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85

등록 2003.05.12 17:41수정 2003.05.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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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자신의 옥지, 구추와 함께 아버지의 흔적을 쫓아 표식을 찾기 위해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사실 옥지와 구추는 유리의 심경이 변화한 것이 신경 쓰일 따름이었지만 겉으로는 같이 고민해 주는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조가 뒤늦게 나타나 유리에게 짜증난 투로 얘기했다.

"아니 형님! 방금 마가를 만나고 오는 길인데 일을 빨리 처리해 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말을 안 들으면 우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했는데…"


유리는 버럭 화를 내며 도조를 쥐어박았다.

"야, 이 녀석아! 지금 그딴 게 문제냐! 아버지가 남기고 간 물건을 찾아내어 고구려로 가야 된단 말이야!"

"예? 고구려요?"

도조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자 구추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런 거라면 고구려왕이 살았던 옛집을 뒤져보면 되지 않을까요?"


"뭐? 거기가 어디야! 당장 가자!"

유리가 급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도조를 잡아 흔들었다. 도조는 유리를 진정시킨 후 한숨을 돌린 뒤 얘기를 계속했다.


"형님, 나도 어딘지는 모르고 그냥 들은 얘깁니다. 그런데 마가가 우릴 가만 안 둔다는데…"

유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저자거리로 향했다. 그리고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잡고 고구려왕의 옛집이 어디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답대신 무뢰한으로 소문난 유리 패거리를 보고선 슬금슬금 피하기만 했다.

"야! 도대체 그 얘기는 어디서 들은 거야?"

도조는 유리의 화난 모습을 보며 우물쭈물 거리며 얼버무렸다.

"그게 저… 저도 오다가다 들은 얘기라서."

유리는 화가 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사람들은 마치 호랑이라도 만난 듯이 유리를 보면 멀찍이 돌아 걸어갔다. 길거리에 웅크리고 앉은 거지노파가 이들을 보더니 한마디를 해주었다.

"주몽이 집은 저 길로 곧장 가다가 왼쪽으로 빠지면 있어. 거긴 아무도 안 살아."

"예? 할머니 뭐라고 했소?"

아버지의 이름이 '주몽'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유리는 어리둥절해 노파에게 되물었다.

"야 이놈아 젊은 놈이 귀가 먹었어 아니면 지 애비 이름도 모르는 거야? 주몽이네 집은 저 길로 곧장 가다가 왼쪽으로 빠져 아무도 안 사는 집을 찾으랬잖아."

유리는 그제야 '주몽'이 자기 아버지의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

"거 할머니, 말씀은 고맙지만 말투가 영 고약하오."

"이놈들아 네놈들이 더 고약하지. 엄한 사람 붙잡고 물어보지 말고 어여 가봐."

"그런데 이 할미가 형님을 몰라보고…"

구추가 인상을 쓰며 노파를 위협했지만 유리가 이를 제지하며 구추를 꾸짖었다.

"야 이놈아! 어르신에게 그 무슨 행패냐! 정중히 대해드리지 못하냐?"

갑작스런 유리의 변화에 구추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노파에게 사과를 한 후 유리를 따라 나섰다. 유리가 어찌나 서두르는지 그 뒤를 사람들이 몰래 따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지경이었다.

"여긴가 보군."

유리 패거리들이 도달한 곳은 다 쓰러져 가는 폐가였다. 유리는 급히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고 옥지, 구추, 도조도 속으로 투덜거리며 고구려왕이 남겼다는 '증표'라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형님! 형님! 찾았습니다."

유리는 옥지의 말에 기뻐 뒤를 돌아보았지만 옥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질그릇으로 만든 요강이었다.

"야 이 녀석아! 이게 무슨 놈의 증표냐!"

유리는 요강을 빼앗아 옥지의 머리에 내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요강은 깨졌지만 옥지는 멀뚱히 유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실 옥지의 머리는 단단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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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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