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해안 입구
따라서 어느 곳에서나 바다를 볼 수 있는 나는 제주에서 살고 있음이 무슨 특혜를 받은 사람처럼 우월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신비스런 바다 즉 해안절경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안절경은 보는 지역과 위치, 기분, 계절에 따라 요술쟁이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마 중 가장 큰 선물은 한줄기 햇빛이다. 오랜만에 에어컨을 끄고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었다. 운전석으로 파고드는 여름 햇빛에 팔이 시커멓게 타도 좋다. 햇빛을 자동차에 묶어 놓고 달려간 곳은 해안절벽이 아름다운 '용머리 해안'. 바위언덕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용머리 해안'.
공항에서 30분 정도 달렸을까? 시원스레 뚫린 서부산업도로는 최고 속력을 낼 수 있어서 좋다. 뚫린 길 위에 갑자기 나타난 산방산의 풍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꼬리를 문 차량행렬을 따라 산방산 입구에 이르렀다. 항상 보는 바다지만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검푸르게 보였다. 멀리 태평양에 온 기분이랄까? 바다 풍경에 마치 외국에 온 기분처럼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