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바람, 태양이 대안이다!

프란츠 알트, <생태주의자 예수>

등록 2003.05.22 15:19수정 2003.05.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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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정부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을 놓고 무던히도 골머리를 앓는가 보다. 지금까지 내가 신문에서 "핵폐기물 처리장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는 식의 광고를 본 것만도 벌써 여러 차례 된다. 이런 광고에는 어김없이 해당부처만이 아닌 각 부처 장관들 이름까지 등장하여, 국민들에게 읍소하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핵발절소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보노라면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에너지 대책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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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진

환경단체들이 그토록 줄기차게 반발하고 있건만, 정부는 왜 그리 시대착오적 "핵발전소"만을 고집하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그러고도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돈을 좀 더 들이더라도 대체 에너지 개발에 온 힘을 쏟아야할 텐데 그런데 투자하기는 아까운가 보다.


알다시피 미국의 일방적 침략전쟁이나 다름없는 지난 아프간 전쟁이나 이번 이라크 전쟁 등은 사실상 모두 석유, 가스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이었다. 그만큼 한정되어 고갈돼 가는 현재의 화석 에너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석유는 40년, 석탄은 100년, 우라늄은 45년의 수명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석유나 우라늄 같은 화석 에너지에 이대로 절대 의존하다가는 얼마 못 가서 나라의 경제가 파탄에 이를 게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시급히 서둘러야 할 시점인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205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현재 추진중이라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독일의 생태 언론인 프란츠 알트의 최근작인 이 책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해줄만한 놀라운 책이다. 저자는 독일 남서방송 SWF에서 정치시사프로그램을 맡아 오랫동안 진행했고, 적극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통해 독일의 환경상 '골덴네 슈발베'(1992)와 '유럽 태양상'(1997)을 수상했으며, 지난 4월에는 에너지 대안센터(energyvision.org) 초청으로 국내에도 방문한 적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지금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일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가 외치는 표어는 루소가 말한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전진!"이다.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차지하려고 골몰하지 말고, 이미 풍부하게 주어져 있고 특정 국가의 독점도 거의 불가능한 물, 바람, 태양, 바이오 매스 같은 에너지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이는 뜬구름 잡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은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무한한 에너지가 태양 에너지임을 일찍부터 알고서 그에 대한 개발을 서둘러왔다고 한다. 그 예로 일본은 20세기 말에 이미 200만 개의 태양열 지붕을 보급시켰고, 독일은 약 30만개에 이르며, 미국 정부도 앞으로 태양열 지붕 100만 개 프로그램을 현실화하려고 진행중이라고 전한다.


한편, 노르웨이, 아일랜드, 가나 같은 나라는 전기의 거의 100%를 수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가동되는 풍차들은 이미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보면, 재생 에너지가 단지 보조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대체 에너지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현재 대만정부의 풍력 발전에 관한 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대만은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로 50%를 전환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생각 있는 선진국들은 이토록 급속히 변화하고 있건만, 우리는 안일하게 화석 에너지에 기대고 있는 꼴이다. 이러다가는 만년 에너지 식민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책을 그냥 제목만 보고 종교서적으로 취급해 버릴까 걱정된다. 그러면 큰 오산이다. 비록 저자가 생태주의자 예수가 전한 메시지를 기축으로 오늘 우리의 생태적 비전을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의 내용은 지금 우리 삶에 아주 밀착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지금 세계는 하루에 150여 동식물을 멸종시키고, 6050만평의 사막을 만들어 내며, 1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미친 행진을 막고 자연과 인간이 평화 할 때만이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저자의 기본 생각이다.

그가 제안하는 물, 바람, 태양, 바이오 에너지 등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지구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선택의 여지 또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분 좋은 일은 이러한 에너지는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청구서를 보내지 않으며, 노동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을 살린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생태적 윤리, 정치, 경제와 우리 삶의 영성화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생태주의자 예수

프란츠 알트 지음, 손성현 옮김,
나무심는사람(이레),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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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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