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게나. 자네는 한나라 교육의 본질을 다루어야 할 부총리라네.” ‘공자’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맞고요….” 

(吳聖三/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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