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거촌에서 다주이 가는 길 풍경김남희
아침 7시. 침대에 누운 채 일출을 보는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눈을 떴지만 밖은 아직 어둡다. 다시 졸다가 깨어나니 이번에는 환하게 해가 떴다. 결국 게으름으로 인해 일출을 못 보고 만다. 알고 보니 이 숙소는 이곳에 놀러왔다가 눌러앉아 버린 세 명의 내몽고족 친구들이 함께 운영한다.
두 명의 젊은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서로 의지하며 타지를 고향 삼아 살아가는 곳이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니 죽과 속없는 찐빵, 그리고 야채 반찬 두 가지이다.
상하이에서 건축기사로 일하는 중국인 여성 빙빙과 함께 아침을 먹고, 다주이로 출발한다. 날은 너무도 화창하다. 길은 비포장 도로이고, 별다른 높낮이도 없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두 시간을 걸으니 샤오루쉐이 마을이다.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들어오라고 이끈다. 집으로 들어가니 차와 과자를 내오신다. 우리는 모수족에 관해 궁금한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모수인은 나시족 계열인데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답게 집안에서 어머니의 권한이 가장 크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부족이다. 남자나 여자나 서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상대방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간지르면 좋아한다는 의미가 된단다.
그렇게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찾아와 관계를 맺은 후 아침이면 돌아간다고 한다.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는 여자가 키우는데, 두 연인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은 아버지가 아이를 보러올 수 있고, 부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육에 대한 결정권은 어머니가 갖고 기본적으로 아이를 부양하는 것도 어머니이다. 그렇기에 모수족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안다 한들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 어머니의 집 옆에 작은 집을 짓고 살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다른 모수족들처럼 이 아주머니도 결혼은 하지 않으셨다. 이들 말로 '주훈'이라 하는 이 풍습은 열일곱 무렵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밤이면 여자 집으로 와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돌아가는 풍습에 관해 얘기하다가, "그럼, 리거나 루쉐이 마을 청년과 사랑에 빠지면 아침마다 돌아가기엔 너무 힘들고 먼 거리 아니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다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며 웃으신다.
딸이 둘인 아주머니는 언니와 함께 산다. 침대가 하나밖에 안 보여 물어보니 화덕 옆이 가장 높은 자리이므로 그곳에서는 언니가 자고 자신은 그 옆 침상에서 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