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6) 금강산 건봉사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금강산 초입의 큰 사찰

등록 2003.07.03 07:30수정 2003.07.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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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처럼 국토 남북으로 길게 뻗은 7번 국도를 따라 경북 포항부터 강원도 북방한계선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의 여름 절경을 구경하는 게 꿈이었던 적이 있다. 큼지막한 배낭 하나 둘러메고 마음 맞는 몇몇 친구들이랑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부르며 무전여행을 하듯 그렇게 동해안을 일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고등학교 때부터 갖게 되었다.

불혹의 나이가 넘도록 살아 왔으면서 아직도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어찌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듯한데 마음에 여유가 없는 탓인지 선뜻 7번 국도를 따라가는 동해안 일주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기암절벽에 곡예를 하듯 매달리고 구부러진 도로를 따라 철썩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그만일 듯싶다. 몇몇 개의 해수욕장이 있을 것이며 파도를 피해 바닷가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어촌의 정겨움은 어떨 것인가? 어릴 적 고향 개울가에서 만들어 떠내려보낸 종이배처럼 작게 보일 만큼 멀리 떠 있는 고기잡이배도 보고싶고 끼룩거리며 날고 있을 갈매기도 보고싶다.

스님과 일반인,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며 중생계와 열반계가 둘이 아님을 가르치는 뜻을 담고 있는 불이문을 지나야 건봉사엘 들어갈 수 있다.
스님과 일반인,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며 중생계와 열반계가 둘이 아님을 가르치는 뜻을 담고 있는 불이문을 지나야 건봉사엘 들어갈 수 있다.임윤수
해수욕장이나 어촌의 풍경 그리고 고기잡이배가 분명 먹을 것이 아님에도 동해안 전경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이고 결국 입안 가득한 침을 꿀꺽 넘긴다. 상상으로나마 눈 맛에 살맛을 더해 동해의 여름풍경을 음미해 본다.

맛이란 게 뭔가? 맛이란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닐 거다. 맛이란 것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무엇'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식이 마냥 달기만 하고 보기에 화려할 뿐인 것을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달콤 새콤 매콤 쌉싸롬 짭짜롬' 뭐 이렇게 복잡 미묘한 것이 잘 조화를 이룰 때 맛이 있다고 느낄 것이다.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뭔가가 녹아 있는 음식이 정말 맛있는 음식일 게다. 눈 맛으로 말하자면 화려하지는 않으나 보면 볼수록 마음에 기쁨을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뭔가가 있는 것이 눈 맛다운 눈 맛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런 저런 모든 것에 나름대로 묘미가 있을 테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살맛이란 게 있을 거다. 여러 가지 맛과 자극이 복잡 미묘하게 조화를 이룰 때 '맛나다'는 느낌을 주듯 살맛 또한 그럴 것이다. 행복과 불행, 괴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기쁨과 슬픔과 안락과 고통 게다가 갈등과 걱정이 적당히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어 기복을 가져다줄 때 살맛을 느끼리라 생각된다.


이 능파교를 건너야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를 친견 할 수 있다. 능파교는 세속의 마음을 청정하게 씻어버리고 진리와 지혜의 광명이 충만한 불·보살님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다리라고 한다.
이 능파교를 건너야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를 친견 할 수 있다. 능파교는 세속의 마음을 청정하게 씻어버리고 진리와 지혜의 광명이 충만한 불·보살님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다리라고 한다.임윤수
겁 없이 천방지축일 때 떠난 여행에선 인스턴트 요리처럼 자극적이며 화려한 눈 맛만을 찾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나이란 것을 먹다 보니 감칠맛 나고 뒷맛이 좋은 그런 눈 맛에 살맛을 보태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쉽게 떠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여유 있는 마음으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면 그런 눈 맛과 살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릉과 속초를 지나 7번 국도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가다 보면 건봉사를 찾아갈 수 있다.

건봉사는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하여 6.25 전쟁 이후부터 출입이 제한되다 1989년 1월 20일부터 자유 출입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무려 35년간이나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라고 한다.

