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0

등록 2003.04.21 17:50수정 2003.04.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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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흘의 명을 받은 병사들은 칼과 도끼를 들고 고구려 사신들의 처소로 잠입했다. 마침 설력은 뒷간으로 일을 보러 나가있는 참이었는데 방으로 들어가려다 무기를 든 흉흉한 사람들을 보고선 놀라서 숨어버렸다. 짧은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구치를 비롯한 고구려 사신일행은 칼에 찔리고 도끼에 찍혀 죽었다. 설력은 홑바지 차림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줄행랑을 놓았다.

한편 부여에 사신으로 간 마리는 금와왕을 배알하기 전 먼저 저여를 찾아가 선물을 전하며 그를 구슬렸다.


"고구려의 왕은 이미 예전의 좋지 않은 감정을 다 잊고 있습니다. 다만 행인국의 왕이 이리로 와 양국의 분란을 조장할 지도 모르니 그 점이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저여는 마리가 내놓은 모피와 금붙이를 보며 기뻐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다.

"이제야 귀공이 부여의 실세를 알아보시는 구려. 그런 문제라면 간단하니 내가 잘 얘기하겠소."

다음날 그리 탐탁지 않은 표정의 금와왕을 마리는 배알하게 되었다.

"귀국이 행인국을 치고 그 땅을 취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마리는 공손히 답했다.

"고구려가 갓 나라를 세우고 마땅히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부여에 조공을 드려 인사를 해야함에도 행인국에서 이를 가로막고 이득을 취하려 함에 어쩔 수 없이 그 땅을 취한 것뿐이옵니다. 저희 주군께선 행인국의 왕 주자아를 예로서 모셨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다른 곳으로 가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금 먹은 놈이 물켜듯이 저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했다.

"폐하, 고구려가 이제 우리 부여에게 화친을 청한 이상 대국된 도리로서 이를 받아들임이 옳습니다. 더불어 주자아란 자가 부여에 발을 들여놓아 분란을 조장한다면 이를 엄히 다스려야 할 것으로 사려되옵니다."

금와왕은 저여의 말에 수긍하며 마리가 가져온 진상품을 받았다. 마리는 예부인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이미 예전에 오이가 거부당했던 바였고 모처럼 이어진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부여로 갔던 일은 잘 되었습니다. 주자아는 부여로 가지 않은 듯 합니다."

주몽은 일의 전말을 듣고서는 기뻐하며 예주의 안부를 물었다. 마리로서는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주몽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며 마리에게 물러날 것을 명했다.

'아마도 부여는 예주를 볼모격으로 잡고 있는가 보다.'

주몽은 어머니인 유화부인이라면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부담을 지우기는 싫었다.

"그런데 북옥저로 간 사신들은 왜 이리 늦는 것인가?"

마리가 부여에서 돌아온 뒤 한달이 지나도록 구치와 설력이 돌아오질 않자 주몽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설력이 상거지 꼴로 왕성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설력은 미처 의관도 갖추지 못한 채 누추한 차림 그대로 주몽 앞에 엎드려 일의 전말을 고했다.

"북옥저의 군장 미유흘이 우리를 업수이 여겨 저희가 폐하의 명성에 누를 끼칠까 두려워 그에게 강력히 태도의 불손함을 따졌습니다. 그러자 한을 품은 미유흘이 한밤중에 습격해 구치와 종자들은 죽고 하늘의 도움으로 저만 겨우 살아서 이렇게 돌아온 것입니다."

주몽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협부가 분개해하며 바닥을 쳤다.

"북옥저에서 주자아란 자를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소!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단 말이오!"

신하들은 모두들 북옥저를 정벌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오이와 마리의 의견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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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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