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씨(왼쪽)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오창석
선친을 10년째 초분에 모시고 있는 신안군 도초도 외남리의 김영복씨(67세)는 "형수를 한 5년 초분에 모셨는데 애를 먹었어요, 뼈를 추려 한지로 깨끗이 닦아내야 하는데 일찍 이장을 하는 바람에 육탈이 덜 되어서 고생했제. 젊은 사람들은 무섭다고들 하는데 나는 묘 속에 계시는 것보다 지상에 계신다고 보니까 훨씬 더 정 있습디다. 아무래도 더 자주 와서 봐지고, 나는 공동묘지에서는 못자도 초분 옆에서는 자요"라고 말했다.
도초도 발매리의 배동욱씨(46세)는 "초분 생각하믄 머리 끝이 쫑긋쫑긋한디 어려서는 귀신 나온다고 무서워서 옆에도 못갔지라. 그래도 땅꾼들은 구렁이 잡는다고 초분을 다 쑤시고 다녔제. 안이 따뜻한 게 큰 구렁이가 꼭 한 마리씩 있었어라"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제시대 징용을 피하거나 전쟁통에 쫓긴 이들 중에는 초분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초분골로 숨어 들어 목숨을 부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장례는 이승에서 죽은 이를 저승에 가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통과의례요 이별의 의식이다. 사랑하는 이가 저 세상에 가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그보다 이별을 인정하기 힘든 게 먼저이고 보면 작은 초가집을 지어 이승에서의 인연을 연장하고자 한 것이 초분을 만든 이들의 진짜 속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신안군 비금, 도초도는 초분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시금치의 산지이고 국내 최대 규모의 천일염전이 있으며, 번잡스럽지 않고 아늑한 분위기의 멋진 해수욕장도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