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섬진강오창석
어둠의 자락을 헤치고 번져 나오는 미명(微明)을 받아, 새벽 섬진강의 물안개는 환영(幻影)처럼 피어오른다. 짙은 물그늘을 드리운 미류나무의 숲은 자신에게 오라는 듯 유령처럼 손짓하고, 강물은 깊고 깊은 바닥에 제 몸뚱이를 부벼대고 울며 살 냄새를 풍긴다. 그 내음이 유혹적이다. 그만 그곳에 몸을 섞고 싶어진다.
새벽강가에 서면 왜 어김없이 이방인이 되고 마는 것일까? 먼데 홀로 내버려진 듯한 고적함에 더욱 바람은 차고 몸서리가 쳐진다. 강물이 가슴속에 차 오르며 “그렇게 마음이 남루해지도록 지금까지 무얼하다 이제 왔느냐고” 묻는다.
강물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회한의 눈물이 그 위에 부서진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봉황산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섬진강은 수많은 물줄기들과 합쳐지며 구례, 하동을 거쳐 광양만에 이르기까지 530리(212km)를 흐른다.
어디로 흐르다가 이제는 끝인갑다 싶으면 살짝 수줍은 듯 고운 몸을 드러내는 산골 색시 같은 강, 잊어버렸다가 생각났다가 산골 깊숙이 굽이 돌며 아름다운 산그림자 솔그림자를 제 몸 안에 청청하게 그릴 줄 아는 강, 강물 가까이 끝없이 작고 예쁜 마을들을 거느린 강 (김용택.섬진강이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