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서지 말고 한 걸음만 앞서 가라

등록 2003.06.14 09:42수정 2003.06.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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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낯선 곳에 가서 길을 물어 보면 참으로 답답한 경우가 많다.

"거기서 주욱 올라와서 00슈퍼 있으니까, 그 슈퍼에서 오른 쪽으로 돌면 00상회가 보일 것이야, 거기서 다섯 집 건너서 보이는 붉은 벽돌집이 우리 집이거든 그리로 와."

우선 글로 읽어보면 참 자세히 가르쳐 준 것 같다. 그러나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면 00슈퍼가 어디 있는지, 00상회가 어디쯤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야 어디 그런가?

이것보다는 더 정확히 말하려면 "지금 계신 곳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약 200m 쯤 올라오시면 00슈퍼라는 간판이 보일 것입니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서서 다섯 번째의 붉은 벽돌집이 저의 집입니다."

이렇게 설명한다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칠 때에도 내가 알고 있으니까 '아이들도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하고,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늘 한 단계 눈높이를 낮추어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어야 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기가 있는데, 이 아이에게 엄마가 오라고 하였지만 아이는 걷지 않고 부지런히 기어와 버렸다. 왜 그랬을까? 아이들을 키워보신 부모님들은 잘 안다. 그것은 아이에게 너무 먼 거리에서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아이에게 딱 한 걸음 앞에서 팔을 벌려서 걸어오라고 하면 아이는 '그 정도라면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걸어 보려고 애를 써서 걸어온다.

그러나 서너 걸음이나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아이에게 "어서 와봐라"고 소리 쳐봐도 아이는 벌써 그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기어가는 방법으로 얼른 가버리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한 걸음 앞서서 눈 높이를 맞추어 줄 때, 자신도 그 정도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좀 더 빨리 익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일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늘 한 걸음만 앞서서 이끌어 주어야한다. 너무 높은 산은, 너무 큰 나무는 미리 포기하고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너무 높은 산이라도 그 산을 당장 오르는 게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오르려고 한다면 큰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를 목표점수 100점이라고 다그친다면 그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될 뿐 오히려 공부에 자신감을 잃게 만들 것이다. 이런 때는 목표 점수를 자신이 늘 맞는 점수에 5점 또는 10점만 더 맞도록 아주 가까운<쉽게 도달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목표점을 정해 준다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를 달성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에 목표 도달에 대해 칭찬을 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면 아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번에 20점을 더 맞아 보겠노라고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도 될 수 잇다.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만 가진다면 공부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 않는가?

무엇이나 마찬가지이다. 줄넘기를 못하면 줄넘기를 이렇게 점차 익히게 해주고 노래를 못하면 노래방에 가서 10곡을 부르게 한다든지 해서 자신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베풀어줄 학습의 기본 태도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될 것이다.

여기서 눈 높이와 한 걸음 앞선 목표란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그 정할만한 목표는 당연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능력이 우수한 아이가 노력이 부족하여서 부진할 경우에는 좀더 먼 거리에 목표를 두어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 능력이 떨어진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모두 10점씩 더 맞겠다고 하는데, 너도 10점은 더 맞을 수 있지?"하고 다그친다면 그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말 것이다.

우린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자기 능력에 따라 알맞은 정도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이루어 질 날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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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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