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파 김치김규환
"진짜 전복은 살에 작은 구멍이 3개가 나 있어야 진짜배기지. 이 구멍은 그냥 보면 잘 안 보여. 여기 보이죠?"
"아, 예. 정말 3개네요."
"이 구멍이 있는 중앙부위에 영양가가 다 있지."
잔이 몇 잔 돌았다. 해넘이 구경에 손수 남의 차를 몰고 가야하는 터에 술을 맘껏 마실 생각을 버렸지만 따라주는 것까지 마다할 수는 없었다.
전복이 1/3 가량 남았을 때 잘라 둔 접시에 옅은 국물이 모였다.
"김규환씨 여기 국물 있잖소. 거무스름한 저 국물 마시면 전복 김기자가 다 먹는 거요."
"정말요?"
"마시면 떫은 맛이 있고 혀가 아르르 해질 것이구만…."
"후루룩~" 마셨다. 바닥만 동행 피디에게 마시라고 건네줬다.
이윽고 주인장께서 "여보 내장 좀 가져와봐요~"
무슨 내장이란 말인가? 이 작은 조개에 그냥 같이 따라 나왔을 걸로 알고 먹고 있었는데 내장이 따로 요리가 되어 나를 즐겁게 할 궁리를 하다니!
둥근 자그마한 접시에 전복 내장이 양파를 다지고 마늘을 빻아 넣고 참기름에 살짝 볶아져 나왔다. 마치 심장이나 콩팥 모양을 한 전복 내장은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띠었다. 내가 집에서 닭을 볶아 술안주로 즐기고 미역국이나 무국, 떡국을 끓일 때 쓰는 방식과 비슷한 요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