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은 연출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재미"

[인터뷰] <조통면옥>, 연출 겸 배우 민복기

등록 2003.05.13 16:11수정 2003.05.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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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통면옥> 포스터

<조통면옥> 포스터 ⓒ 공연기획 이다

7천만 겨레 어느 누구도 통일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속내를 하나씩 하나씩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각기 이해관계가 얽혀 남북통일은커녕 의견 통일도 어렵다.

당파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에 대한 야당의 딴지걸기가 그러하다. 야당도 평화와 통일이 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획득이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예스' 하지 못하고 발목만 잡고 있다.


통일에 관한 유쾌한 우화극 <조통면옥>은 통일을 명목으로 이권을 챙기려는 쥐새끼 같은 인간들과 옥화라는 순진한 처녀를 대비하여 통일을 방해함으로써 목숨을 연장해 살고 있는 쥐새끼 같은 인간들을 풍자하고 있다.

통일에 관한 관심을 무대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해 온 극작가 오태영씨의 작품으로 99년에 <통일익스프레스>(이상우 연출)로 공연된 바 있다. 이번에 '생연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조통면옥>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민복기씨 연출로 재공연하게 됐다.

5월 8일 <조통면옥>이 공연되고 있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출을 맡은 민복기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 <조통면옥>은 어떤 연극인가?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이다. 이 연극의 내용은 이쪽, 저쪽이라는 두 쪽으로 갈라진 나라의 분계선에 '조통면옥'이라는 이쪽 저쪽 사람들을 왕래시키는 쥐구멍 같은 비밀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a 연출 민복기

연출 민복기 ⓒ 한상언

- 배우 겸 연출을 하고 있는데

"캐스팅을 하는 단계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다. 주연을 하기로 했던 배우가 갑자기 인대가 다치는 사고가 났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을 알아봤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주연을 하게 됐다. 대표님(연출가 이상우)의 권유도 있었다. 주연 배우 겸 연출을 하는 경우가 국내 최초일거라는 말에 속았다."


- 연극계의 팔방미인으로 알고 있다. 배우와 연출 중 어떤 것이 더 애착이 가는가?

"나름대로 다 재미있다. 연출은 연출대로 재미있고 배우는 배우대로 재미있다. 연출은 비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연기는 희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연출할 때는 슬프다는 느낌이 많고, 연기할 때는 즐겁다는 느낌이 많다. 이것은 '재미있다' '재미없다' '좋다' '나쁘다'의 그런 것이 아니다. 둘 다 좋다."

-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연출을 하면서 배우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조연출 분들에게 자문을 구한다든지 아니면 비디오로 찍어서 비디오로 전체를 봤다. 연습을 들어가기 전에 이미 대본은 많이 읽어서 나름대로 그림은 가지고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많이 바뀌더라."

-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을 내가 직접 실연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떤 배우가 하고 싶었던 것을 내가 먼저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 연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었는가?

"일단 팀웍, 앙상블 그리고 코미디니까 어떻게 하면 관객이 즐거워할지 그런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이 연극이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반면에 희곡은 그것을 가볍게 다른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우리가 거기에 상상력을 덧대고 관객이 이렇게 들어왔을 때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벼움, 즐거움, 코미디, 웃음 이런 것을 많이 가미하고 있다."

a 연출 민복기

연출 민복기 ⓒ 한상언

- 극단 차이무는 재미있는 연극을 하는 극단으로 알려져 있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이 연극 같은 경우는 차이무에서 작업을 안 했던 친구들도 몇몇 들어왔다.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게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이 의도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공연 들어가기 전 구호가 '놀자, 놀자, 놀자'이다. 차이무 스타일이 대본을 받을 때 대본에 눌리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고, 몸에 익히고 자연스럽게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는 마음으로 연극을 한다. 그런 즐거움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극에 치이지 않고 스스로 어떻게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그런 것을 같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느끼도록 노력한다."

- 희곡 자체가 시의성을 풍기고 있다.

"소떼 같은 경우는 99년 초연 당시 그때의 시의성이 들어가 있다. 그때는 이것이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희석됐다. 이 연극이 시대성과 안 맞아 고민을 했다. 그런데 어차피 이 연극은 우화이다. 그래서 그게 꼭 소떼든 개떼든 닭떼든 상관없이 그것 자체에 치우치지 말자 생각했다. 그래서 더 우화적으로 풀었다."

- 무대가 재미있다. 구멍이 많은데.

"무대는 초연때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쥐새끼들이 사는 세상이다. '잘 보면 보입니다'라는 말처럼 쥐새끼들이 지하라든가 음침한 곳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다. 쥐새끼 같은 세력이다. '옥화'라는 통일을 바라는 세력을 이용하는 그런 쥐새끼들이다. 여기는 쥐새끼 같은 사람들이 사는 쥐구멍 같은 쥐 굴 같은 공간이다."

- 내년에 직접 쓰고 연출하는 작품이 있다고 들었다.

"<양덕원 이야기>라는 희곡이 있다. 내용은 어떤 아버지가 돌아가실려고 하는데 3일이면 돌아가신다는 분이 한 달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도 안 돌아가신다. 그래서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자식들이 하나도 안온 상태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이야기이다.

이 연극은 귀경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자식들은 시골을 동경하고 시골에 살고싶다고 하면서도 늘 서울에 와야만 생활이 된다. 어디 놀러 갔다가도 꼭 서울로 다시 올라가고 어디 돈벌러 간다고 해도 서울로 간다. 이런 자식들을 둔 아버지와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년 생연극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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