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지지 않으려는 아이들

김선태의 <교육현장>

등록 2003.06.24 10:10수정 2003.06.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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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막상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버릇이 없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지 기를 살려 주어야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기를 살리는 일' 그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무엇이나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가르쳐 왔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기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2학년짜리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하여 왔다.

"우리 아이는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또 똘똘해서 비교적 잘 적응하여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절대로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심지어는 지네 아빠하고 장난을 하더라도 기어이 이겨야지 못 이기면 끝까지 악을 써대며 대들기 때문에 아빠도 못 견디고 져 주고 말 정도랍니다. 도대체 이런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 아이를 너무 오냐 오냐 해서 길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정에서의 아이에 대한 생각(자녀관)과 아이에게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어떻게 해왔는지를 알아보기도 하고, 아이가 잘 못하였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였는지도 물었다.

역시 처음부터 아이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자기가 하고 싶다는 일을 해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등 일단 자기의 뜻대로 하는 것을 인정하고 도와 주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자녀의 기를 살리려고 너무 아이들 주장만 들어 주다 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조금씩 양보하는 방법을 가르치도록 조언을 해주었다.


인테리어를 하는 친구가 투덜거리면서.

"도무지 이 세상이 왜 요모양이 되어 가는지 모르겠어. 아 글쎄 어느 집에 커튼을 해주려고 들어갔는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준비해 간 커튼을 절대로 안 된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할 수 없이 다시 해 가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이야. 아무리 제 엄마, 아빠가 달래고 사정을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안 된다고 반대를 해서 어쩌는 수가 없이 되돌아 왔지 뭐야."


하며 투덜대는 그는 이미 다 만들어 둔 커튼을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어느 집에서 맞는다고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제 값을 받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그 부모도 참 딱하구만, 아이가 끝까지 반대를 하면 아이에게 '그럼 네 방은 다른 것으로 해라. 우린 이 모양과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만들어 오게 했으니 이걸로 하겠다' 말을 하고, 끝까지 반대를 한다면 아이에게 '안 돼. 이건 우리 방에 하는 것이야. 네 방의 것은 네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할 수 있지만, 우리 방의 것은 우리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해야 할 게 아니냐? 만약에 우리 방까지 모두 네가 하고 싶은 대로하려면 지금은 안 되고 네가 자라서 네 집을 할 때는 그렇게 하려무나. 지금 이 집은 아버지, 어머니의 집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할거야.' 하고 일러 주고 고집을 꺾어 주어야지 그게 뭐야. 아이가 반대한다고 자신들의 방까지 아이의 마음대로 고르게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했더니, 그 친구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래, 바로 그것이야. 왜 여태 그것을 몰랐지? 이제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그렇게 하라고 일러 주어야지."

하며 좋아하였고, 며칠 후.

"그 집의 인테리어도 그런 식으로 처리를 하여서 아이 방의 것만 다른 것으로 바꾸었어" 하며 좋아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렇게 부모에게까지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다음 방법을 권해 보고 싶다.

첫째, 객관적인 승부는 승복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부모들의 무조건 일등으로 키우겠다는 양육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되기만을 가르치려고 하지말고, 패배도 받아들이고 승복을 할 수도 있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객관적인 승부는 인정하고 자기만이 옳다는 자세는 고치도록 보완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둘째, 사람은 누구나 질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들이 언제나 남에게 지지 않도록 요구하므로 해서 '부모들에게 잘 하기만을 요구받는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을 때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로 나타나기 쉽다. 왜냐하면 공부나 게임에서 지면 부모님의 사랑을 잃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리라고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어떻게든지 지지 않으려고만 하고 만약 자신이 지게 되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때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셋째, 지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지는 방법을 가르치려면 이기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이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가 자녀와 게임을 하면서 자녀를 계속 이기게 해주면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졌을 때 상처도 덜 받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이기다가 가끔은 지기도 하게 해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라는 것이다.(한국인성교육협회 유원태 소장의 말)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도 심각한 것 같다. 올림픽에 나간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 오직 금메달을 탄 선수만이 소개가 되고, 은메달은 메달을 탄 선수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을 만큼 소홀히 취급을 하는 것이 우리 언론과 방송들의 형태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승부로 생각하고 1등이 아니면 나머지는 모두 패배자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우리 가정에서부터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욕심을 자기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서, 자기가 하는 여러 가지 활동이나 학습의 결과에서도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한다면 그것이 자녀의 장점이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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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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