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구들은 하나 같이 짜다

우리 집은 절약하며 산다

등록 2003.06.23 06:14수정 2003.06.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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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딧줄 통장. 수입만 있고 지출은 없다. 우리집에서 제일 부자다.

아딧줄 통장. 수입만 있고 지출은 없다. 우리집에서 제일 부자다. ⓒ 느릿느릿 박철

시골에 살다보니 좋은 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돈을 쓸 일이 많지 않다. 찬거리는 텃밭에서 나온다. 아내와 결혼한 지 20년 가까이 되다보니 살림살이가 많이 늘었다. 물론 돈 주고 산 것도 있지만, 얻어온 것이 더 많다.


얻어온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저절로 생긴 것이다. 남들이 버리겠다고 하는 걸 갖고 온 것이니 저절로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아내에게 한 달 용돈으로 십 만원을 받는다. 집안 살림살이 경제권은 아내 몫이다. 아내가 지혜롭게 이모저모 알뜰살뜰하게 잘 한다.

한 달에 십 만원을 받아서 다 쓰고 모자라서 아내에게 요청해서 더 받아쓰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때는 한 달이 지났는데 그 돈이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는 때도 있다. 외출하지 않으면 특별히 돈을 쓸 일이 없다.

옷도 거의 다 얻어다 입는다. 애들 셋을 키우면서 교복 외에는 돈주고 산 옷이 거의 없다. 하도 얻어 입다보니, 헌 옷을 갖다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큰 옷은 줄여 입으면 되고, 작은 옷은 허리 사이즈만 조금 늘여서 입으면 그럭저럭 입을 수 있다.

아내 옷도 돈주고 산 적이 거의 없다. 다 공짜로 생긴 것이다. 내 옷이 조금 문제가 된다. 덩치가 커서 얻어 온 옷들이 너무 작아 입을 수가 없다. 바자회같은 데서 큰 옷이 있으면 갖다 주는 후배목사 부인이 있다. 이렇게 저렇게 신세를 지며 산다.

내가 목돈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카메라 바디나 렌즈를 구입할 때이다. 이것도 다 중고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인데 다 합쳐보아야 대학교 한 학기 분 등록금도 안 된다. 아이들은 어려서 아직까지 애들한테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과외비가 들지 않는다. 우리 집 은빈이가 피아노 교실을 다녀서 들어가는 과외비 외에는 없다. 반찬도 거의 사다먹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돼지고기 사다 먹는 게 전부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 식구가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이나 짬뽕으로 외식을 한다.

a 우리집 삼남매. 아딧줄 넝쿨 은빈

우리집 삼남매. 아딧줄 넝쿨 은빈 ⓒ 느릿느릿 박철

근검절약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시골에서 오래 살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나와 아내는 결혼하여 20년을 사는 동안 한번도 신용카드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 어떤 물건이고 외상이나 할부로 산 적이 없다. 그러니 물건값을 갚느라고 애써 본 적이 없다.


나도 신용카드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신용카드 남발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도 쏙 들어가고 만다. 내가 그러니까 아이들도 그렇다. 아딧줄은 우리집 식구 중 제일 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짜기로 소문났다.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하나 돈주고 사 먹는 법이 없다. 돈만 생기면 무조건 저축을 한다. 큰아들이 그렇게 하니까 동생들도 따라한다. 식구마다 모두 통장이 있다. 세 아이 다 통장이 있는데 저금통장에 수입만 있고 지출은 없다. 학교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도 먹고 싶은 거 마음놓고 사먹고 오라고 해도 기껏 2~3천원 쓰고 나머지 돈을 다 남겨 온다.

어떤 때 내가 원고료가 생긴다든지 해서 "야! 오늘 아빠가 한턱 쏜다. 대룡리에 가서 돼지갈비 사먹고 오자" 그러면 아딧줄이 펄쩍 뛴다.

