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에 핀 개망초안준철
요즘 같은 여름철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으로 개망초가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아무도 거들떠보려 하지 않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느 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꽃입니다. 제가 개망초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학교에서 만나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연상시키는 꽃의 단정하고 소박한 이미지 때문입니다.
개망초
너는 피어 있지 않고 서 있다
산비알이나 바위너설이나
묵정밭이나 길섶을 가리지 않고
억센 덩굴손에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음습한 거미줄에 휘감기기도 하면서
너는 피어 있다기보다는 서 있다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때는 네게 낮은 시선을 준 적이 있었다
숨이 멎도록 이쁘지 않은 게 너의 미덕이라고
가던 길을 멈추고 반 무릎 자세로 앉아 널 칭송하며
사실은 내 모습에 취해 너를 바라 본 적 있었다
아이들에게 교만을 눈치 채이고 돌아가는 길에
이제야 너의 소박함이 경이로움인 것을 안다
해마다 튀밥 같은 꽃을 머리에 이고서도
꽃이 아닌 풀이 되고 싶은 너의 마음을 안다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우북하게 풀 우거진 곳에
계집아이 입가에 핀 마른버짐 같은 꽃을 수놓고
눈길 흐린 사람 있나 두리번거리며
서서 피어 있는 그 마음을.
* 자작시
제가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 것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덕분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업계 학교에서 교편을 잡지 않았다면 그런 행운이 오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남에게 내놓을 만한 자랑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 세계의 일인자가 되어 이름을 날릴만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도 아니어서, 저는 오히려 그들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소박한 생명력에 주목할 수 있었습니다.