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16

선무곡의 위기 (1)

등록 2003.04.25 13:22수정 2003.04.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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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선무곡의 위기

"무림천자성은 전 무림을 상대로 천뢰탄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네. 이것이 좋지 않은 의도를 지닌 악당들의 손에 들어가면 자칫 대규모 살상이 일어날까 저어된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였네. 하지만…"
"하지만 뭐죠?"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내세운 이유일 뿐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것이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회옥은 얼핏 이해할 수 없었다.

"천뢰탄은 가공할 위력을 지닌 물건이네. 현재 무림천자성이 전 무림을 지배하다시피 한 것도 바로 이것이 있기 때문이지. 물론 막강한 금력과 무적검도 한몫을 하긴 했지."
"……!"

이회옥은 이 대목에서 화담의 말에 동의하였기에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았다.

"천뢰탄은 지상 최강의 병기라 하는 무적검도 한 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물(魔物)이네. 따라서 누군가 무림천자성을 천뢰탄으로 공격하면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지. 그렇기에 다른 문파가 천뢰탄을 지니게 되는 것을 극력 저지하려는 것이네."
"무림천자성에도 많은 천뢰탄이 있잖아요."


"그렇지. 아마 전 무림을 통 털어 가장 많은 천뢰탄을 지니고 있을 것이네. 그러면서도 다른 문파에서 천뢰탄을 만들려고 하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방해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천뢰탄으로 박살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네."
"으음! 완전 도둑놈 심보군요."

"그렇네. 나는 가져도 되고 남들은 절대 가지면 안 된다는 개 같은 심보지. 조선에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놀부라는 나쁜 놈이 있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악질적인 놈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게야. 현재의 무림천자성은 놀부보다도 나쁜 놈이네. 그 가운데 성주인 구부시라는 작자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놈이지."
"예에? 무림천자성의 성주가 정신이 나갔다고요?"


"그렇네. 놈은 살생에 미친놈이네. 한마디로 전쟁광(戰爭狂)이야. 얼마 전 아부가문을 박살냈다는 소리는 들어보았을 것이네."
"예! 이곳에 오는 동안 그 소문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애꿎은 피해를 당한 것인지도 모르네. 어떤 사람들은 무림천자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던 세무각을 박살낸 것도 자작극일지도 모른다고 하네."
"예에…? 설마요?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리고 죽은 사람들 모두가 무림천자성 사람들이잖아요."

"잘 들어보게 노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였으니."
"으음!"

이회옥은 과연 다음에 어떤 말이 나올까 싶어 긴장하였다.

"전쟁광인 구부시에게는 전쟁을 일으킬 빌미가 필요했네. 그런데 빌미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럼, 빌미를 만들기 위해 꾸민 짓이란 말이에요?"

"그렇지! 철룡화존 구부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키고도 남을 인물이네."
"에이, 설마요…?"

이회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은 자들은 모두 무림천자성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있어 자신의 수하를 그같이 죽이려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허허! 설마가 사람 죽인다는 말도 못 들어 보았는가? 그들은 성주 일가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전한 남이네. 그러니 그들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을 것이네."
"으으음!"

이회옥은 깊은 침음성을 터뜨렸다. 화담의 말이 맞다면 천하에서 가장 정의롭다는 무림천자성의 성주 철룡화존 구부시가 악의 화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에서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별다른 조사도 없이 흉수가 아부가문의 전사들일 것이라고 만천하에 공포하였네. 그리고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보복은 뒤로 미룬다고 하였네. 이 말은 들어본 적이 있지?"
"예! 그건 소생도 들어 보았습니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혹시 오해를 하면 애꿎은 희생자가 생길 수 있으니 완벽하게 증거를 수집한 후에야 반격한다하여 전 무림인들이 무림천자성을 칭송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습니…"

이회옥의 말은 중도에서 끊겼다. 화담의 냉소가 끊은 것이다.