1989년 1월 20일 이전에도 사월 초파일에만 민간인에게 개방되고 다른 때는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여행객과 불자들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능파교 건너 쪽으로 다양하게 배치된 가람이 보인다.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우측으로 염불원이 있다.
능파교 건너 쪽으로 다양하게 배치된 가람이 보인다.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우측으로 염불원이 있다.임윤수
건봉사엘 가면 구비구비 흐르는 계곡 위에 설치된 능파교도 볼 수 있고 여느 절처럼 대웅전과 여타의 전각들도 볼 수 있지만 건봉사에서만 볼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부처님 진신치아사리가 그 것이다.

가끔 큰스님들이 입적하시면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사리에 대하여 궁금증을 갖는다. 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옥구슬처럼 영롱한 빛에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다.

건봉사에서 친견할 수 있는 사리는 2547년 전에 입멸하신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라고 한다. 2547년의 장고한 세월도 세월이지만 부처님의 진신에서 얻어진 사리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아주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건봉사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에 있으며 서기 520년인 신라 법흥왕 7년에 하도화상이 원각사로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그후 1358년(고려 공민왕 7년)에 나옹화상이 중수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 세종대왕이 원당으로 정하고 어실각(御室閣)을 건립하기도 하였단다. 규모나 역사성에서 한국불교의 대성지로 현재의 신흥사와 낙산사, 그리고 백담사를 말사로 두기도 하였었지만 지금은 건봉사가 신흥사의 말사로 되어 있다고 한다.

대웅전은 정면 삼 칸에 팔작지붕으로 건축되어 있다.
대웅전은 정면 삼 칸에 팔작지붕으로 건축되어 있다.임윤수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강릉과 속초를 거쳐 고성군 간성읍에 도착하게 된다. 7번 국도는 간성읍을 지나 통일전망대까지 연결되어 있다. 대대리 검문소 삼거리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진부령 쪽 주유소 앞을 지나 교동천을 건너 약 300여m 정도를 더 가다보면 오른쪽에 해상리와 석문리로 가는 폭 좁은 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를 한번 더 건너 교동천 제방도로를 따라 계속 가다보면 홍예교를 건너 고갯길을 넘는다. 그러면 거기에 건봉사가 있다. 건봉사 입구엔 구국과 중생구제를 염원하시던 대덕고승들의 영혼이 봉안되어 있는 부도가 수십 개 군집한 부도 밭이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불이문에 도착하게 된다.

안내표지판에 분명 <금강산 건봉사>라고 되어 있다. 금강산은 이북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바로 이곳부터 금강산은 시작된다고 한다. 건봉사는 금강산자락 초입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에 있는 수많은 절 중 최북단에 위치한 절인 듯하다.

능파교를 다시 건너오면 적멸보궁이 보인다. 적멸보궁엔 다른 전각들처럼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다.
능파교를 다시 건너오면 적멸보궁이 보인다. 적멸보궁엔 다른 전각들처럼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다.임윤수
불이문은 해탈문이라고도 하는데, 불이(不二)란 둘이 아닌 경계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스님과 일반인이 둘이 아니고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며, 중생계와 열반계가 둘이 아닌 이치를 가르치는 문이라고 한다. 또한 이 문을 들어서면서 부처님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불이문에서 조금 걸어 개울 같은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정면으로 적멸보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으며 그 다리 안쪽에 대웅전이 보인다. 계곡건너 대웅전을 가기 위해서는 계곡 위에 놓여진 능파교를 건너야 한다.

능파교는 피안교라고도 한단다. 온갖 번뇌에 휩싸여 생사윤회하는 고해의 이쪽 언덕 건너편에 있는 저 언덕, 아무런 고통과 근심이 없는 불·보살의 세계를 피안이라 하는데 바로 그 세계로 들어가는 다리란 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능파교란 세속의 마음을 청정하게 씻어버리고 이제금 진리와 지혜의 광명이 충만한 불·보살님들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능파교를 건너게 되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오른쪽에 염불원이 있다. 바로 이 염불원에 부처님 진신치아사리가 봉안되어 있어 친견할 수 있는 광영이 주어진다.

적멸보궁 뒤쪽엔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부도가 있다. 적멸보궁에서는 이 부도를 향하여 참배를 올린다.
적멸보궁 뒤쪽엔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부도가 있다. 적멸보궁에서는 이 부도를 향하여 참배를 올린다.임윤수
사리(舍利)란 범어로 'Sarira'라 하고 신골(身骨), 유신(遺身), 영골(靈骨)이라 번역된다고 한다. 본래는 신골이나 주검을 모두 사리라 하였는데, 후세에는 다비를 한 뒤에 나온 작은 구슬모양으로 된 것만을 사리라 한다고 한다.

