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평과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는 집배원 이상희씨김대호
동행한 피아골청소년수련관 윤보혁(남·44) 원장이 껄껄 호방하게 웃는다. 구비구비 언덕길을 오르자 우편배달원 한 분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산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오토바이도 힘이 부친다. 잠시 담배 한 대 피우고 다시 오르려고 기계도 좀 쉬고 나도 좀 쉬고 있다"고 웃는 이 사람은 토지 우체국에 근무하는 이상희(남·36)씨.
그는 "눈비가 내리면 위험하고 힘들지만 이곳 사람들이 바깥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기 때문에 보람이 더 크다"며 "도회지의 자식들 편지부터 시작해 마을 어르신 심부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대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도회지 사람들과 달리 이곳 주민들은 밥 때가 되면 밥 먹고 가라고 잡는다"며 "주민들과 공무원의 관계는 가족 같은 관계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씨와 헤어져 다시 한참을 오르자 산 중턱에 시루떡처럼 펼쳐진 작은 논과 밭이 나온다. 작은 교회 터와 초등학교 흔적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엔 사람이 제법 살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6가구만 남아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때는 40여 가구가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