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36

찌를 때와 후려칠 때 (1)

등록 2003.05.19 12:42수정 2003.05.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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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찌를 때와 후려칠 때


"야아압! 운룡파철(雲龍破鐵)!"
쐐에에에엑! 채챙! 채채채챙!


"으윽! 으으으윽!"
"어맛! 공자님, 이번엔 왼쪽이에요. 아악! 어서요."
"알고 있소. 운룡포연(雲龍捕燕)! 운룡파철!"

쓔아아아앙! 채채채챙!
"으으으윽! 으으으윽!"

이회옥의 봉이 허공을 그을 때마다 예리한 파공음이 터져 나오면서 동시에 금속성과 나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낱 나무로 만들어진 봉과 지상 최강의 병기이자 무림천자성의 자랑인 무적검(無敵劍)간의 대결이었다. 다시 말해 나무와 쇠의 격돌이었다. 그것도 단단하기로 천하제일인 쇠와의 대결이다.

그런 데다가 검은 이십여 자루이고 봉은 달랑 하나뿐이다. 수적으로도 현저하게 밀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회옥이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상대의 공격에 따라 후려치는 초식인 운룡파철과 찌르는 초식인 운룡포연을 적절히 시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봉과 검의 날이 격돌하면 설사 단단하기로 이름난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잘려나가는 것이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검의 날[刃] 부분을 피해 반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공 면에서 정의수호대원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으면서도 이럴 수 있었던 것은 예리한 안공(眼功)도 한몫 했다.

청룡무관에 있을 때 불과 일 각만에 일천여 개의 못을 박아 넣던 실력을 닦아 둔 바 있었다. 또한 허공을 날아다니는 파리를 압사(壓死)시킬 능력을 배양한 바도 있었다.

이것은 단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어디에, 무엇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가늠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십여 자루에 달하는 무적검이 수없이 쇄도하고 있건만 이를 척척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진짜 이유는 청룡갑으로 단련된 근육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공이 부족한 대신 거의 신력(神力)에 가까운 엄청난 근력이 있기에 내공 실린 검을 격퇴할 수 있는 것이다.

봉이 무적검과 격돌하는 순간마다 정의수호대원들은 손끝이 저리다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물러서고 있었다. 하여 이회옥에게 적지 않은 내공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아무튼 검을 밀어내기에 급급하였기에 그 정도이지 만일 이회옥에게 조금만 더 실전 경험이 있어 끊어 치는 수법을 사용하였다면 제아무리 정의수호대원이라 할지라도 무적검을 놓치거나 아예 무적검이 박살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현재 이회옥은 질풍의 등에 올라탄 채였다. 그런 그의 뒤에는 조연희가 마치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정의수호대원들의 공격에 수 없이 아슬아슬한 순간을 지낸 이회옥이 여유를 찾은 것은 개전 된지 불과 일 각만이었다.

유달리 영민한 두뇌를 타고난 덕에 금방 실전 요령을 깨우친 것이다. 이후 조연희에게 어서 말에 올라타라고 고함을 쳤다.

상황을 봐서 도주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타고 있는 질풍이 아닌 노도(怒濤)에 올라타라는 의미의 고함이었다.

그녀가 말에 올라탔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의수호대원들을 한쪽으로 유인하고 휘파람을 불 생각이었다. 그러면 노도는 미친 듯이 질주할 것이다. 그렇게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질풍을 몰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노도에 올라탈 수 없었다. 혼전이 벌어지면서 노도가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할 수 없이 질풍을 몰아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야말로 생과 사를 가늠하는 간발의 차이를 수 없이 겪어야 하였다. 이런 가운데 이회옥은 그녀를 태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십여 정의수호대원들 모두는 결코 약하지 않은 무공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사실은 이럴 수 없는 일이다.

이회옥이 벌써 당해도 당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된 것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리준구인 질풍 때문이었다.

이회옥은 소성주가 친히 임명한 순찰이다. 따라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를 죽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자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올라 탄 질풍도 문제였다. 그것은 상급 기관인 철마당 소유이다. 그리고 그것은 차기성주에게 좋은 망아지를 바치기 위하여 일천이백여 대완구 중에 고르고 고른 말이다. 그렇기에 흠집 하나 내서는 안될 귀하신 몸이었다.

오죽하면 질풍과 노도를 지키기 위하여 정의수호대원을 넷이나 배치하였던가! 따라서 정의수호대원들은 공격은 하되 질풍이나 노도의 털끝이라도 상하게 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공격이 신랄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실전 경험이 전무한 이회옥이었지만 한 자루 봉을 휘둘러 이십여 무적검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앗! 공자님, 우측이에요. 어서요."
"알았소. 야아압! 운룡포연! 운룡파철!"

쐐에에에엑! 쓔아아아앙! 채챙! 채채채채챙!
"으윽! 크으윽! 으으으윽!"

우측에서 쇄도하는 세 자루 검을 밀어냄과 동시에 이회옥은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그와 동시에 질풍과 노도는 기다렸다는 듯 앞발을 크게 들더니 이내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휘익! 휘이이이이이이이익!"
히힝! 히히히히힝!

다가닥! 다가닥! 두두둑! 두두두둑!
"아앗! 놈이 도주한다. 어서 말을 세워라! 어서!"

"안 돼! 말은 건드려서는 안 돼! 젠장, 모두 물러서! 어서!"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두두두두두!

선무분타는 지리적 입지가 매우 좋은 곳이다. 평탄한데다가 시야가 탁 트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광활하다면 광활한 곳이다.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는 만에 하나 선무분타를 공격하려는 무리가 있다면 이를 사전에 적발해 내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두 마리 대완구는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다.

한편 검을 휘두르며 이회옥을 공격하려던 정의수호대원들은 질풍이 앞발을 번쩍 치켜들자 본능적으로 뒤로 피했다.

고수라 하더라도 대완구처럼 덩치가 큰 말에게 채이면 적지 않게 고생하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코 임무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즉각 무적검을 휘두르며 다시 쇄도하려는 몸짓을 한 것이다.

경황 중이었지만 이것을 본 백안무발 하보두는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다치면 자신이 경을 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한 때문이다.

"멈춰! 당장 멈춰라! 멈추라니까!"

내공실린 하보두의 사자후에 전각의 기왓장이 들썩일 정도였다. 이와 동시에 정의수호대원들의 공격은 일제히 멈췄다.

같은 순간 이회옥과 조연희를 태운 질풍은 그야말로 질풍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 바로 뒤에는 노도가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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