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아뿔싸. 이일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것이며, 앞으로 박00 사모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나는 어쩌다 아내와 싸우게 되면 꼭 밖을 살피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은 그 사건이 있고나서 얼마 안지나 박00 사모네가 다른 데로 이사를 갔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그 사건을 남에게 발설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건 순전히 박00 사모의 처분에 맡겨둘 뿐입니다. 지금도 박00 사모는 나를 볼 적마다 웃는데, 그때 그 사건을 생각하고 웃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로서는 탁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애매한 게 표정관리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후일담이지만 아내는 요즘도 지갑에 내가 써준 각서를 무슨 소중한 보물지도라도 되는 것처럼 갖고 다닙니다. 어디 한 번 보자고 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걸 비장의 무기로 써먹을 모양인데 그게 무슨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준 증표라고 생각하고 각서에 대해 불만을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 | 목사님이 이실직고를 하시니 저도 털어놓겠습니다 | | | | 목사님이 이실직고를 하시니 저도 털어놓겠습니다. 제가 그날 엿들을 라고해서 엿들은 것이 아니라 은빈이 책을 배달해주러 갔었을 겁니다. 제가 도착했을 당시 아마도 크라이막스였나 봅니다. 박00! 이름이 되게 크게 들리는데 제가 어떻게 안 듣겠습니까. 순간 저도 무척 화가 나고 억울하더군요.
사모님도 판단력이 있고 생각이 있는 분인데 내가 꼬신다고 끌려오나, 저렇게 부인의 능력을 모르나, 부인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한거지. 애들이 커가면서 부인도 무언가 자신을 위해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게 삶의 활력소도 되고 좋은 거 아냐, 왜 맨날 부인을 당신 옆구리에 끼고만 살려고 하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더랬지요. 나는 늘 마음속으로 사모님을 좋아하고 나야말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내는데 너무 울타리에 갇힌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었지요. 그건 순전히 저의 기준으로 판단한 거겠지만요. 집에 와서 심호흡을 하고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저는 이렇게 정리했지요. 목사님이 사모님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어쩌면 이기적인 사랑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 사랑을 다른 곳에 뺏길까봐 겁내시는구나. 더구나 옆에서 부추기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나, 박00를 미워했다기보다 상황을 미워했겠지.
그리고 목사님이 스스로 자폭하기까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목사님, 그 각서 얘기 정말 재미있네요. 정말 웃겨요. 이제 사모님의 날개를 달아주시지요.
(이 글은 우리 집 느릿느릿 이야기에 달아놓은 박00 사모의 리플입니다.) / 박00(지금 강화에 살고 있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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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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