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할라계곡 석굴성당의 프레스코화홍경선
이렇게 웅장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곳의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낸다면 단 네가지 색이면 충분할 것 같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황갈색의 절벽과 푸른 숲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압축미는 인위적인 것으로는 재현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잠시 사방을 둘러보니 문득 중국 무협영화 <진가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청나라의 위협에 맞써 위구르인과 진가락이 힘을 합쳐 이를 물리치는 장면이었는데 그 격전의 장소가 이와 너무나 흡사했다.
청나라 군사들이 협곡에 들어오자 절벽 위에 매복해있던 위구르병사들이 돌과 화살을 퍼부으며 공격했다. 갑작스런 기습에 놀란 청군은 급히 말머리를 돌려 퇴각하지만 이미 퇴로를 막고 있던 진가락과 위구르인들에 의해 결국 전멸당하고 만다. 이는 중국 투르판의 고하고성 주변에서 촬영한 장면이었지만 이곳 이할라 계곡 역시 적의 침입을 물리치기에는 안성맞춤인 전략적 요지임에 틀림없다.
어느덧 트레킹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대여섯명의 꼬마들이 당나귀를 타며 놀고 있었다. 가끔씩 당나귀를 태워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돈을 요구하는데 생계유지보다는 그저 신나게 뛰어 놀다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하는 동심의 또 다른 애교로 보였다.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노천식당까지 향하는 길목에서 당나귀를 탄 녀석과 달리기 시합을 했다. 소년의 채찍찔에 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당나귀는 생각보다 빨랐다. 한참 뒤에야 도착한 나를 향해 먼저 도착한 녀석이 함박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