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렬사 영생하리”

항일유적답사기 (30) - 연길(Ⅲ)

등록 2003.06.03 12:26수정 2003.06.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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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혁명렬사기념탑

혁명렬사기념탑 ⓒ 박도

혁명렬사기념탑

연변 조선족 민속박물관은 한국의 여느 민속박물관 전시물들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아이의 출생부터 백일, 돌, 혼례, 장례 등 관혼상제를 전시한 바, 한국과 거의 같았고, 세시풍속 역시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아직도 한국보다 더 고유의 미풍양속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 농촌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품앗이, 소겨리(소 두 마리로 쟁기를 끌며 논밭을 가는 일) 같은 두레가 여태 ‘로동호조조직’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국땅에서도 우리 고유의 풍습과 전통을 지키며 사는 연변 조선족들 모습이 마냥 든든했다.

a 연변렬사릉원

연변렬사릉원 ⓒ 박도

박물관을 나온 후, 발길 닿는대로 시가지를 누볐다. 도로에는 사람, 자동차, 오토바이, 리어카, 자전거, 삼륜 오토바이, 삼륜 자전거, 나귀가 끄는 달구지가 뒤엉켜 얼른 보아도 마냥 무질서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짜증내지 않고 그 틈바구니를 잘도 헤집고 다녔다.

연길 거리의 간판을 보니 서울의 어느 뒷골목을 연상시켰다. ‘청량리 순대국밥집’도 있고, ‘명동 칼국수집’, ‘롯데리아’도 있었다. 연길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서시장은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했다.

a 연길 시내 서시장 한모퉁이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노동자들

연길 시내 서시장 한모퉁이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노동자들 ⓒ 박도

좀 한적한 곳에는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길거리에다 장기판을 펴놓고 시간을 죽이고 있나하면 길모퉁이에는 짐꾼들이 삼륜 자전거나 리어카 위에 널빤지를 깔고 비스듬히 드러누워 흐릿한 눈망울로 지나가는 행인을 훑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심한 이농 현상으로 농촌은 일손이 딸리고, 도시는 실업이 늘어나는 우리나라 1960~70년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다.

택시를 타고 연변렬사릉원에 갔다. 토요일이라 휴관이었다. 연변혁명기념관 내부는 관람하지 못했으나 연변혁명기념탑은 볼 수 있었다.
이 탑은 연길 시가지를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연길 시가지와 그 언저리 어디에서나 다 우러러볼 수 있는 곳에 우뚝 세워져 있었다.


탑 앞면에는 “혁명렬사 영생하리”라는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장쩌민(江澤民)의 친필을 새겼고, 탑 뒷면에는 “항일전쟁,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에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추모하고 후대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비석을 세운다.”고 중국공산당 연변자치주위원회와 연변조선족자치주 인민정부의 이름으로 새겨져 있었다.

a 서시장 한편의 노점상과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서 일거리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모습

서시장 한편의 노점상과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서 일거리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모습 ⓒ 박도

이 나라에서는 가장 높이 받드는 곳이 열사기념관이나 혁명기념탑으로, 도시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에 세우고 주변 조경을 잘해 두었으며 건물 단장도 잘돼 있었다.

중국 대륙을 누비면서 군데군데 무슨 무슨 기념탑이나 혁명열사 동상 석상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아마 2세들의 국민정신 교육을 위해 그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사업을 최우선으로 했나 보다.

자기 나라를 위하여 몸 바친 혁명열사나 전사자를 높이 받들지 않으면 그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충성을 다할까?

나는 하늘 높이 치솟은 혁명기념탑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어떻게 과거를 정리하며,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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