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가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

<새벽을 여는 사람들 3> 환경미화원 김달호씨

등록 2003.03.26 08:50수정 2003.03.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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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새벽 다섯 시. 골목길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 정리를 끝낸 김달호씨(48)가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는 모든 쓰레기를 중간 집하장으로 가져갈 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제 마지막 한 가지 일만 끝내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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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그는 금호 3가의 깨끗한 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미화원입니다. 벌써 14년째 이 일을 해왔고 금호 3가에서 일한 지는 4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가 일하는 데 필요한 건 장갑과 작은 손수레뿐입니다. 그럼 골목길 하나가 깨끗해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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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자식 둘이 있습니다.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큰 딸과 고등학교 2학년인 작은 아들입니다. 그는 그저 자식들이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고 자라면 그만이지 다른 건 크게 바라는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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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저녁에 나와 일을 하고 있으면 가끔 학원에 가는 아들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그럼 아들은 용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들에게 많은 용돈을 주지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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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걸음걸이도 빠릅니다. 계단이 아무리 많아도 금방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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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수레에 쓰레기가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서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겐 하나하나 모두 소중합니다. 그의 손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 사료로 이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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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바늘이 새벽 1시를 향해 갑니다. 그는 저녁 7시에 나와서 다음 날 7시까지 일합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작업량을 다하려면 그 시간으론 부족합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두 번입니다. 쉬는 날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습니다. 다른 일은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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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파른 골목길에서 손수레를 끌고 갑니다. 자칫 손수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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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달립니다. 음식물 수거 차량이 있긴 하지만 음식물 수거 용기가 골목마다 하나씩 있기 때문에 차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가 이렇게 하루 밤새 달리는 거리만 해도 20km는 족히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하지만 얇은 작업복 하나도 덥다고 야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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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음식물 수거 용기 움직이는 소리가 제법 큽니다. 그 소리를 못 견디고 뛰어나와 항의를 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주민들의 항의에 아무 소리 안합니다. 뭐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욕먹기 일쑤고 결국은 구청까지 항의가 들어가 시말서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약자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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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가장 힘들고 고된 일이라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불평이 없습니다. 그저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조금만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할 뿐 다른 일은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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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민들이 음식물은 꼭 규격봉투에 담아 버리고 재활용은 분리수거를 잘해서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을 그가 다시 하는 바람에 근무시간이 두 시간이나 더 늘어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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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날이 밝아옵니다. 버스도 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둘 보입니다.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올 무렵 그가 이제 하루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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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앉아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그가 잠시 앉아 깨끗해진 거리를 바라봅니다. 그의 올해 소망은 여느 해와 다름없습니다. 그저 내 몸 하나 건강해서 식구들 잘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께 바랍니다. 서민들이 편하고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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