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그만하라면 그만하지. 말이 많어!"오마이뉴스 이종호
입김측이 1심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현장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였다. '테이프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승소를 확신했던 입김측은 2심 재판부에 테이프검증신청을 했고 담당판사 4인(부장판사 조용구)과 입김측 회원들, 그리고 종친회측 대표 1인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회가 열렸다.
입김측은 입회한 판사들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본 뒤 승소를 확신했다. 더욱이 결정적이었던 것은, 화면에 가장 많이 등장해 전시회를 방해했던 주모자가 바로 상영장소에 나와있었던 것. 즉석에서 판사들은 "저 사람이 당신 맞냐"고 물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종친회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비디오 테이프에 등장하는 이들이 가슴에 전주이씨 종친회 소속임을 알리는 배지를 달고 있어 종친회의 조직적 가담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
종친회측의 '두 번의 실수'가 도와준(?) 승리
입김 회원인 류준화씨는 "어떻게 보면 종친회측의 두 번의 실수(종로경찰서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과 비디오테이프 상영 과정에서 종친회 당사자가 나와있었던 것)가 우리를 도와준 셈"이라며 재판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광부의 지원으로 전시회를 기획한 입김은 전주이씨 종친회와의 충돌과정을 내내 지켜본 당시 문광부 담당관을 증인으로 내세우려했으나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앞으로 나는 시댁(전주이씨)에 발도 못 붙인다"라고 고사해 끝내 증언을 받지 못했다.
또 이씨 왕가의 마지막 후손인 가수 이석씨(비둘기집을 부른 것으로 유명함)는 입김측 변호사에게 두 번씩이나 압력전화를 넣었다고 한다.
입김 회원 정정엽씨는 "이번 사건은 단지 전주이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승소판결이 났음에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여전히 성적 폭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언론은 "성기묘사한 공연방해 법원 종친회는 배상하라"(조선일보 6월 5일자) "성기묘사물 전시 저지 유림에 손해배상 판결"(대한매일 6월 5일자), "성기 묘사 전시 막은 유림은 위자료 줘라"(문화일보 6월 4일자) 등으로 제목을 뽑아 여성미술가그룹=성기묘사를 부각시켜 취지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미술계라는 집안 안에서 소수로만 발언해야 하는 여성미술가들의 현실에서 두터운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해체한다는 의미에서 명화에 남성성기를 패러디했고, 또 자궁모양의 설치물을 빠져나오면서 탄생을 체험하는 놀이를 한다는 취지로 구성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