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제비꽃김자윤
잔인한 달 4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4월이 잔인한 달인 이유는 '모든 생물이 다시 깨어나는 계절이고 다시 깨어나는 일은 잔인할 정도의 아픔이 존재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어느 분이 제게 말해줬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4월에는 모든 생물이 깨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역동적인 변화와 다양한 아름다움은 우리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4월에 촬영한 들꽃이 아직도 많이 쌓여있는데 벌써 5월입니다.
지난 4월 26일(토요일) 퇴근하자마자 선암사를 찾았습니다. 꽃들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바쁜 마음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자마자 앙증맞은 콩제비꽃이 보입니다. 그 흔한 콩제비꽃을 들꽃사진을 찍기 전에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조금 더 가니 처음 보는 참꽃마리가 보입니다. 꽃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자 환상적인 참꽃마리 군락지가 숨을 멎게 만듭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서둘러 가다보니 뱀딸기꽃, 점나도나물, 꽃마리, 논냉이, 자주괴불주머니, 양지꽃, 흰젖제비꽃, 벼룩나물, 자운영, 냉이 등이 같이 어울려 저마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마냥 있을 수는 없어 서둘러 길을 재촉하니 또 부도 밭에서 솜방망이가 부릅니다. 그냥 가려고 했더니 애기나리가 있습니다.
독한 마음으로 붙잡는 꽃들을 뿌리치고 겨우 일주문을 지나는데 벌깨덩굴과 화려한 흰색의 꽃 미나리냉이가 부릅니다. 서둘러 찍고 일어서는데 윤판나물이 쳐다봅니다. 불편한 자세로 열심히 찍고 있는데 카메라 바테리가 떨어져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던 집사람이 어서 오라고 소리지릅니다. 예감이 이상해 서둘러 가보니 화려한 매미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정신 없이 찍고 있는데 해가 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일주문에 도착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데 병꽃나무와 팥배나무 그리고 철쭉이 부릅니다. 돌아가는 길가 논에는 자운영이 화려한 양탄자처럼 깔려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