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1

등록 2003.04.22 17:58수정 2003.04.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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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옥저 따위에게 군사를 풀어 응징하는 일 따위는 간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부여의 동태를 잘 살펴야 할 것이옵니다."

"부여의 동태를 살피자니! 부여에서 왔다고 그 쪽 역성을 드는 것이오?"


소조의 말에 오이와 마리, 협부는 크게 화를 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머리가 있으면 잘 생각해 보란 말이오! 부여는 한나라에서도 경계하는 강국이오!"

주몽이 좌중을 진정시킨 후 오이에게 계속 말하기를 청했다.

"부여는 이미 예전부터 폐하를 탐탁찮게 여긴 데다가 행인국을 친 일로 인해 우리를 매우 경계하고 꺼려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북옥저를 친다면 필시 군사들을 보내 우리의 뒤를 치려고 할 것입니다. 우선 부여를 안심시킨 후에 병사들을 보내어 북옥저를 도모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조가 말도 안 된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어찌 우리가 군사를 일으키는데 부여왕에게 아부를 떨어야 하는 것이오? 그런 비굴함은 받아들이기 어렵소!"

비록 굴욕적인 외교수단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주몽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고구려가 예전에 비해 강해졌다고는 하나 한(漢)나라마저도 두려워하는 부여는 아직 고구려가 넘기에는 벅찬 산이었다.


그때부터 고구려는 정기적으로 사신을 보내는 한편 부여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을 풀어놓았다. 고구려가 북옥저 공격의 기회를 잡은 것은 그로부터 4년만의 일이었다. 그해 9월, 고구려의 사신을 맞아들이기만 했던 부여가 처음으로 사신을 보낸 것이었다.

"고구려왕께 문안드리옵니다."

부여사신 호추가 주몽에게 바칠 좋은 말들을 끌고 오며 문안인사를 올렸다.

"그간 고구려 사신이 매년 찾아와 저희 부여 주군께 문안을 드렸건만 공사다망해 응대를 못한 것을 심히 아쉽게 생각하옵나이다."

"괜찮소. 부여의 국왕께선 잘 계시오?"

주몽과 호추는 이런 저런 곁 도는 얘기를 나누다가 먼저 호추가 찾아온 목적에 대해 얘기했다.

"저희 주군께서는 고구려와 화친을 맺으시자고 하셨습니다."

주몽은 이미 사람을 풀어 그 해 부여에 흉년이 들어 민심이 나빠졌다는 얘기를 들은 바였다. 주몽은 더 이상 토를 달 것도 없이 부여의 사신에게 큰상을 내리고 부여와 화친을 맺었다.

"이제 거칠 것은 없습니다. 당장 군사를 풀어 북옥저에게 그간의 한을 풀고 주자아를 찾아내 화를 제거해야 합니다."

재사의 말이 없다 하더라도 주몽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주몽은 그간 비류국이 고구려와 합친 뒤로 절치부심 공을 세울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부위염에게 무골과 협부를 좌우 선봉으로 삼고 을소를 참모로 하여 삼천 병사와 함께 북옥저를 치도록 명했다.

"북옥저가 비록 약한 나라라고 하나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아니되오. 특히 북옥저 근방에는 사나운 야만인들이 살고 있다니 이 또한 유념하시오."

재사의 말에 부위염은 입을 굳게 다물고 힘차게 고개를 끄떡였다. 미유흘은 진군하는 고구려군을 저지하기 위해 각 촌락에서 긁어모은 병사 이천으로 맞섰다.

"네 놈들은 어찌하여 잔인무도한 방법으로 우리 고구려의 사신을 해쳤느냐? 내 그 죄를 물으러 여기까지 왔다!"

부위염의 노기에 찬 말에 미유흘 역시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놈들 같이 한낱 무뢰배집단에서 보낸 자들을 두고 어찌 사신이라고 칭할 수 있느냐!"

고구려군의 앞이 열리며 협부가 말을 타고 긴 자루 도끼를 휘두르며 뛰쳐나왔다. 북옥저에서는 장사 추율이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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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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