"아빠 우리 집 식구가 돼지갈비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10만원은 들 텐데, 그러지 마세요. 참으세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삼겹살 사다 구워먹는다. 아이들은 돈만 생기면 제일 먼저 헌금을 떼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한다. 알뜰살뜰하게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하는 아내가 참 고맙다. 우리 집 식구들은 짜기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서로에게 아무 불만이 없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원고 써서 생기는 원고료나, 어디 가서 강연해서 받은 강연료 등을 모아 아딧줄과 넝쿨이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 배낭여행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들도 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공수표가 되게 할 수 없지 않은가?

목표를 갖고 돈을 저축해 보세요

▲ 박넝쿨. 교육청에서 주관한 웅변대회 다녀오는 길에 배에서.

우리 가정은 매우 검소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집이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아빠부터 시작해서 동생 은빈이까지 돈을 쓰기보다는 목표를 가지고 저축을 하는 편이고 돈을 쓸 일이 있을 때도 꼭 필요할 때만 씁니다. 이걸 보고 ‘검소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짜다고’해야 하나? 하여튼 우리 집에서는 남들은 버리려고 하는 물건도 버리지 않습니다.

또 아빠는 몇 년 전엔 서울로 무슨 일이 생겨서 가셨을 때에도 아파트 같은 데서 남들이 버린 물건을 주워 오셨습니다. 남들이 보면 우리 집이 지저분해 보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오래된 물건도 꼭 쓸데가 있습니다.

옷을 봐도 그렇습니다. 옷은 친척집에서 얻어 입거나 바자회 할 때 얻은 옷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옷이 많아서 다 입지도 못합니다. 얼마나 좋은가요? 가끔은 새 옷을 입고 싶기도 하지만, 다 우리 가정에 보탬이 되니까라고 생각하며 잘 입고 있습니다. 아마 고등학교 때까지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입다가 작아진 옷들은 또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자기 이름의 통장이 있습니다. 물론 내 이름의 통장도 있습니다. 내 통장에는 98만원이 들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저축했던 돈에 장학금, 세뱃돈, 용돈으로 모은 돈입니다. 전 매달 용돈을 받습니다. 그 용돈을 꼭 필요한 곳에만 쓰고 남는 것은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저축을 모으는 목표는 대학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서입니다. 목표를 가지고 저축을 하니까 더 힘이 생깁니다. 점점 늘어나는 내 통장을 보니 흐뭇하고 내 자신도 대견스럽습니다.

형도 목표를 가지고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형은 180만원 가까이 모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형이 돈을 안 쓰고 나한테도 못쓰게 해서 속상할 때가 많았지만 형이 목표를 가지고 돈을 모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난 후부터는 형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동생 은빈이도 어른들한테 돈을 받으면 그 돈을 쓰지 않고 “이 돈 저금해야지” 합니다. 그런 동생을 보면 동생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그렇다면 저축을 위해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자신의 목표를 정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저축을 한다면 저축을 습관화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뚜렷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저축을 습관화한다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합니다.
쓸데없는 데 돈을 자주 쓰게 되면 버릇이 되어서 돈을 쉽게 낭비하게 되고 저축을 습관화하기 힘들어 지며 자신의 목표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셋째, 용돈기입장을 써야 합니다.
용돈기입장을 쓰면 수입과 지출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된 지출을 보고 반성할 수 있고 용돈 관리하기가 편리해 집니다. 나는 용돈 기입장을 쓰다가 잘 못하고 있는 데 앞으로는 꼭 써야겠습니다.

넷째, 통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마 통장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장을 쓴다고 해서 꼭 용돈관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용돈기입장으로 수입과 지출을 하면서 저축을 하면 점점 많아져 가는 돈을 보면서 뿌듯해지고 돈의 귀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은 물론 쓸 때는 재미있습니다.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도 있고, 쇼핑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돈 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드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 주제에 맞게 자기 소득 안에서 계획 있게 저축을 하고 지출을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가정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저축을 생활화해서 내 꿈을 꼭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박넝쿨(교동중학교 1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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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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