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카프궁전 입구홍경선
이스탄불에서 술탄 메메드 2세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톱카프궁전(Topkapi Palace)'이라 할 수 있다. TOP(대포) KAP(문) SARAYI(궁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오스만제국 역대 25명의 술탄들이 거처했던 궁전이자 행정 중심지, 최고의 군사적 요새였다. 15세기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약 400여년간 오스만 제국의 역사와 함께 했던 '톱카프궁전'은 1475년 술탄 메메드 2세의 명에 의해 처음 건설되어 그 후 4세기 동안 여러 술탄들에 의해 확장되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높고 평평한 곳에 위치하며 1400미터에 달하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궁전은 전체 면적이 약 70만 평방미터에 달하며 크기 면에서는 바티칸의 두 배, 모나코의 절반에 달한다. 한때 술탄과 그 가족 외에도 5천명이 넘는 시중들과 군사, 관료들이 거주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와 번영을 자랑하던 이곳은 그 규모와 크기로 볼 때 중국의 자금성과 견줄만 하다.
성 소피아 성당의 뒤쪽으로 쭉 뻗은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정문에 도달한다. 이 문을 통해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와 함께 넓고 긴 '제1정원'이 나온다. 짙은 수목으로 무성한 이 정원의 오른쪽에는 부대 막사와 주차장, 궁전병원 등이 있고 왼쪽에는 성 이레인 교회가 있다. 정원을 가로질러 매표소를 지나면 궁전의 2번째 정문인 예절의 문이 나온다. 오스만제국 시대에 술탄과 술탄의 모후를 제외한 나머지 재상들은 모두 내려 경의를 표한 후 지나가야 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궁전나들이가 시작된다. 1478년 술탄 메메드 2세에 의해 건축된 이 문은 양쪽에 두 개의 첨탑이 세워져 있는데 꽤나 인상적이다. 마치 궁전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압도하듯 하늘 높이 뻗어있다. 특히 왼쪽의 탑은 오스만제국 시대에 범죄를 저지른 고위 관리들의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문을 통과하면 플라타너스와 푸른 잔디가 멋들어지게 조성된 '제2정원'이 펼쳐진다. 언뜻 보기에 공원 같은 이곳은 오스만제국 시절에는 많은 동물들을 사육했다고 한다. 정원의 입구에는 궁전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는데 벽에 붙어 있는 지도는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 했다. 16세기 세게 최고의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오스만제국은 1281년 성립된 이후 1354년 유럽에 진출하여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함으로써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16세기에는 에게해와 흑해를 차지하였고 에디오피아, 중앙아프리카, 예멘, 크리미아를 점령하였으며, 유럽의 비엔나까지 그 영토가 확장되었다. 이와 같은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톱카프궁전의 모습은 장대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넓이 130m, 길이 160m에 달하는 이 정원의 오른편에는 부엌이 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부엌안은 그리 낯설지 않은 우리네 아궁이와 비슷한 기구를 비롯하여 갖가지 요리기구들로 가득했다. 매일같이 궁전에 거주했던 5000여명의 하루 세끼 15000명분의 식사를 책임져야 했으니, 그 규모가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부엌 건물의 한쪽에는 세계적인 도자기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