"흥! 그건 거짓이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무림천자성은 거의 즉각적으로 아부가문의 소행이라고 하였네. 그리고는 증거를 제시하려다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

화담의 말을 들어보니 과연 왜 그랬을까가 궁금해진 이회옥은 귀를 쫑긋 세운 채 화담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에 폭발이 일어난 곳은 세무각 칠 층이었네. 일설에 의하면 그 아래층에 아부가문의 소행인 것처럼 꾸며놓았다고 하네."
"그게 정말인가요?"

이회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세무각이 폭파되면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그 증거도 같이 사라졌다고 하네. 그래서 그걸 다시 조작해내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발표를 한 것이네."
"으으음!"

"이번에 아부가문을 공격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짓이라면서 내 놓은 증거는 하나도 결정적이지 않았네. 누가 봐도 심증은 가되 물증은 없었다는 이야기지.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네. 아부가문에서 일으킨 일도 아닌데 그렇게 만들려고 하였으니."

"좋아요, 그건 그렇다고 쳐요. 그런데 강호에는 수많은 문파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왜 아부가문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확실히 박살낼 수 있으니까."

화담의 어투는 자신의 말을 확신한다는 듯 단호하였다.

"으으음!"
"무림천자성에서는 엄청난 수효의 정의수호대원들을 투입하였네. 그러고도 작전에는 실패하였지. 아부가문의 문주인 금금존자 오사마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네."

"정말요?"
"그렇네. 미리굴에 은신을 하면 설사 신이라 할지라도 찾기가 어렵네. 무림천자성이 상대를 잘못 택한 것이지. 그래서 무림천자성은 전쟁을 일으킬 다음 목표를 선정 중이네."

"다음 목표요?"
"그렇네.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 희생양을 찾는 것이지. 그중 하나가 월빙보(月氷堡)이네."

"월빙보라면? 혹시 흑염수사(黑髥秀士) 후세인(侯世印)이 보주로 있는 그 문파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네. 지난 수년간 무림천자성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통로를 봉쇄당하여 갖은 어려움을 다 겪은 곳이지."

"으으음!"
"그들이 왜 목표가 되었는지 아는가?"

"글쎄요?"
"공격을 해도 반격할만한 마땅한 병기도 없으며, 미리굴 같은 천혜(天惠)의 험지(險地)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지."

"무슨 말씀이신지요?"
"사람들은 마도문파인 월빙보에 가공할 위력을 지닌 병장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실제로 그렇지 않나요? 소생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아니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림천자성이 그렇게 믿도록 헛소문을 흘린 때문이지. 노부가 알기론 월빙보에는 변변한 병기가 없네. 그러니 반격을 해도 피해가 적을 것 같으니까 공격하려는 것이지."

"으으음! 그럼 무림천자성은 철저히 힘없는 문파만 골라 공격한다는 말씀이신가요?"
"허허! 이제 깨달았군. 그렇네. 자네는 그들이 개파대전을 하면서 내건 기치가 무림의 평화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것은 알지?"

"그럼요. 그래서 강호에 파견한 제자들을 정의수호대라고 부르잖아요."
"좋네! 그럼 공공연하게 마도와 사파 무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럼요! 그래서 정파무림인 칠파일방과 명문세가들 모두가 무림천자성과 동맹을 맺었다고 하잖아요."

"좋네! 그렇다면 마도 최강의 문파인 일월마교와 화존궁과 전쟁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무림천자성의 주장대로라면 천하의 평화와 정의를 해치는 자들의 수괴가 바로 그들이네. 그들만 없애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네. 안 그런가?"
"그, 그건…!"

이회옥은 너무도 옳은 말인지라 일순 할말을 잃었다.

"그런데도 그들을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아뇨."

"맞서 싸우면 무림천자성도 심각한 손상을 입게되지. 무적검과 비슷한 성능을 지닌 병기가 있기 때문이네. 만일 천뢰탄으로 공격하면 화존궁과 일월마교 역시 천뢰탄으로 대항할 것이네. 그럼 무림천자성도 박살나는 거지. 그래서 그들과는 가급적 충동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네."
"으으음! 그랬군요."

이회옥은 갈수록 무림천자성에 대한 호감이 깨지는 것을 느끼고 자탄의 침음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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