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이슬람 제단홍경선
이렇게 이스탄불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잠마져 못이루고 있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나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차창 밖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바로 유럽과 아시아대륙 사이에 자리잡은 보스포서스 해협(BOSPHORUS STRAITS)이었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과거 지중해와 흑해간의 거의 모든 상거래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38000여척의 배들이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고 하니 주요 국제무역항으로써의 모습은 여전한가보다. 버스는 두 대륙을 잇고 있는 왕복 6차선의 파티흐 술탄 메메드 대교(The Fatih Sultan Mehmed Bridge)를 건너기 시작했다. 드디어 실크로드의 종착지에 들어선 것이다.
차창 밖의 푸른 바다위로 아침의 나른한 햇살이 슬며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수면위로 드러난 육지에는 거대한 모스크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날카로운 자태를 드러낸체 하늘높이 뻗어있는 뾰족한 첨탑들은 이슬람 국가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고 있는 듯 했다. 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현대문명의 자동차들이 경적소리를 내자 버스안의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창밖에 펼쳐진 뜻밖의 풍경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자고 일어나니 또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자 아침의 고요함은 금새 사라져 버렸다. 한밤의 잠에서 깨어난 공존의 도시 이스탄불은 그렇게 멋들어진 모습으로 쾡한 눈의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샤워를 했다. 시원한 물줄기가 온몸을 적셔오자 지난 밤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이스탄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존하는 역사의 장 '이스탄불'의 향기는 역사지구에서부터 불어오기 시작했다. 향긋한 문명의 향기에 이끌리는 발걸음을 따라가니 붉은 건물위로 거대한 둥근 돔이 나타났다. 이스탄불 역사의 산증인이자 그리스정교의 총본산이며 비잔틴 건축의 압권으로 손꼽히는 '성 소피아 성당'이었다.
성스러운 지혜란 뜻을 지닌 '성 소피아 성당'은 찬란했던 비잔틴 제국 문명의 결정체였다. AD 325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에 의해 그리스정교의 총본산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지어지기 시작한 이 건물은 이후 AD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완성되었다. 100명의 감독관과 1만명의 공인이 동원되어 완성한 이 건물은 당시만에도 역대 최고의 아름다움과 최대의 크기를 자랑했다. 지금도 세계의 교회 중 4번째(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런던의 성 바울로 성당,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로 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