인공 장기가 등장하고 나노(nano) 스케일의 재료가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사리를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분석하고 증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한 때 몇몇 사람들이 사리를 논리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하고 해머로 두들겨 보았지만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사리를 불가사의한 구슬 또는 영골(靈骨)이라 하기도 한단다.

사리는 끝없이 육바라밀(六波羅蜜=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을 실천하고 덕을 쌓음으로 생기며,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을 닦아 생기는 것으로써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반드시 고승에게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친견 할 수 있는 5 과의 진신치아사리가 이곳 염불원에 봉안되어 있다.
친견 할 수 있는 5 과의 진신치아사리가 이곳 염불원에 봉안되어 있다.임윤수
가끔은 과학이나 논리로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것이 종교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사에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것도 있지만 그대로 간직해야 할 것도 있다.

사리는 바로 그대로 간직해야 할 영물이지 과학이나 논리를 빌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우매함을 넘어 형이상학적 신비함에 속하는 사리는 오로지 엄숙한 마음으로 받들어야 경배의 대상이라고 생각된다.

건봉사 염불원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어 다비를 마치고 나온 진신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염불원에서 진신치아사리 친견과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다시 능파교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적멸보궁과 명부전(지장전)이 나온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이다. 적멸이란 열반(涅槃)의 다른 말로 미혹의 세계를 영원히 벗어나 무한한 안락의 경지에 도달한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염불원 안쪽에 조심스레 모셔져 있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염불원 안쪽에 조심스레 모셔져 있다.임윤수
절 어느 전각(건물)이든 안에는 부처님이나 보살님 등이 봉안되어 있거나 탱화(그림)로 모셔져 있다. 그러나 적멸보궁엔 전각은 있으나 모셔놓은 대상이 없고 안쪽으로 창문이 있거나 할 뿐이다. 이는 바로 적별보궁 뒤쪽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도사와 해인사 그리고 송광사를 삼보사찰이라고 하는데 그 중 통도사는 불보사찰이라고 한다. 바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놓았기에 통도사를 불보사찰이라고 하며 적멸보궁 안(뒤)쪽에 있는 부도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봉사 적멸보궁에서도 불상은 찾아볼 수 없다. 뒤쪽에 지신사리가 봉안된 부도가 있을 뿐이다.

영골 이라고도 하는 사리,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 5 과를 친견한다. 사리는 현대과학으로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골 이라고도 하는 사리,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 5 과를 친견한다. 사리는 현대과학으로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임윤수
6. 25가 민족간 상잔으로 이웃과 동포 그리고 혈육 사이에 씻기지 않을 엄청난 앙금과 상처를 남겼지만 문화재의 훼손 또한 이루 말 할 수 없다.

건봉사도 6. 25때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당시 경내에 주둔했던 아군 11사단 13연대의 실화에 의해 766칸의 웅대한 건물과 사찰, 국보급 보물들이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과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상태에서 결과만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자칫 오판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하여도 아군의 실화에 의하여 고이 간직되고 기려야 할 대 사찰이 소실되었다는 것은 불교사뿐만 아니라 역사에 옹이로 남을 만큼 서글픈 사실이다.

7번 국도를 따라 건봉사엘 가다보면 부지기수의 해수욕장과 울창한 송림을 지나가게 된다. 탁 트인 바다에서 여유를 얻고 울창한 산림에서 오밀조밀한 눈 맛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금강산 자락에 자비의 소리로 울려 퍼질 건봉사 범종이 설치된 범종각도 팔작지붕으로 건축되었다.
아침저녁으로 금강산 자락에 자비의 소리로 울려 퍼질 건봉사 범종이 설치된 범종각도 팔작지붕으로 건축되었다.임윤수
종교를 과학이나 논리로 규명하려 함이 부질없고 소모적 논쟁의 반복이듯, 작금의 문제로 대두된 대북송금문제도 법의 논리를 빌어 가볍게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 문제는 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동족간의 피가 전제되었음에 좀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금강산 자락 초입에 자리한 건봉사를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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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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